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8일 인쇄
2019년 4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4월호 통권 518호 |2019년 11월 16일 토요일|
 

영화살롱

 

블랙클랜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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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朴泰植)(영화평론)

미국 최고! 지난 2~3년간 이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할 때 마지막으로 이를 외치면 자리에 모인 모든 청중이 입을 모아 크게 화답한다. “America First!” 솔직히 이 함성의 출처가 어디인지 잘 몰랐다. 그저 미국인들이 뭉치도록 힘차게 외치는 구호 정도로 여겼는데 「블랙클랜스맨(BlacKkKlansman)」(스파이크 리 감독, 극영화/스릴러, 미국, 2018년, 128분)이라는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다. 미국의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단체 KKK단의 구호라는 사실을. 의외의 발견이었다.
1978년 흑인 경찰 론 스툴워스(존 데이비드 워싱턴)가 콜로라도 스프링스 지역에 지원한다. 이곳 경찰서에 요즘 큰 골칫거리가 생겼는데 흑인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폭력의 기운이 감도는 상황이다. 론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흑인지도자 카마이클의 강연회에 가서 정보를 캐내오라는 것이었다. 과메 투레라는 아프리카 식 이름으로 바꾼 카마이클은 콜로라도 대학의 흑인학생회에서 초청한 인사다. 강연회에 잠입한 론은 학생회장인 패트리스(로라 헤리어)를 만나고, 강연을 듣는 중 마음이 움직여 스스로 자랑스러운 흑인임을 깨닫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이제 흑인으로서 미(美)의 기준을 새로 정해야 합니다.”
론의 다음 임무는 스프링스 지역 KKK단에서 꾸미고 있을지 모를 테러를 방지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장잠입을 해야 하는데 론은 흑인인 까닭에 동료형사인 필립(아담 드라이버)이 투입된다. 그러니까 KKK단과 전화 통화는 론이 하고 실제로는 필립이 론인 척 활동하는 형태다. 때맞춰 스프링스 지부를 격려하기 위해 KKK단 본부에서 데이빗 듀크(토퍼 그레이스)가 방문하고 그 자리에서 뜻하지 않게 필립이 지부장으로 천거된다. 흑인을 증오하는 척 하는 론의 전화 통화에 듀크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블랙클랜스맨」의 성격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러 범죄물로 분류하지만 코미디 요소가 상당히 들어가 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전작들을 훑어보면 같은 경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범죄영화가 주는 긴장감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낸다.
영화의 끝 무렵에 감독은 기록화면 몇 개를 넣었다. 2017년 8월 버지니아에서 인종차별 주의자들과 흑인운동 세력이 대규모로 부딪쳤던 사건 자료들이다. 서로 치고받는 폭력사태가 빚어졌고 마지막에 트럼프까지 등장한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변호하는 그의 연설은 역겹게 들릴 정도였다. 이는 분명 UN본부가 있는 인권국가 미국의 대통령 모습은 아니었다. 이쯤에서 과메 투레의 연설 일부가 다시 떠오른다. “지금도 우리는 길거리에서 개처럼 쓰러져 죽어갑니다. 인종주의자 백인 경찰들이 쏜 총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인종차별’이란 현재형 어휘인 것이다. 훌륭한 이야기 덕분에 이 영화는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았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2020년 선거에서 반드시 대통령을 바꾸자는 구호를 외쳤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주의가 현재형임을, 따라서 흑인들은 절대 긴장을 풀어서 안 된다는 경고를 담고 있는 장면이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이었다면 이런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