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후기

캐나다에 사는 의사 친구 K는 매년 이맘때 「통영국제음악제」 기간에 맞춰 방문하여 집안일을 보고 음악제에 참석하는 일정을 갖는다. 금년도 그러니까 지난주 불쑥 카톡이 왔다. ‘통영에 와라!’ 이번에는 피아니스트 김성진이가 지휘한다고도 알려주었다. 질풍 같은 서울 생활 어디 시간 내기가 쉬운가,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이번도 함께 통영을 방문하지 못했다. 그래도 사실 그는 나의 버킷리스트다. 함께 통영은 못가도 나는 언젠가 그의 집 – 록키산맥 입구 제스퍼를 방문할 것이다. 어제 그는 서울을 떠나면서 전화했다. 이번 통영음악제에서 박찬욱 감독과 3일을 함께 했다고, 「야소주반」이라는 좋은 식당도 알게 되었다고. 멀리는 못가도 이번 달 음식살롱에 나온 계동 「밀양손만두집」은 꼭 찾아봐야겠다. (顯)



낙엽을 태우면서
[이효석]

… 벚나무 아래에 긁어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의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얕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가득히 담겨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가제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깨금 냄새가 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 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음영과 윤택과 색채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꿈을 잃은 헌출한 뜰 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오로지 생활의 상념에 잠기는 것이다 …




이번 달 좌담은 예술경영센터와 SK가 요즘 함께 하는 사업에 대해 SK 담당자 김도영 부장과 센터의 홍사웅 본부장을 모시고 정희창 한국춤평론가회 회장 사회로 들어보았다. 기업의 새로운 문화지원정책 방법인 ‘사회공헌’에 대해 설명하는 전문적인 대화 속에서 나는 무엇보다 그래서 결국 우리 무용가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무엇인지 찾기에 바빴다.
점심때 다녀보는 대학로 뒷골목, 요즘 부쩍 문 닫힌 집들이 많다. 몇 달째 텅 빈 동숭아트센터, 그렇게 오래 비워놔도 괜찮은 것인지 그 앞을 지날 때면 대학로 앞날을 보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주간•조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