2018년 8월 27일 인쇄
2018년 9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9월호 통권 511호 |2019년 9월 22일 일요일|
 

관무기

 

예술과 곡예 사이의 모호한 경계
- 모스 펜들턴




윤재상(尹在祥)(Art Management NYC LLC 대표)

* 모믹스무용단 모스 펜들턴 안무 『종이 트레일(Paper Trails)』 외 (7월 24일~8월 12일 Joyce Theater)
모믹스무용단(MOMIX 이하 모믹스)의 창립자이자 예술감독 모스 펜들턴(Moses Pendleton)은 1971년 필로볼로스무용단(Pilobolus Dance Theatre)을 공동 창단한다. 이후 1980년 본인만의 무용단 모믹스를 만들어 독립해 그의 우수한 창의력에 의상, 소품 및 조명을 독창성 있게 조화시켜 작품들을 만들어 낸다. 모믹스의 작품들과 공연내용은 지적이거나 극적이지 않으며 혁신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재미있고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작품의 제목만 알고 봐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구성하면서 폭넓은 지지기반이 생긴다.
이번에 조이스 극장에서 18개 작품을 레퍼토리의 변동 없이 3주간 공연했다. 3주라는 긴 대관 기간과 동일한 공연의 구성이었음에도 모든 좌석은 가득 찼다. 이번 공연에도 화려한 조명, 기존에 상상할 수 없었던 의상 형식, 그리고 보고도 믿기 힘든 신선하고 과감한 소품의 선정을 통해 뇌리를 떠나지 않을 공연을 만들어 보여줬다.
공연되었던 작품 중 인상적이었던 몇 개만 이야기해본다.

드림캐쳐는 침대 머리맡이나 창문 등 잠자리 근처에 걸어놓으면 악몽을 꾸는 것을 막아준다는 물건이다. 기본적인 디자인은 동그란 틀에 실로 거미줄 모양을 만들고 가운데에 보석 등의 원석을 달고 밑에는 여러 가지 깃털을 매달아 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작품 『드림캐쳐(Dream Catcher)』는 이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 주술품을 소재로 삼는다.
남, 여 무용수가 드림캐쳐로 상징되는 모양의 거대한 금속공작물을 움직인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고도로 연마된 서커스 공연장의 공연처럼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연습이 되어 있다. 다차원 불규칙한 모양의 공작물과 함께 무대 위를 종횡무진 움직이며 균형 잡는 것이 대단히 흥미롭고 신선하다. 공작물에 매달리기도 하고 오르내릴 때 신체는 공작물과 일부가 된다. 둘은 같은 꿈에서 붙잡혀 있기도 했고, 때로는 서로의 꿈을 붙잡아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꿈이 악몽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드림캐처』에서 소품을 활용한 정밀한 움직임은 관람하는 이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해준다. ‘현실 속의 고단한 삶이라는 악몽’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효과를 보면 드림캐처의 의미전달을 넘어 주술적인 역할까지 수행한 듯 보인다.

무용단 창단 35주년을 기념해 창작되었던 『종이 트레일(Paper Trails)』은 기존의 모스 펜들턴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대작의 면모가 느껴지는 걸작이다.
출연자들은 희미한 조명 아래 종이로 만들어진 의상으로 신체 일부만 가리고 반라로 등장한다. 의상을 포함해 작품에 사용되는 소품까지 모두 종이로만 되어 있다. 이미지를 형상화한 글자들이 빛으로 무대 위로 투사되는데 비치는 각도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며 3차원 입체영화를 연상시킨다. 군무 집단은 서서히 모여 뭉쳐 돌며 본인들의 몸을 가렸던 종이를 모아 한 명의 거인으로 변모한다. 그 과정 자체가 신화 속 새로운 신이 탄생하는 것 같다.
소품으로 사용된 엄청난 양의 종이, 거기에 투사된 초현실적인 영상은 작품을 몽환적으로 만든다. 변화무상한 시각예술이 다양한 방법으로 동원되면서 심미적인 깊이까지 더해 기대한 것 이상의 감동을 준다.

『나르시스의 에코(Echoes of Narcissus)』는 한 떨기 수선화로 변해버린 아름다운 청년 나르키소스와 소리뿐인 메아리로 남게 된 요정 에코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인 그리스신화가 바탕이 된다. 형식은 나르시스의 솔로 작품으로 안무 되었다. 나르시스의 역할을 남성이 아닌 여성무용수 사라 낵바우어(Sarah Nachbauer)가 맡아 연기하는데 그래서일까 미소년이어야 할 역할에 여성성이 덮어 씌워지며 배역 자체에서 묘한 매력이 풍긴다.
경사면의 거울(연못) 뒤에서 춤추기 때문에 반사된 이미지를 객석에서 계속 볼 수 있으며 사라 낵바우어는 거울에 비친 본인의 모습에 관능적으로 매료된 연기를 잘 보여준다. 반사 표면이라는 무대장치로 인해 분리된 몸체는 일정한 근접성은 유지되지만, 결코 접촉할 수는 없는 안타까움이 극명하게 표현된다.

다시 정리해 말하면 모믹스가 다른 단체들과 구별되는 큰 특징은 모스 펜들턴의 창의적인 안무에 의상을 포함한 소품들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그에 더해 조명의 효과를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는 데 있다. 이 조합은 하나의 구성 요소가 다른 구성 요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도록 일관성을 만들어 내며 안무의 개념과 작품의 이미지를 보강해준다. 더불어 곡예와 체조를 방불케 하는 숙련된 무용수들 덕분에 보는 이를 압도하게 만든다. 자칫 순수무용공연의 정도를 넘어 서커스와 마법이 연상 될 수도 있지만, 다행히 그 경계의 수위는 넘기지 않는다. 굳이 단점을 찾는다면 짤막한 소품 위주로만 작품이 만들어지다 보니 거기에서 서사적이거나 깊이감을 발견하기 힘들다. 하지만 올려진 작품 모두 다 순수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수작들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