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8일 인쇄
2019년 4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4월호 통권 518호 |2019년 7월 19일 금요일|
 

관무기

 

춤출 권리의 소유?
- 드와이트 로든·네타 예루살미




윤재상(尹在祥)(Art Management NYC LLC 대표)

* 컴플렉션스컨템포러리발레단 드와이트 로든 안무 『바흐 25(Bach 25)』(2월19일~3월3일 조이스 극장)
엘빈에일리무용단(Alvin Ailey American Dance Theatre)의 수석무용수였던 드와이트 로든(Dwight Rhoden)과 데스몬드 리처드슨(Desmond Richardson)이 1994년에 창단한 컴플렉션스컨템포러리발레단(이하 컴플렉션스)은 탄탄한 발레의 기본을 바탕으로 다문화성의 예술적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창단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작품을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해 무용단의 역사성을 보여준 작품 『그때부터 현재까지(From then to now)』를 포함해 총 10개의 작품을 2월19일부터 3월3일까지 조이스극장에 올렸다. 그중 단연 돋보였던 작품은 뉴욕 초연인 『바흐 25』였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와 그의 아들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Carl Philipp Emanuel Bach)의 음악을 사용했는데 작품 제목도 작곡가의 이름과 무용단 창단 25주년을 기념해 『바흐 25』라고 지었다.
『바흐 25』의 무용수들은 발가벗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피부색 의상을 입고 있다. 이들은 감정에 가득 찬 신체의 선을 이용해 에너지 넘치게 움직이며 보는 이를 숨 막히게 한다. 안무가가 만들어낸 의도된 혼란스러움은 틀 안에 가둬져 적절히 통제된다. 무용수들의 완벽에 가까운 기교와 열정은 시각적 완성을 이루어내는데 그 완성된 시각적인 효과와 바로크 시대 작곡가 부자(父子)의 음악이 결합해 30분짜리 작품을 순식간에 지나가게 만들어버린다. 컨템포러리와 발레 기술이 완벽하게 조화된 교과서적인 안무기법을 보여준 걸작이다.
미국의 다문화 무용단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이 컴플렉션스의 특색이다. 단원들의 구성도 백인, 흑인, 남미계와 동양인까지 그리고 눈에 띄게 키가 큰 여성 무용수, 아주 작은 남성 무용수, 대리석 조각처럼 완벽한 체격과 근육질의 무용수, 그리고 조금은 살쪄 보이는 무용수 등등. 이들은 흡사 외인부대의 용병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 그만큼 인종의 다양성이 주 무기인 컴플렉션스가 올해는 다른 안무자의 작품은 하나도 없이 드와이트 로든의 작품으로만 구성해 공연을 꾸인 것은 의외의 발상이었으며 큰 아쉬움을 남겼다. 기존처럼 수석안무가나 초빙된 다른 안무가들의 색깔이 들어간 작품들이 같이 올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것이 ‘컴플렉션스다운’ 모습이었을 텐데 말이다.

* 네타예루살미무용단 네타 예루살미 안무 『파라모더니티즈(Paramodernities)』(3월14~17일 뉴욕라이브아츠)
한국에서는 생소할 네타 예루살미(Netta Yerushalmy)는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안무방식을 사용하면서 관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는 뉴욕의 현대무용가이다. 본거지인 뉴욕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인정받고 있다.(본지 2019년 2월호 춤정보 『발란신, 포시, 그리고 에일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 참고)
『파라모더니티즈』는 기존 무용 대가들의 작품들을 그녀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해체한 뒤 다시 이를 재조립해 만든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현대적인 것이 초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네타 예루살미가 재조명한 안무가들은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 바슬라프 니진스키(Vaslav Nijinsky),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 밥 포시(Bob Fosse),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그리고 앨빈 에일리(Alvin Ailey)로 작품은 인물별로 구분해 6개의 소작으로 쪼개져 구성된다. 열거된 예술가들의 자료를 연구한 학자나 관련된 사람들이 무대로 올라와 대본화된 학술 논문이나 자료를 낭독하는 것으로 작품음악을 대신한다.
네타 예루살미는 기존 작품들을 철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며 무용 대가들의 이념이 현재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지에 대한 사례들을 만들어 보여준다. 『파라모더니티즈』가 만들어지기까지 방대한 자료들이 수집되고 그 수집된 자료들이 철저하고 치밀하게 조사되었음이 보는 내내 느껴진다.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울 대가들을 감히(?) 재조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었던 데에는 견고한 이론적인 배경 덕분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에 더해 무용수와 해설자를 무대에 동시에 세우고, 간이 의자를 무대 위에 배치해 관람석을 만들고, 중간 휴식시간에도 일부 무용수가 공연을 지속하는 등 형식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변화를 시도한 것도 신선하다.
“춤이 일종의 지식이라면 어떤 종류입니까?”, “누가 춤을 출 권리가 있습니까?” 등의 사변적 질문이 공연 시작 전 그리고 두 번의 중간휴식 시간에 무대에 투사되고 “너는 자유롭기를 원하지 않니?”라며 반복적으로 내지르는 외침을 마지막으로 총 4시간의 길었던 공연이 마무리된다. 질문마다 철학적 깊이와 도의적 숭고함이 내포되어 있어 날카롭게 뇌리와 가슴에 파고든다. 새로운 시도로 접근한 새로운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