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춤기행

2019년 8월13일, 윤나라 안무의 『이센셜 이모션(Essential Emotion)』 듀엣 작품을 준비하여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내 나이에 외국으로 공연을 가는 경우는 드물고, 게다가 이전까지 군무 공연으로만 외국 페스티벌에 초청받았었는데, 듀엣을 외국에서 한다는 것에 대한 설렘과 걱정이 반반이었다. 우리의 작품은 두 사람이 한 사람처럼 15분 동안 많은 양의 체력과 집중력으로 끌고 가야하는 만큼, 체력 소진도 상당했기에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항공편이 한창 시위가 이어지던 홍콩을 경유해 걱정이 있었으나, 무사히 텔아비브에 도착하였다. 공항에서 나와서 픽업 버스를 타고 일단 텔아비브에 있는 수잔델랄센터(Suzanne Dellal Center) 공연장에 도착하여 공연에 관한 일정들을 듣고 극장을 둘러보고 아직 호텔이 체크인 시간이 아니라 각자 점심을 먹고 극장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호텔에 문제가 생겨 남자 7명이서 한방을 쓰게 예약이 되어 있었으나. 우리가 이야기를 해 방을 하나 더 잡아서 5명이 방을 쓰게 되었다. 처음엔 걱정이 되었으나 그래도 막상 지내보니 처음만 불편하였고 서로 이해도 되며 화목도 잘되어 괜찮았다.
첫날은 근처에 있는 바다가 예쁘다고 해서 나라 형과 같이 근처를 돌다가 바다 한번 보고, 내 동기이자 지금은 바체바무용단 정단원인 김천웅 무용수를 만나 이스라엘의 맛집과 좋은 곳을 많이 추천받아 바다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갔다. 정말 맛이 기가 막혔다. 진짜 바다 바로 옆에서 있어서 그런지 오징어가 너무 쫄깃 탱탱하고 새우는 말할 것도 없고 피쉬 앤 칩스 생선 튀김은 겉은 바삭하면서 안에 생선은 탱글하니 감탄을 멈추치 못했다. 그만큼 비싸기는 했지만 언제 또 이스라엘에 와서 이런 맛있는 걸 맛보고 경험하겠나 하는 생각에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첫 공연 전, 대기실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있었다. 타지에 와서 이 작품을 첫 공연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더 큰 부담감으로 다가온 게 이유였다. 그리고 그 날 공연 전에 조명 리허설 때 못다했던 조명 저장 작업과 조명감독님과 조율, 런스루, 드레스 리허설을 하고 나니 체력도 떨어지고, 부담감도 더해왔다.
그래서인지 나라 형도 공연이 끝나고 “왜 그렇게 떨었어? 혹시 첫 공연이라 긴장했어?”라는 물음을 내게 해왔다. 그래도 첫날 공연은 좋은 경험과 조언으로 마무리 하였다.
첫날 공연 이후 안무가와 관객들 간의 대화의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안무가인 나라 형의 대화를 객석에서 보았다. 다른 작품 안무자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생각과 리허설 때 보았던 그 기억을 다시 다르게 해석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네 개의 작품이 다 달라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적극적인 관객의 질문에 또 새로운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불안정한 첫째 날이 가고 마지막 공연 날이 왔다. 첫날 너무 긴장했다는 부담감이 아직 있었으나, 나에게 이런 첫 공연은 오히려 좋은 경험이었다. 그만큼 더 생각할 수 있고 다르게 접근해서 공연에 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오롯이 첫날 공연에 대한 기억과 그 느낌만을 가지고, 내 부족한 점을 채우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날 드레스 리허설은 역시나 그 생각들을 가지고, 최소한의 힘으로만 런스루를 돌았고, 더욱 작품에 몰입하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 팀 차례가 되고 그 전 시간에 생각했던 것과 차분함으로 진행하였다. 결과는 생각보다 아주 좋았다.
나는 무난하다고 생각했지만, 안무가인 나라 형이 이번에 아주 좋았다 했고, 공연 5회 정도 한 실력이 나왔다고 칭찬해주었다. 안무자가 그렇게 좋은 기운으로 말해주니 더 뿌듯하고 의미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케어해주는 디렉터 분이 나라 형한테 우리 작품을 보면서 “뭔지 모를 슬픔과 감동이 든다”라고 개인적으로 말해줬다고 했다. 현대무용의 느낀 점이나 평은 정답이 없는 장르이기 때문에 모든 코멘트가 다 좋았다.
그렇게 공연 마지막 날 기분 좋게 육완순 선생님 주관 아래 극장 근처 수잔델랄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겼고, 모두 약속 한 것처럼 숙소에 와서 다들 바로 뻗어 버렸다. 피곤한 건 매한가지였나 보다. 다들 너무 수고했고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우리 모두 8월 19일 한국에 무사히 귀국하였다.
앞으로도 몇 나라에 초청되어 이 『이센설 이모션(Essential Emotion)』이라는 작품으로 공연 또는 투어를 갈 예정인데, 어떤 새로운 느낌과 영감이 다가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