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

* 강원도립무용단 윤혜정 안무 『아바이』(8월31일, 원주백운아트홀)
강원도립무용단이 창단 20주년을 맞이하였다. 그동안 강원도립무용단은 강원문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고, 특히 최근 몇 년 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알리는 선봉으로 소임을 다하였다. 이번에 창단 20주년으로 특별 공연한 『아바이』(윤혜정 예술총감독 및 안무)도 강원도의 과거와 현재의 일상적 담론을 그려낸 작품으로 단순한 구조이지만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며 대중과 소통하였다.
제목에서 유추되듯 이 작품은 실향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 이후 고향에서 가장 가까운 강원도에 정착하여 언젠가 통일이 되면 그리운 고향에 가고자 한 것이 반세기가 훨씬 넘은 실향민을 삶을 조명하고 그들의 아픔과 그리움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바이』는 크게 프롤로그, 1장 아바이 마을, 2장 그들은 실향민, 3장 콘서트-추억여행, 4장 전쟁의 상처, 5장 살아남은 자의 슬픔, 6장 돌고 돌아 만나리,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서사구조를 지향하면서도 연대기적 시간 흐름과 실존적 현재성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며 맺음과 풀림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초반부는 갯배를 타고 여정을 즐기는 젊은이의 활기찬 모습과 실향민의 슬픔을 대비적으로 그려내고, 중반부에서는 실향민들의 젊은 시절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면서도 노년이 되어 망향의 쓸쓸함에 대한 이야기를 춤과 영상, 노래로 풀어내었다.
이러한 구성은 안무에서도 동시대적 요소가 짙게 묻어나면서 무게감을 주다가 풀림의 장치에서는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며 대중과 함께 호흡하면서 즐거움을 전해 주어 감흥을 배가 시킨다. 3장 콘서트-추억여행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가요를 수용하여 흥겨움을 주었고, 5장에서는 가요 ‘봄날은 간다’의 애절한 음조 속 독무가 서정적 자아와 마음을 함께하면서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교차적이지만 기승전결의 서사구조는 구전가요 ‘돈돌라리’에 이르러 처연함과 숙연함의 복합적인 심정을 응축시킨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내 고향으로, 부모 형제 두 손 잡고 살고 싶소’라는 가사에서 느껴지듯 앞서의 미시적인 역사 흐름은 이 노래로 카타르시스의 감흥을 전해주고 있다. 또한 종결에서 실향민에 대한 경외와 헌사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자들에게 대한 상징적 표현을 담으며 에필로그에서는 해소를 주었다.
이 작품은 무용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가 결합된 무용콘서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는 레뷰(revue) 형식을 지향하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점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부분이 통속적인 면모로 비추어질 수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별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사이사이 영상을 통해 실향민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드러낸 장치도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었다. 여기에 현존의 이야기를 담아낼 때는 군무에서 나오는 조화미와 질감 있는 표현 방법의 몸짓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와 표현은 이 작품이 지니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렇게 강원도립무용단이 하나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강원도의 일상담론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편적으로 분절되어 밀집되지 못한 흐름도 없지 않지만 이번 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형이상학적 미학보다는 대중성과 지역민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고자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더욱 강하다. 20년 동안 그래왔듯 앞으로도 강원도의 정체성을 깊이 있고 다루고 무용을 통해 강원문화 원형의 새로움을 전달할 다양한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