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8일 인쇄
2019년 4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4월호 통권 518호 |2019년 7월 19일 금요일|
 

이달의 좌담

  서울시무용단의 예술성과 발전 방향
   


 


김진원 (金鎭元 / 서울시무용단 총무)
오정윤 (吳情潤 / 서울시무용단 주역무용수)
정혜진 (鄭惠眞 / 서울시무용단 단장)
심정민 (沈廷玟 / 춤평론), 사회

■ 때 : 3월26일 오후 6시
■ 곳 : 본지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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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무용단의 재도약을 위한 고려 사항
심정민 _ 오늘은 서울시무용단의 신임 단장과 단원 두 분을 모시고, 서울시무용단의 재도약 및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해보겠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혜진 _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2019년 1월17일자로 일하게 된 서울시무용단 신임단장 정혜진입니다.
김진원 _ 서울시립무용단에 1994년도에 입단해서 2004년부터 서울시무용단의 총무를 맡고 있습니다. 무용단 작품제작과 단체운영에서 전반적으로 무용단의 살림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오정윤 _ 저는 2015년 서울시무용단에 입단하여 올해로 5년차 무용단원인 오정윤입니다. 작년에 『카르멘』으로 주역무용수로 데뷔했고, 중앙대학교를 졸업, 세종대학교 석사 졸업 이후, 많은 선생님들의 작품의 무용수로 또 안무도 열심히 공부하여 작품을 만드는 무용가의 활동과 더불어 쥬얼리 모델과 인플루언서 마케터 등 다양한 방면으로 열심히 활동 중인 꿈 많고 열정 가득한 무용수입니다.
심정민 _ 서울시무용단은 1974년에 창단돼서 올해로 4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문일지, 배정혜 선생이 단장으로 계셨던 초창기인 1980~1990년대가 전성기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은 그 당시에 서울시무용단은 국립무용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혁신적인 안무에 있어서 좀 더 앞서 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시대를 앞서가는 창작을 보기 위해 일부러 서울시무용단의 공연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생소할 겁니다. 왜냐하면 2000년대 들어 서울시무용단이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서는 두드러지게 침체기를 맞았기 때문이죠. 특히 정혜진 신임 단장 이전에는 연희 쪽 인사가 단장을 맡아 무용계에서 항의와 질타가 상당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무용단의 주요 활동에서 힘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작년에 단장이 공석이었던 몇 개월 간 한 가지 고무적이라고 느낀 것은 무용단의 연륜 있는 단원들을 중심으로 쇄신과 재도약을 위한 자문회, 합평회 등의 노력이 있었다는 겁니다. 신임 단장이 오기 전에 쇄신과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두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상 21세기는 창조성이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서울시무용단은 오히려 예산이 삭감되거나 시 차원의 간섭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단원들이 상당히 고생을 했을 텐데요, 이제 서울시무용단을 이끌어갈 단장이 새로 부임한 만큼 제일 먼저 창작적인 면에서의 재정비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술적인 면에서 창작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심정민 _ 국·시립 무용단이라면 예술적인 면에서 창작적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하게도 단장 직(職)에 적합한 ‘무용가’를 초빙하는 것입니다. 이후 해당 무용단에 적합한 스타일의 창작을 작품으로 구현해내야 하겠죠. 정혜진 단장 체제의 서울시무용단이 5월에 신작을 발표한다고 들었습니다. 많이들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만, 그전에 먼저 정혜진 선생께서 서울시무용단에서 추구하는 창작적 색깔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혜진 _ 저는 오래전부터 이미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늘 고민해왔습니다.
우리가 무용작품을 올리다 보면 관객들에게 흔히 ‘뜬구름 잡는 거 같다’는 말을 듣게 되곤 합니다. 춤추는 사람은 진지한데 관객은 이 작품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인거죠. 저도 그동안 안무작업을 해오면서 이런 문제에 봉착했었어요. 그렇다고 지나치게 설명적으로 작품을 전개한다면 작품 수준이 떨어져 보이고, 그렇다고 제가 고심 끝에 작품 속에 불어넣은 의미를 관객들이 너무 단순하게 해석해버리는 것도 싫었고요.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험도 했습니다. 그래서 창작무용을 하면서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해왔는데 가끔은 관객들이 작품이 멋있다며 박수를 쳐주면서도, 정작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우리 전통무용과 신무용의 경우를 보면, 신무용도 새로운 이슈를 가지고 무용의 흐름을 바꿔버린 거잖아요. 예를 들면 우리가 하고 있는 전통무용이라는 것은 동작의 연결과 나열이라고 본다면, 신무용은 그 주제 의식을 놓고 무대화한 거죠. 그것이 현대의 창작무용으로 넘어와서 지나치게 관념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관객과의 효과적인 소통이라는 오랜 고민을 새로운 길을 감으로써 해소해보고 싶다는 갈증을 늘 느끼고 있었고 그래서 서울예술단에서 일하고 싶어졌어요. 왜냐하면 서울시무용단은 뮤지컬적인 가무극을 통해 관객과 꾸준히 소통해온 단체이기 때문이죠. 저는 무용이 조금 더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할 때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극적 연출이나, 뮤지컬 연출을 참고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분야들로부터 받은 영감이 커요. 저는 뉴욕에 갔을 때 그곳의 예술가들이 하는 공연과 작업을 접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저는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무용하는 사람들의 과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용작품도 보다 많은 관객들이 보고 즐기고, 이해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무용가들끼리만 이해하는 무용이 아니라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무용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하는 예술가의 허울을 벗어야 되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관객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이어지면, 관객들도 보다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는 무용 작품도 기꺼이 보러갈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심정민 _ 정혜진 선생은 이전에 몸담았던 서울예술단과의 호흡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서울예술단이 대중성과 다매체성이 강하다 보니 선생의 역량도 적합하게 드러났다고 봅니다. 그런데 서울시무용단은 서울예술단과는 본질적인 목적과 방향이 다른 만큼 대중성을 추구한다고 해도 예술적 깊이와 대중적 수용력의 균형을 잘 맞춰야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서울시무용단만의 대중적 수용력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계시리라 봅니다만.
정혜진 _ 서울예술단은 일단 무용수, 뮤지컬 배우, 성악이나 극단 쪽 분들, 그리고 타악기를 다루는 분들로 나뉘어져 있어요. 서울예술단은 서로 다른 예술 전공자들이 모여서 융복합 공연을 만드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반면 서울시무용단은 무용인들이 중심이 되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작품을 통해서 나오는 색깔은 많이 다를 거예요. 하지만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점에서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서울예술단에 있을 때도 관객들이 서울예술단 공연에서 노래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접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서울시무용단에서도 다양한 장르와의 콜라보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용에는 무용만 있어야 한다고 할 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분야들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거죠.
심정민 _ 창작에서의 대중성에 관한 말씀을 하시고 계신데요, 우리나라도 문화 선진국을 향해 가고 있는 입장에서 시민의 감상 수준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중성이라고 한다면 낮추고 찾아가는 식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관객의 감상 수준을 끌어올릴 만한, 그러니까 예술적 깊이를 함양한 창작도 꽤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G아트센터에서는 해외 컨템퍼러리댄스를 매년 초청하고 있는데요, 일반 관객이 상당히 많습니다, 피나 바우쉬의 작품처럼 난해한 공연도 매진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도 이제 시민들의 문화 수준이 많이 높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예전의 대중성과 지금의 대중적 수용력은 차별화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넓게 보면 서울시무용단은 한국무용을 베이스로 해서 동시대적인 창작을 하는 단체잖아요. 최근 몇 년 간 새로운 창작 작품을 보면 시도 자체는 야심찬 경우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편이었습니다. 심지어 무용가들과 평론가들이 서울시무용단 단원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하락한 건 아닐까 걱정까지 했었고요. 그 우려를 잠식시킨 것이 작년에 『동무동락』이라는 한국춤 공연이었습니다. 『동무동락』 같이 서울시무용단의 전문성을 확고히 보여주는 공연과 함께, 새로운 창작 대작을 시도하고 젊은 기획을 통해 신선함을 부여한다면 연간 공연프로그램이 훨씬 탄탄하고 다양하게 느껴질 겁니다.
김진원 _ 저는 1990년대 초반 서울시무용단에 입단해서, 플레이어로서 배정혜 선생님 재임시절부터 여러 작품들을 같이 했습니다. 2004년부터는 총무를 맡고 있습니다. 물론 플레이어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작이나 단체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무용단의 주인의식이 심화되더라고요.
지금은 작품 출연 보다는 제작감독의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작감독 역할을 한 지가 거의 15년 가까이 된 것 같아요. 모든 무용단이나 예술단이 그렇듯, 우리도 국공립예술단으로서 공공성, 사회적 기능과 예술적 완성도, 새로운 시도를 통한 예술적 가치 창조 등등을 모두 충족시켜야 해요. 무용단이 여러모로 열악한 현실이지만 그런 점을 맞춰 나가면서 우리가 1년에 3건의 정기공연을 중심으로 많은 공연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번 5월에 『놋-N.O.T.』라는 작품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올립니다. 우리의 무한한 열정과 실력를 보여줄 수 있으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무용작품을 하는 거죠. 그리고, 하반기에는 ‘세종M씨어터’에서 민속춤 프로그램을 재구성해서 트렌드에 맞게 만들어진 신선한 우리춤 『동무동락』으로 여러분에게 다가갈 겁니다. 글로벌콘텐츠로서 진출할 수 있도록 참신한 세련미와 보편적인 미적가치가 담겨진 한류(K-culture) 로 부상하리라 기대합니다.
누군가가 정체성에 대해서도 말씀을 하시던데, 한국무용의 문화자산을 활용하여 레파토리 즉, 콘텐츠의 활성화를 통하여 우리 문화예술의 힘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12월 『더 토핑』 에서는 실험적인 다양한 콜라보를 계속하고 있으니 조만간 주목받을 만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아주 고무적인 생각이 듭니다.
서울시무용단의 역사를 돌아보면 1974년에 창단돼서, 문일지, 배정혜 단장님이 계실 때 한국 컨템퍼러리 댄스의 선두주자로 주목을 받았었고요. 그런데 중간에 법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서 우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시기가 꽤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우리 단원들의 문제도 있었지만, 사실은 더 큰 틀의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면서 우리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해서 재도약 하려는 갈증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단원들의 뼛속 깊이 사무친 게 있었어요. 춤에 대한 갈증, 자기표현 기회의 부족, 예술적 가치 충족을 채워주는 작품에 대한 허기 등의 종합적 갈증이었습니다.
서울시무용단은 1년 4개월의 공백을 깨고,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단원들이 출,퇴근 시간 개념을 버리고 다 같이 합심해서 발이 부르트고 근육이 터질 정도로 노력하고 있어요. 모두가 한걸음씩 나아가는 걸 지켜보면서 제 생각이 맞았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서로를 인정하고 기대했던 믿음이 공동가치 실현을 위한 출발 신호를 울린 것입니다. 우리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한 요즘입니다.
심정민 _ 무용단의 예술적 색깔을 내재한 대표 콘텐츠 개발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중국국가발레단의 『홍등』, 국립무용단의 『향연』 등은 양질의 콘텐츠(레퍼토리) 하나로서 단체의 고유한 예술색을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며 동시에 세계적으로 초청 공연을 통해 수익을 많이 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무용단의 위업을 넘어 해당 국가의 문화예술 이미지를 드높이는 콘텐츠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시무용단도 이제 침체를 딛고 재도약의 신호탄을 높이 쏘아 올려야할 텐데요,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정혜진 _ 그렇죠. 지금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연주단과 레퍼토리 개발 단체, 이렇게 나눠서 지원을 하는 입장인데 서울시무용단은 레퍼토리 개발 단체 쪽에 속해있죠. 단체에 대표적 레퍼토리가 없으면 그 단체는 자기 역할을 못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실패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성공하는 작품들을 낼 수 있도록 전략을 잘 수립해야 하죠.
이번에 공연되는 『놋-N.O.T.』이 서울시의 자화상(놋: 제주도 방언으로 얼굴) 같은 작품인데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의 광장이 워낙 시위를 많이 하고, 자기 의견을 많이 내보이는 광장이잖아요. 그것과 연관시켜 서울시의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레퍼토리로 정착이 될지 안 될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아요.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레퍼토리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적인 면에서 예산 및 단원 확충의 필요성
심정민 _ 이제 실질적인 면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예술가를 불러놓고 야심차게 새로운 창작을 하려고 해도, 일단 예산이 뒤받쳐줘야 제대로 된 실행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작년에 듣기로는 서울시무용단의 연간 공연사업비가 3억5천만 원 정도라고 하던데요. 지금 주요 공연만 3건이고 이외에 공연사업, 교육사업, 부대사업 등을 합치면 연간 사업이 상당할 듯합니다.
국립무용단의 『향연』의 경우 초연 당시 제작비가 6억 원이 넘고 그중 의상비만 2억 몇천만 원으로 압니다. 현재 서울시무용단으로선 상상도 못할 만한 액수의 향연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 사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극장 중 하나잖습니까. 그 극장 무대에 오르는 전속단체라는 의미는 상당히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인데, 현 상황에서는 그 무대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에 대한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무용계에서는 서울시무용단의 예산이 공연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것 아니냐, 예산 확충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 런지요.
김진원 _ 예전에 이런 얘기를 듣고 좀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같이 무용을 하며 동병상련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 ‘너희가 이렇게 예산이 없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왜 그동안 개선을 못했느냐’며 질타를 하더라고요. 외부에서 보면, ‘500만 원 가지고 나는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너희는 1년 예산이 3억이 넘는데 그 정도 작품밖에 못 하느냐’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에요. 그런데 최근에 이러한 문제 상황을 왜 여태 개선하지 못했냐, 능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은 거죠. 이 얘기를 들었을 때,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론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오히려 굉장히 반갑고 위안이 되더라고요.
우리가 극장이나 하드웨어적인 규모는 크지만 내실은 약해요. 외부에서 단장이 새로 올 때마다 적은 공연예산 때문에 단원들이 미안한 마음마저 들어요. 제작시장의 물가 등 현실을 알고 보면 말이 안 되는 예산이지요. 그런 예산으로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공연을 모두 한다는 건 비현실적 상황인거죠. 전임 모 세종문화회관 사장님은, 작품을 아주 기동성 있고 작게 만들어서 소형 공연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봐야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세종문화회관에 상주하고 있는 단체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서는 자부심이 있거든요. 그렇게 대극장이 있고, M씨어터라는 600석 규모의 극장이 있음에도, 소형으로 가야 한다니… 물론, 기동성 있는 작품이 필요 합니다. 그렇지만 예산상의 이유 때문에 그렇다면 패닉이 오는 일인거죠. 단체를 리메이크 해야죠. 그렇게 현실에 맞추다 보니 우리가 3년 정도 대극장 공연을 못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겪고 요즘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예술은 사회구조 상 모든 것의 밑에, 밑에, 밑에 있는 취급을 받는 것 같아 보여요. 그런 사회, 정치, 경제적인 현실에 너무 영향을 받으니 많이 안타깝죠. 비단 개인 예술가나 어느 예술단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문제이며 우리사회 전체의 문제잖아요. 그런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창작활동, 예술활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요. 지금 현실적인 문제에 너무 부딪치다 보니, 단장님께서도 우리가 맨땅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움직임, 춤밖에 없다는 말씀을 계속 하세요. 그렇지만 콘텐츠를 제작하는 환경은 그게 아니잖아요. 관람하는 관객들 입장에서 보면 종합예술로서 여러 가지 구성 요소들이 다 발현됐을 때 완성도를 느낄 수 있는데, 반면에 우리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거죠.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의견을 모아 대내외적으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우리가 열심히 뛰어서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해요. 항상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얘기를 하지만, 우리는 그런 걸 운운할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일단 몸 바쳐서 열심히 뛰어보고, 동력이 결집되면 한목소리를 내고, 외부의 아군도 만들면서 점점 개선 해나가고자 하는 게 우리 단원들 대부분의 의견입니다.
심정민 _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사장께서 공연예술과 특히 무용에 대한 이해와 호의를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정혜진 _ 김성규 사장께서는 굉장히 호의적이세요. 제가 서울시무용단에 지원하게 된 결정적 동기가 된 것 중 하나가 김성규 사장님의 인터뷰였어요. 이 분은 뭔가 생각이 다르고, 함께 뭔가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채가 있으면 지원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거예요. 그 분은 열린 마음으로 절실하게 노력하는 단체를 지원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이미 하셨고 실천도 하고 계십니다. 내년에도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계획 을 갖고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을 믿고 가는 거죠. 작업 환경이 많이 개선될 거라 확신합니다.
심정민 _ 예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마음이 굉장히 중요한데, 고무적이네요.
정혜진 _ 네. 예술감독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뒤에서 서포트해주고자 하세요. 우리가 이런 작품을 하는데 예산이 얼마가 필요하다고 말씀 드리면, 어떻게든 지원해주실 기세에요. 그래서 일이 힘들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그저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싶어요.
심정민 _ 최고 결정권자는 예술과 예술가를 존중하면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론 서포트를 하고 또 때론 방패 역할도 해야 하고요. 많은 기대를 불어 일으킵니다. 다음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인데요, 예산이 사업 규모에 못 미치다보니, 단원 확충 문제도 그동안 끊임없이 있어왔습니다. 그 문제에 대한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와 더불어, 국·시립 무용단이라면 티켓파워를 갖춘 스타플레이어를 전략적으로 키워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자질 있는 주역 발탁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정혜진 _ 스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단체라도 제일 중요한 건 단원들의 수준이죠. 단원들이 역할을 잘해줘야 그 단체의 작품도 빛이 나고, 단원 하나 하나가 단체의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보석’이라고 저는 자주 표현을 해요. 이 보석들이 다 같이 영롱한 빛을 발할 때 단체가 확 뜨는 거예요.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사람이 스타이고, 스타를 만드는 건 꼭 해야 할 일이에요. 옛날 국립무용단에는 드라마 위주의 작품이 많아서, 타이틀롤을 맡은 무용수가 스타가 되곤 했죠. 그 당시에는 그렇게 스타가 탄생되었어요. 그 이후에는 작품들이 대체로 이미지 중심의 작품으로 넘어가면서 무용계에 스타가 탄생하기 어려워졌죠. 군무의 앙상블을 통해 전체 작품의 이미지를 만드니까 어떤 한 사람이 탁 튀지 않는 거죠. 작품들의 성향이 변화하다보니 무용계의 스타가 없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한편으론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관객이 와서 봐주지 않으면 스타가 나올 수 없죠. 그래서 관객친화적인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해주거나, 유명한 예술가들과 같이 협업할 기회를 주어 주목을 받게 해주는 방법도 유용하다 생각합니다. 꾸준히 인재 발굴을 해서 서울시 무용단하면 떠오르는 스타들을 키우고 싶습니다. 스타성 있는 인재가 많아야 흔들림이 없는 확고한 단체가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단원 채용 문제를 보면, 세종문화회관 소속 단체가 9개에서 7개로 줄었어요. 각자 독립적으로 있던 단체가 합병되면서 7개 단체가 된 거죠. 그런데 이 7개 단체 전부가 다 단원 확충이 필요한 거예요. 뮤지컬단, 극단, 합창단 전부 다요. 우리 무용단도 이 문제로 고민이 많죠. 일례로 남자단원이 10명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서로 자기네 단체에 인력이 더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래서 단원 TO는 있지만 어느 단체에서 뽑느냐를 가지고 단체장들이 협의해서 사장님에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어느 단체가 양보 하겠어요? 현 상황에서는 우리 무용단이 순환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면서 단원 확보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단체들마다 다 같은 처지이기 때문에, 그냥 사람 더 필요하다 할 게 아니라 단원이 더 필요한 이유를 분명히 납득시켜야 해요.
서로 양보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인력을 더 확보해야 하는 논리가 필요한거지요.
현재 그 문제를 조율 중에 있습니다.
심정민 _ 오정윤 씨께서는 전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동하셨고 무용단에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데 단원 확충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최근 무용단 내 단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작년에 4개월 정도 공석이었다가 새로운 단장이 오셨는데 어떤지요?
오정윤 _ 사실 저는 2015년 예인동 감독님이 계실 때 입단을 했고 그 감독님의 임기가 끝나갈 때 무용단 생활을 시작하게 되다 보니, 제대로 단장님이 있을 때 무용단에 있어본 적이 없어요. 이제야 새 단장님이 오셔서 단장님이 계신 무용단에서의 생활은 처음이 된 상황이에요.
그러다보니 2016년 이 후의 작품들은 단장님이 공석인 상황에서 외부 안무자들의 작품을 소화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그중에 단원 확충 문제와 관련된 것이 큰 부분을 차지했어요. 정원에 비해 단원의 인원이 한참 모자라는 상황이라 항상 실질적 플레이어가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극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정기공연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단원들의 모자란 자리를 객원으로 충원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모자라는 인원에 대한 부분을 객원들이 채우다 보니 아무래도 서로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많이 생겼어요. 객원들은 프리랜서의 입장에서 우리 무용단의 스케줄에 온전히 올인 할 수 없고, 늘 부족한 예산에서 객원무용수를 섭외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들도 계속해서 발생하게 되고, 또 특정 공연만을 위해 섭외 된 무용수들과 무용단원들과의 공연에 대한 참여도와 애정도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인지라 매번 아쉬움이 남게 되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2016년부터는 서울시에서 연수단원 제도를 지원받으면서 객원무용수가 아닌 계약무용수들의 인원이 많이 늘긴 했지만, 올해만 해도 연수단원의 인원이 12명이지만 세종문화회관의 대극장을 채우기에는 여전히 모자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실질적 플레이어로서의 많은 부분을 소화해야 하는 젊은 무용수의 입장인 저 조차도 버거움을 느낄 때가 있어서 인원확충부분은 크게 대두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16년 말 이후 2년가량을 단장님 공석 상태로 지내온 단원들은 춤에 대한 목마름과 또 거기에서 이어지는 나태함에 많은 부분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었어요. 우리의 목소리를 한 데 모아주고 방향을 이끌어줄 캡틴의 부재가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외부의 우려까지 이어지는 시기였죠. 그 이후 2019년의 시작과 더불어 단장님이 부임하시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2년 동안 새로운 단장님을 오랫동안 기다리기도 했지만 또 어떤 분이 우리의 새로운 단장님이 되실지 우려도 많았거든요. 단장님이 부임하시고 2달여가량이 지난 지금 무용단은 정혜진 단장님만큼이나 에너지가 넘쳐요. 워낙 강하신 긍정에너지로 저희의 우려나 걱정을 일순간에 잠식시키셨어요. 그리고 함께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우리가 마음껏 춤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계세요. 지금 무용단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은 설렘도 있고, 짧은 기간만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우리 무용단의 발전에 대한 기대도 받고 싶어요.
심정민 _ 내부적으로도 단원 확충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필요하다는 입장이군요, 그러면 몇 명 정도 충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진원 _ 단원 충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기공연, 연계공연, 초청공연 등 크고 작은 각각의 공연에 맞게 구성이 필요한데 인원이 부족하여 애로사항이 크죠. 공연을 하다보면 무대에서 무용수끼리 서로 안 맞고 크고 작은 실수가 있는데, 짧은 연습기간에 단원과 객원 무용수간의 하모니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런 문제들이 있기도 합니다. 현재 정원 53명에 현원 35명입니다. 단장, 총무, 기획 등을 포함해서 35명입니다.
심정민 _ 잠깐만요, 35명에 단장과 행정 인력까지 다 포함되어 있는 건가요?
김진원 _ 네. 아마 제 기억으로는 IMF를 맞으면서 시에서 80% 운영을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최소한 단원이 43명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무대에서 구성과 안무가 나올 수 있고요. 그런데 그 부족인원을 객원으로 쓰면 객원이 오는 날도 있고 안 오는 날도 있어서 제대로 진행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IMF 즈음부터 결원이 생기기 시작해서 3년에 한 번, 5년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충원이 됐죠. 그래도 전에는 한번 충원할 때 몇 명씩은 할 수 있었는데, 갈수록 점점 충원 가능 인원이 적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한 15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단체의 존립 위기에 직면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인적 자원의 부족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인원에서 육아휴직자와 병가자로 발생되는 결원도 가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심정민 _ 저는 무용단원만 해서 35명인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단장, 행정인력을 다 포함해서 35명이면 너무 적긴 합니다. 얼추 세어보면 당장 무대에 설 수 있는 무용수가 스물 몇 명 정도밖에 안 되는 건데요.
김진원 _ 네, 최근에는 인턴 제도를 활용해서 상당부분을 채우고 있습니다. 단장, 총무, 기획, 트레이너, 병가자, 육아휴직자 등을 모두 포함해서 35명이니까 부족 합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채우기에는 너무 빈 그릇인 거죠. 선생님이 지난번에 얘기하신 개선해야 할 7가지 문제 중에 개선된 게 지금 없습니다. 그때 주장하셨던 게 벌써 몇 년 됐잖아요?
심정민 _ 제가 2015년에는 좌담과 리뷰를 통해, 작년에는 서울시무용단 자문회에서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몇 년 동안 달라진 게 거의 없더라고요. 그동안 무용단 내에 현실적 어려움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김진원 _ 그동안은 우리가 전략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우리만의 목소리를 내서 그게 외부로 전달되는 데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우리가 아무리 소리를 낸들 구조적인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들이 있어요. 이것저것이 부족하다고 하기 전에 작품으로 말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애로사항을 해결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 되어도 대내, 외적인 중장기적 전략을 잘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회의도 하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 4개월 동안 우리가 자체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자정의 노력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단장님도 오셨으니까 동력이 결집되고,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용계의 공공의 문제의식과 합일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심정민 _ 서울시무용단의 문제들이 사실상 서울시무용단만의 문제로 치부돼서는 안 됩니다. 무용계 전체가 나서서 공론화하고, 문제제기를 해야죠. 서울시무용단을 살릴 방안에 대해서 서울시나 세종문화회관에 요구도 해야 하고요. 그런데 요즘 무용계 분위기가 안 좋아요. 개개인이 창작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보니까, 굉장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 됐어요.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벌어져도 나만 피해 안 보면 된다, 또는 앞으로 내가 피해볼 수도 있으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발언을 안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전반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연극계만 보더라도 연극센터나 전용극장뿐 아니라 심지어 연극인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2호까지 나오고 있는데 말이에요. 연극인들이 일하러 갔을 때 자녀를 봐주는 돌봄 서비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요즘에는 국립아동청소년공연예술센터를 건립하고자 공청회를 연다고 합니다. 무용계랑은 굉장한 차이가 있죠.
무용계에 큰일이 벌어지고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공론화를 하지 않고 합의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다른 예술계에 비해서 소외되고 도태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무용계가 서울시무용단의 상황을 공론화하여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개선 및 발전방향을 도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실상 우리나라 발레계가 세 장르 중에 가장 선진화, 전문화, 대중화를 잘 이뤄낸 장르이지 않습니까, 그게 가능했던 것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셜발레단이 자전거의 양쪽 페달처럼 주거니 받거니 전진을 해서 발레계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초창기에 서울시무용단이 국립무용단과 함께 그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예산은 국립이 더 많았을지 모르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안무에 있어서는 서울시무용단이 훨씬 인지도가 있었지요. 서울시무용단이 다시 1980~90년대의 위상을 되찾아 한국무용의 창작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래야 한국 무용계도 보다 다채로운 원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공공의 의식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달라진 무용단 분위기와 5월의 신작 『놋-N.O.T.』
심정민 _ 정혜진 단장께서 취임하시고 무용단의 분위기가 쇄신되고 고무된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을 오정윤 단원께서 말씀해주시죠.
오정윤 _ 굉장히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 무용단의 전성기 시절을 지낸 이후 무용단 자체에서 오는 슬럼프, 또 무용계에서 받는 평가와 더딘 성장과 더불어 그 옛날의 영화같은 작품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의 행보를 이어가면서 우리 단원들이 많이 지치고 목 말랐던 것 같아요. 외부에서 안무자들도 오시면서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오너의 부재로 늘 가능성만 보여주는데 그치다보니 우리 안의 나태함에 갇히기도 하면서요.
그런데 단장님이 새로 오시면서 무용단의 트레이닝 강도가 강해졌어요. 춤이라는게 워낙에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이 강하다 보니 다양한 부분과 더불어, 일관화 되어야 하는 부분에 대한 방향을 확실히 가지신 분께서 단장님으로 오시다 보니 다시 무언가를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더불어 알아간다는 생기로 활력돋는 분위기가 공존하게 되었었어요.
우선 처음 오시자마자 하신 일이 기본을 알려주시는 것이었어요. 단장님의 부재시절 이루어지지 않았던 체계적인 클래스가 다시 시작되고 거기에 더불어 몇 배는 강해진 강도의 트레이닝을 갑자기 소화하게 되니 처음에는 온몸에 근육통이 생기고 많은 양의 진도에 힘들어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클래스를 하는 시간 내내 양 볼이 빨개지실 정도로 함께 춤추고 땀 흘리시면서 열정을 몸소 보여주시니 단원들은 힘들어하면서도 그것이 불평이 될 수 는 없어지더라구요.
또 단장님이 부임하시고는 전성기 시절에 무용단에 계시던 선배님들이 춤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어요. 정말 멋있었던 것 중 하나는 선배 단원들 중에서 ‘누군가 한 명이 해내면 모두 할 수 있는거야.’라는 말씀을 하시는 데 뭔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게 약 두 달간의 짧은 시간동안 정말 많은 열정들이 꿈틀대기 시작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부임하시고 단장님이 단원들과 처음 미팅하실 때, ‘우리도 NDT처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어요. NDT라니,. 무척 부끄러웠어요. (웃음) NDT가 세계 최고의 무용단인 것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항상 아이돌처럼 늘 바라보고 동경하던 무용단인데, 우리의 가능성을 NDT에 빗대어 평가해 주시다니, 민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두달 만에 제작발표회를 성공적으로 해내시고 단원들의 열정을 깨우시고 기량적인 부분을 끌어올리신 걸 보면서 정혜진 단장님이 계신 우리무용단의 2~3년 뒤에는 ‘우리가 NDT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의 SDT정도는 될 수 있겠다’라는 희망과 꿈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처음에는 우리가 군무를 하면서 피로감이 컸죠. 왜냐하면 예전보다 강도가 몇 배는 강해졌으니까요. 다른 무용단처럼 클래스를 진행하는 게 몇 년 만이었고요. 그렇지만 지금은 다들 전보다 더 열정적이에요. 예전에는 안 맞는 부분에서 피로감과 귀찮음을 느꼈었다면, 이제는 각자가 어떤 자리에 있고 어떤 몫을 해내는지에 대한 책임감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선배님들은 여느 무용단들보다 우리가 더 빛을 받던 시대를 다시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신 것 같고, 저는 그동안 다닌던 곳과는 다른 무용단에 새로이 입단한 느낌이에요.
활기가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기대도 커요. 처음에는 춤을 추면서 ‘우리가 과연 이런 것들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연습을 하면 되지 않는 것이 없더라구요. 불가능 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춤으로 재창작되어가는 것을 직접 체감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의 두려움과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단원들이 스스로의 개별 연습도 많이 하려고 하고, ‘과연 어떨까?’라는 분위기가 두 달 만에 ‘할 수 있다’는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여느 직장이나 다름없이 얼른 가자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는데 이제는 스스로를 위해, 우리 무용단을 위해 각자의 몫을 충분히 해내자는 분위기에요. 한두 사람이 마음을 모으면서 점점 변했고, 휴일에도 나와서 안무에 기여하고 싶다는 단원들도 있어서 쉬지 않고 하고 있어요. 굉장한 변화인 것 같아요. 일반 회사에 빗대자면 야근과 주말특근을 자발적으로 하자는 것이니…
이런 변화를 보면서 정혜진 단장님이 계신 우리 서울시무용단에 더 기대가 되어요. 단순한 기량의 발전에 더불어 무용수들의 심리적 변화까지 이끌어내신 걸 보면 앞으로의 저희 무용단의 모습은 더 발전적일 거라고 생각해요.
심정민 _ NDT가 롤모델이라니 정말 대단한 사고(?)를 칠 수도 있겠는데요, 제작과정이나 훈련과정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무대 위에서 관객의 뜨거운 박수를 받게 되면 예술가로서 자긍심과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반대로, 과정은 편한데 무대에서는 질타를 받는다면 예술가로서 그것만큼 수치스러운 것은 없습니다. 편하고 쉽게 하면서 뜨거운 박수를 받는 법은 없습니다. 무대는 절대로 거짓을 고하지 않습니다. 노력한 과정 그대로가 함축되어 투영된다고 보면 됩니다.
김진원 _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봐요. 좀 전에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 대해서 얘기하셨는데요. 아마 매튜 본이 10월에 한국에 5번째인가 6번째로 오는 것 같아요. 전석매진도 여러 번했고요. 결국 그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장점을 살려서 글로벌한 문화 콘텐츠의 자산, 가치를 창출한 거잖아요? 우리 서울시무용단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안 되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고 시도하다 보면 어떤 결과물이든 분명 생산될 거라고 봅니다.
저는 그동안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의 체질 개선을 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레퍼토리, 그러니까 한국적인 무용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콘텐츠가 생기면 좋겠어요. 그게 하루아침에는 안 되겠지만, 올바른 방향성이 잘 정리가 된다면 점진적으로 자기 자리를 찾아갈 거라고 봐요. 그러다 보면 결국 아스팔트가 잘 깔려서 모두가 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되겠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인바운드에서만 멈추지 않고,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게 우리의 소망 입니다. 우리 단원들도 저와 비슷한 희망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사실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은 스스로 인정하고요. 방금 말씀하신 대로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우리 출,퇴근 일과가 깨졌어요. 긍정적인 면으로요. 내가 원하면 6시, 7시 이후 까지도 있는 거죠.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거예요. 그런 노력들이 보태져서 켜켜이 쌓인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BTS가 5조가 넘는 가치를 가지게 된 그 밑바닥에는 엄청난 분석과 데이터가 있었을 거예요. 우리도 이렇게 고생했던 시간이 토양이 되어 새로운 단장님을 모시고 올바른 베이스를 꾸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심정민 _ 서울시무용단에 대해 기대가 큽니다. 이번 좌담도 서울시무용단의 쇄신과 재도약에 대한 기대로 시작한 겁니다. 그 기대감의 핵심은 인적 인프라예요. 단장, 행정인력, 단원 모두가 서울시무용단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확인한 점은 고무적입니다.
김진원 _ 제가 그 부분에서 하나 덧붙이고 싶은데요. 예전에 우리가 무용을 배울 때는 시키는 걸 수동적으로 학습해서,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단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굉장히 열려 있고 깨어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무용계를 선도하면서 무용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는 전통, 민속, 한국춤만 추지 않고 거기서 벗어난 지 오래됐습니다. 다만 그걸 외부에 알리지 못한 거죠. 지방이나 해외공연에서 간혹 열악한 현장 상황으로 제대로 일이 안될 때 ‘어떻게 하나?’ 하고 동분서주 하곤 해요. 한 번은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인데, 여러 가지가 꼬인 상황이었지만 단원들이 바닥의 에너지까지 다하는 모습에서 매우 뿌듯한 자긍심을 느꼈어요. 진정한 프로의 모습에 박수를 치고 싶었죠. 이런게 서울시무용단의 모습인데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못했어요.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죠.
게다가 단원들이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잠재력, 다양성, 테크닉, 열린 마인드가 있는데도 그런 것들이 대내외적으로 알리지 못했고 우리의 자랑이 되지 못했던 점은 아쉽게 생각해요. 그런데 이렇게 알아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니까 감사하네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앞으로 서울시무용단은 제2의 도약을 하리라 확신합니다.
심정민 _ 정혜진 단장께서 현 시점에서 모든 중책의 핵을 맡게 되셨네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웃음)
정혜진 _ 많은 분들이 저의 5월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기대에 찬 질문도 많이 하세요. 그리고 단원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면 어깨가 많이 무겁습니다. 지금 단원들이 모두 정말 힘들 거예요. 요즘에는 무용수들에게 엄청난 춤의 에너지를 요구하는 작품들을 하고 있잖아요. 저도 무대에 서 본 사람이라 그 고됨을 이해하기에 한시도 연습실을 떠나지 않고 단원들과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 불가피한 일 아니면 늘 단원들과 함께 있으려고 해요. 앞으로도 저는 단원들과 모든 것을 함께 한다는 각오로 리더 역할을 할 생각이에요.
제가 서울시무용단을 직접 겪어 보고 놀란 점이 있어요. 제가 서울시무용단에 부임하게 되었다니까 주변사람들이 오랜 전통을 가진 단체가 낯선 리더에게 부릴법한 텃세에 대한 염려랄까 그런 걱정들을 했었어요. 사실 저도 마음속에 걱정이 없었다면 솔직하지 못한 거겠죠.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우리 무용단을 잘 알지도 못하고 한 걱정이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사실 저는 근무 시간을 넘겨서까지 일할 생각은 없었는데 단원들이 저를 심적으로 지지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퇴근도 반납하고 일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단원들은 늦게 남아서까지 안무 작업에 도움되는 역할을 자원하거나, 안 되는 부분을 계속 연습하고 가고요. 9시쯤에도 단원들이 퇴근하지 않고 땀흘리고 있길래 왜 여태 안 갔냐고 물었더니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연습했다고 해요. 그래서 전 이렇게 열심히 하는 단원들을 위해서 제가 가진 모든 걸 쏟아야겠다고 다짐했고 꼭 성공시켜야겠다는 동기를 갖게 되었어요. 지금 5월 무대를 위해서 함께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작품이라 단원들과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공연예산 같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혹여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김진원 _ 제가 과정을 잠깐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놋-N.O.T.』이라는 작품을 하게 됐는데요. 지난해 하반기쯤에 2019년도의 작품을 구체화할 시기가 됐었어요. 그 당시에 단장이 공석인 관계로 자체적으로 진행 했었습니다. 신작 공연이 정해지고, 정혜진 단장님 임명 후, 5월까지 100일 정도의 시간을 남겨 놓고 우리가 정해놓은 주제를 꺼내서 말하기가 난감 했습니다. 예술가는 제품을 조립해서 생산하는 개념이 아니고, 잘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것인데…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어진 상황이 있다 보니까 저희가 그렇게 달려가고 있는 거예요. 아무튼 지금 상황은 그렇게 부여된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단기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단기적인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잘 발전해가는 모습을 향후 작품들을 통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몇 번의 작품을 통해 일신우일신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셔야 해요.
과도기를 겪으면서 거듭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니 한 번 더 애정어린 관점으로 봐주시고 서울시무용단에게 시간을 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서서히 비상하는 서울시무용단의 행보를 보실 수 있을 거라 약속드립니다.
심정민 _ 지금의 말씀으로 충분히 상황을 이해합니다. 정혜진 단장께서 더 빨리 임명장을 받으셨어야 됐는데 상황이 그러질 못했네요. 연간 라인업이 이미 끝난 이후 임명이 되셔서 어느 정도 정해진 틀 안에서 창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국·시립 무용단의 시스템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해를 하실 겁니다. 오늘 많은 기대 속에서 서울시무용단의 쇄신과 재도약을 위한 논의를 펼쳐봤습니다. 2~3년 후에는 이것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 일련을 성공사례로서 다시 한 번 좌담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오늘 제작 발표회를 마치자마자 좌담을 위해 달려오셨는데 장시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