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8일 인쇄
2019년 4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4월호 통권 518호 |2019년 5월 23일 목요일|
 

자전거살롱

 

자전거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미국식 영국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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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우(全相宇)(여행작가)

지난 글에서 자빠링이 내 탓이었다고 고백했는데 이 고백을 거둬들여야겠다. 며칠 전 그 때 넘어진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며 무심코 오른쪽 브레이크 레버를 잡았는데 뒷바퀴의 브레이크가 움직임이 없다. ‘어?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나?’ 이번엔 왼쪽 레버를 당기니 그제야 뒷바퀴 브레이크가 움직였다. ‘아하! 그때 넘어진 게 바로 이 탓이구나!’ 이 자전거의 브레이크가 거꾸로 되어있는 거였다. 그때 이 자전거로 내리막을 달리다 속도를 줄인다고 오른쪽 레버를 당긴 것이 앞 브레이크를 잡은 꼴이 되었으니 넘어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들거나 판매하는 자전거는 왼쪽이 앞, 오른쪽이 뒷 브레이크를 잡는 프랑스나 미국식을 표준으로 한다. 자동차도 운전대가 왼쪽에 있어 우측주행을 하는 미국식과 그 반대인 영국식이 있듯이 영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 등은 자전거 브레이크가 거꾸로 붙어있다. 우리도 일본식 자전거 브레이크 방식을 따르다가 2009년 KS 규격 규정을 바꾸면서 프랑스식으로 바꾼 거다. 그런데 내가 탄 자전거는 영국산이었던 것이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두 바퀴 자전거의 원조들이 발명되었을 때만 해도 브레이크라는 건 생각도 않았다. 그냥 두발로 땅을 차며 엉덩이를 안장에 얹고 가다가 속도가 떨어져 넘어지려 하면 다시 두발로 땅을 차는 식이라 브레이크로 늦출 속도랄 것도 없었다. 그러다 체인과 페달이라는 구동계가 바퀴를 돌리게 되면서 빠른 주행이 가능해지자 브레이크의 필요성이 대두했는데 초창기의 프랑스 자전거는 뒷바퀴에만 브레이크를 달았다. 아직은 브레이크의 성능이 좋지 않아 힘을 꽉 주어야 브레이크가 작동을 하는 정도였으니 자연스레 힘이 더 센 오른손으로 브레이크를 잡도록 발전을 했고 오늘날까지 뒷 브레이크를 오른쪽 레버로 잡도록 표준화되었다.
이와 견주어 이탈리아나 영국에는 코스터 브레이크(페달을 뒤로 돌리면 제동이 되는 브레이크)가 초창기부터 유행하면서 핸들에는 브레이크 레버가 없었다. 20세기에 들어 와서 점점 빨라지는 자전거의 속도를 안전하게 제어해야 할 필요성에 앞 브레이크가 등장하는데 이를 작동시킬 레버를 프랑스에서는 남아있는 왼쪽으로, 영국이나 이탈리아에서는 자연스레 오른손잡이용으로 핸들 오른쪽에 달게 되었다.
어느 나라 방식이 더 합리적인가 하는 데는 답이 없다. 그런데 이 표준화에 혼란이 오게 되면 표준화라는 게 없느니만 못한 꼴이 된다.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가속기가 제작사 달고 싶은 데로 달려 나올 때의 혼란을 생각해보라.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내가 탄 그 자전거의 국내 유통사에 문의하니 몇 해 전부터는 우리 표준에 맞게 나온다고 한다. 다행이다. 나 같이 표준화의 함정에 빠져 넘어지는 이가 더는 없겠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자전거 핸들 한 가운데에는 한글로 ‘앞뒤 브레이크를 동시에 사용해야 안전합니다’라고 경고문이 적혀있다. 이 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유통할 자전거에는(의무적으로) ‘오른쪽 레버가 앞 브레이크’ 라고 적어 두어야 하는 방식이면 어떨까.
봄이 되어 자전거라도 타야겠다고? 타기 앞서 브레이크 확인부터 해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