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8일 인쇄
2019년 4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4월호 통권 518호 |2019년 11월 16일 토요일|
 

만화살롱

 

표절, 악마의 유혹
-




장상용(張晌傛)(만화평론)

만화계에서 심심할 만하면 툭, 불거져 나오는 문제가 표절이다.
일간스포츠에서 연재만화를 담당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내가 관리하는 연재만화의 배경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주인공과 배경을 담아낸 문제의 컷은 얼핏 보아선 전혀 이상이 없었다. 자세히 보니 배경 부분에 일본어가 깨알처럼 숨어있었다. 그림 작가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그림 작가는 “마감이 너무 급해서 일본 만화의 배경을 사용했다”고 고백했다.
사실 많은 분량도 아니고, 외부에서 지적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한 번 눈감고 지나가도 될 법한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글 작가가 알게 됐다. 표절 행위 등을 묵과하지 못하는 성격이던 글 작가가 가장 비분강개했다. 글 작가는 스스로 징계를 내리는 차원에서 연재를 종료하는 방향으로 스토리를 급선회했다. 큰 무리 없이 연재가 끝났지만 표절의 후유증은 작품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와 멀지 않은 시기에 스포츠투데이는 신문 1면에 표절과 관련해 연재만화를 종료한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채를 소재로 한 「돈줄」이라는 만화였다. 이 작품을 연재한 글, 그림 작가 모두 수년간 ‘표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요즘은 네이버 연재만화들이 표절로 입방아를 찧고 있다. 2008년 김선권의 「수사 9단」이 표절 논란을 빚어 작가가 공식 사과했다. 지난해에는 김성모의 학원물 「고교생활기록부」, 최근에는 정종택의 학원물 「대가리」가 트레이싱 의혹을 받고 네이버에 의해 강제로 연재 중단을 당했다. 트레이싱이란 투명한 종이를 밑에 두고 그림을 똑같이 베끼는 행위를 뜻한다. 그 외에도 몇몇 작품이 현재도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중이다.
만화, 웹툰의 표절은 소설보다 의혹이 명확하다. 모델과 베낀 작품의 그림을 좌우로 나란히 비교해보면 한 눈에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컷이 한 둘이 아니고, 여럿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웹툰의 경우 댓글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되기도 쉽고, ‘매의 눈’을 가진 독자도 많다. 예전보다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
표절은 남의 창작을 훔치는 행위다. 표절 작가는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쌓은 명예를 단박에 잃는다. 그럼에도 왜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걸까? 한마디로 욕심 때문이다. 극심한 경쟁 환경 속에서 지름길로 가서 성공하고픈 욕구를 이기지 못한 탓이다. 표절은 악마의 유혹이라 볼 수밖에 없다.
네이버 연재 4회 만에 표절 논란으로 하차한 「고교생활기록부」. 김성모 작가는 팀을 꾸려 이 작품을 연재했고, 데생맨이 일본 만화 「슬램덩크」 일부를 트레이싱했다. 김 작가는 감수를 했지만 그 컷들의 트레이싱 여부를 걸러내지 못했다. 당시 나는 김 작가와 이 문제로 통화를 했다. 그는 “데생맨이 과욕으로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 설마 그런 식으로 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면서 “나는 명예를 잃었다. 하지만 변명하지 않겠다. 다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진짜 억울한 경우도 있다. 작가가 잘 알지도 못하는 작품과 표절 시비가 걸리기도 한다. 어딘가에서 보았던 것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없으란 법이 없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명제는 예술이란 사과에 악마가 묻혀놓은 독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