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8일 인쇄
2019년 4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4월호 통권 518호 |2019년 11월 16일 토요일|
 

음식살롱

 

맛자랑의 으뜸인 여수의 ‘정다운 식당’
-




김종필(金鍾弼)(음식칼럼니스트·중앙고 교장)

여수는 중화학 단지인 여천공단이 배후에 위치하고 있어 호남의 타 지방도시보다 경제적으로 풍요함을 누리고 있는 곳이다. 여수공항의 이용률도 다른 지방공항보다 훨씬 높고, KTX도 운행되고 있어서 남해안의 통영이나 거제, 남해 등보다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좋다. 2012년에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KTX와 도로 등 SOC가 확충되고, 2014년에 해상케이블카가 놓였으며,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까지 합세하여 여수 관광 열풍을 일으켜 관광객 방문 1위 도시가 되기도 했다. 세상사가 늘 양면성이 있듯이 여수의 관광 열풍에는 난개발과 환경 파괴, 지나친 상업화, 전국적인 지자체의 케이블카 열풍의 선두주자로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5060세대는 여수하면 엑스포, 케이블카, 밤바다보다 뛰어난 먹거리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우리나라 삼천리 어느 곳이나 맛이라면 손을 꼽을 만한 먹거리가 있지만, 그 중에도 남도음식이 맛 품평의 맨 앞쪽에 서있을 터이다. 남도의 맛있는 먹거리 중에 여수처럼 입맛을 당기는 음식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곳도 드물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지니고 있는 갓김치만이 아니라, 풍부한 해산물을 식재료로 한 갯장어 샤브샤브, 장어탕, 새조개, 바지락탕, 멍게젓 등 헤아릴 수가 없다. 하지만 사실 여수의 먹거리도 예전만 못하다. 여수 사람이 아니더라도 여수를 오래 다녀본 사람이라면, 20여 년 전만 해도 어느 골목 어느 식당에 가도 밑반찬 하나까지 다 맛있는 노포가 천지였음을 기억하리라. 하지만 방송에 한 번 정도 언급되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로 알려진 곳이 수두룩하지만, 예전에 그런 맛집을 찾기는 아쉽게도 그리 쉽지 않다. 워낙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라 주재료의 뛰어남이야 어디 안 가지만, 상에 깔려진 수많은 음식은 이미 예전의 맛이 아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노포가 널린 여수의 구도심인 봉상동에 있는 ‘정다운 식당’은 식객의 저자인 허영만 화백이 다녀가서 이름이 제법 났다고 하는데, 탕전문 음식점으로 주음식부터 밑반찬까지 두루 맛있는 흔치 않은 집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여수엔 전국적으로 이름난 뛰어난 식재료가 많지만, 서울 사람들에겐 아주 생소한 물고기로 기막히게 감칠맛이 나는 먹거리를 만들어 낸다. 횟감으로도 좋지만 뼈에서 맛있는 국물이 우러나온다는 쏨뱅이, 아귀와 생김새를 겨뤄 절대로 지지 않지만 탱글탱글한 살점의 맛이 좋은 세미, 곰치나 물곰과 헷갈리나 국물 맛이 끝내주는 물메기 등으로 끓이는 탕의 풍미는 진정 팔도 제일이 아닐까 한다. 대부분 생물도 아닌 산 생선으로 탕을 끓인다는 믿기지 않는 집인데, 맑은 탕의 맛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겨울철에 별미인 맑은 물메기탕은 담박하면서 시원하게 속을 풀어주어 전날 술을 먹지 않고 온 게 후회될 정도로 숙취 해장에 이만한 먹거리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여수의 대표음식인 갓김치를 비롯해서 찬으로 깔리는 돌게장, 젓갈, 굴무침에 무나물, 파래무침, 멸치볶음까지 그 어느 하나 젓가락이 아니 갈 수 없는데, 주인장이 먹어 보고 제 맛이 안 나면 버리고 다시 만든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아울러 탕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마른물메기찜과 생선구이도 강추한다. ☎ 061-641-0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