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8일 인쇄
2019년 4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4월호 통권 518호 |2019년 7월 19일 금요일|
 

공연평

 

전통에서 컨템포러리까지 한국춤의 다양한 면모
- 조세 몽딸보·「대한민국전통춤문화제」




심정민(沈廷玟)(춤평론)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국춤은 그 세월만큼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우리 고유의 전통으로부터 신전통이나 창작뿐 아니라 급진적인 컨템포러리에 이르기까지 한국춤은 어떻게 보면 각기 다른 모습을 지녔기 때문에 서로 반발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하나의 거대한 본질 안에서 한국춤의 확산과 발전을 위해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월의 초중반에 한국춤의 매우 다른 모습을 드러낸 두 가지 공연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 국립무용단 조세 몽딸보 안무 『시간의 나이』(3월15~17일 LG아트센터)
먼저 3월15~17일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의 『시간의 나이』는 한국춤의 컨템포러리댄스화(化)를 혁신적으로 추구한 작품으로 설명될 수 있다. 컨템포러리댄스의 주요 특질이라면 분야 간 융복합으로 들 수 있는데, 이는 주로 무용과 타 예술분야 사이에서 일어나지만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인 부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한국무용으로 특성화된 국립무용단과 프랑스 현대무용가 조세 몽딸보가 협업한 『시간의 나이』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십자형 크로스오버를 실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접근하자면, 국립무용단과 조세 몽딸보는 각각 한국과 프랑스라는 국가의 문화를 배경으로 하여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동해왔다. 그 둘의 만남 자체가 도전적인 크로스오버라 할 수 있다. 특히 ‘전통과 현대는 상충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섞이고 공존하는 것이다’라는 조세 몽딸보의 말처럼, 비키니를 입은 여성과 융복(조선 군사복식)을 입은 남성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우산을 씌어주는 장면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로 작용한다. 그밖에도 무용과 영상의 크로스오버 또한 실현되어 있다.
『시간의 나이』는 2016년 초연에 비해 전체적으로 정비된 인상이다. 여기저기 보강을 거쳐 작품을 완성도를 높였는데 가장 두드러진 보강은 제3장 볼레로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중심에서 장현수는 장악력 강한 몸짓과 기합에 가까운 구음으로 볼레로 음악의 특성, 이를테면 반복 속에 점진을 적절하게 이끌어 갔다. 볼레로 특유의 포옹의 힘을 단계별로 끌어올리는 역량을 발휘했다고나 할까.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강한 구음을 지속함으로써 이따금씩 지나치다는(too much)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그녀에 의해 초연 때 허술할 정도로 약했던 제3장 볼레로 부분이 종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3장의 히로인이 장현수였다면, 1장과 2장의 보다 정제되고 유려한 흐름을 이끈 이는 김미애였다. 그녀들은 주축 무용수일 뿐 아니라 안무지도위원으로서 역할하면서, 안무 및 연출을 맡은 조세 몽딸보나 조안무를 맡은 윤상철과 조엘 이프리그를 탄탄하게 받쳐주었다.
4년차 레퍼토리인 『시간의 나이』는 이제 거의 완성된 버전의 면모를 갖추었다. 국립무용단과 조세 몽딸보의 보다 탄탄해진 협업을 통해 컨템포러리한 한국춤의 가능성을 제대로 관객에게 전달한 것이다.

* 한국전통춤협회 「2019 대한민국전통춤문화제」(3월2~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이에 앞서 3월2~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2019 대한민국전통춤문화제」가 있었다. 한국전통춤협회(이사장 채상묵)는 그동안 전통춤의 전승 교육, 학술 연구, 진흥 및 대중화, 국제 교류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창설된 지 7년째를 맞이하여 대한민국전통춤문화제를 개최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전통춤 4대 명무상’을 신설하였다.
그 첫날에는 김미영의 『태평무』(군무), 안상화의 『살풀이춤』, 김진원의 『한량』, 박은화의 『십이체장고춤』(군무), 안덕기의 『승무』, 윤미라의 『진쇠춤』(군무), 서한우의 『버꾸춤』(군무)이 펼쳐졌으며 이튿날에는 안남순의 『춘앵전』(군무), 김리혜의 『화무십일홍』, 김근희의 『경기검무』(군무), 김숙자의 『심실초』, 채상묵의 『승무』(군무), 정명숙의 『살풀이춤』, 김진흥의 『지전춤』, 이길주의 『호남산조춤』(군무)이 펼쳐졌다. 평자는 첫날 관람하였다.
협회 차원의 사업들이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아무래도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한민국전통춤문화제」를 통해 한국 무용계를 이루는 상당수의 무용가들이 갖가지 전통춤을 무대 위에 펼쳐놓았다. 다만 성과발표회 같은 춤 공연도 없지 않았으며, 특정 춤의 이수자가 다른 춤을 춤으로써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였다. 한편 서한우의 『버꾸춤』(군무)의 경우 흔히 볼 수 없는 전통춤을 해당 춤 보존회의 리더가 직접 실연함으로써 의미와 가치뿐 아니라 흥과 멋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각 전통춤을 작품화하는 과정에서 전개나 의상 혹은 춤사위에 있어서 다소의 변화를 꾀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프로그램 책자에 명시한다면 좀 더 관객에게 친절한 공연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무용과 같은 공연예술은 철학자 넬슨 굿맨(Nelson Goodman)에 의하면 재생 가능하고 기록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필적인 예술로 정의되었다. 대상의 모든 미묘함과 복잡성을 표기할 필요는 없다는 전제 하에 무용의 전통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승하는 무용가에 따라 어느 정도 자의적인 해석이 불가피함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 모습 그대로라는 보증은 할 수 없는데, 이러한 특질조차 일정부분 수용가능한 분야가 무용과 같은 공연예술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일반 관객은 전통을 고수하는 춤이나 전통에 변화를 준 춤을 구분하기 어려운 관계로 주최 측에서 좀 더 섬세하게 배려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이튿날 낮에는 「1회 대한민국 전통춤 4대 명무 수상식」이 거행되었는데, 전통춤 4대 명무인 한영숙, 강선영, 김숙자, 이매방의 예술정신을 계승하고 창성하는 데 이바지한 무용가에게 각 명무의 이름을 딴 상을 수여하였다. 올해는 한영숙상에 이애주, 강선영상에 이명자, 김숙자상에 김운선, 이매방상에 김정녀가 수상하였다.

한국춤은 현재 전통, 신전통, 창작, 컨템포러리 등의 경향이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여기서 다룬 두 공연은 양극단에 있지만 여전히 한국춤의 영역에서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면모의 한국춤이야말로 여러 갈래의 표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임을 인지하고 서로 충돌이 아닌 상호 존중을 통해 한국무용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더불어 나아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