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7일 인쇄
2019년 12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12월호 통권 526호 |2020년 1월 23일 목요일|
 

관무기

 

대전도 문화예술의 중심이고 싶다
- 황재섭




연진호(延珍昊)(한국원자력연료 부장)

* 대전시립무용단 황재섭 안무 무용극 『군상(群像)』(10월31일~11월1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몇 해 전 주차 편의상 대전예술의전당에 들른 적이 있었다. 이응노미술관이 거기 있는 걸 그때 알았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바로 고암의 그림을 감상했다.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대표작 「군상」을 마주했을 때 저 많은 ‘군상’ 중에 내 위치는 어디쯤일까를 상상했었다. 거장은 실존을 반추하게 하는 힘을 가졌단 생각을 했다. 흐리거나 진하거나, 가운데 섰거나 모서리에 섰거나, 춤추거나 곧추섰거나, 위치와 몸짓이 어떻든 간에 존재들은 군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겸손을 배웠다.
지난 10월 말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좋은 춤 공연이 있다는 추천을 받았다. 시립무용단에 새로 취임한 예술감독이 이응노와 윤이상의 예술을 모티브로 해서 첫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거라 했다. 이응노의 그림이 춤으로 어떻게 형상화될까가 궁금했고, 무엇보다 윤이상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기대감이 증폭됐다.
세계적 음악 거장 윤이상. 유명세만큼 그의 음악을 들어보지는 못했다. 다만 그가 연루된 유럽 유학생 간첩단 사건을 왜 ‘동백림사건’이라고 부르는지가 궁금했었다. 한자 세대가 아닌 탓이겠지만, ‘동백림’이 ‘동베를린’의 한자식 표기라는 걸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 후로도 통영에서 ‘윤이상음악제’가 매년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윤이상 음악을 들어볼 기회도 의지도 없었다.
객석이 가득 찼다. 모두 나처럼 한껏 기대하는 눈치다. 막이 오르고 무용수들이 무대로 쏟아져 나왔다. 무용수들의 몸짓과 표정을 자세히 살피려 애썼다. 고암의 그림이 무대에 재현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사불란함이 매혹적이었고, 군무 속에서 무용수들은 저마다의 춤사위로 관객을 유혹했다. 무대 뒤쪽 거울에 무용수와 객석의 내가 오버랩될 때 나도 그 군상 중 하나가 되었다. 윤이상의 현대음악도 춤사위 속에 녹아드는 것 같았다. TV 화면에 비친 매스게임을 제외하곤 군무를 본 적 없는 나로선 처음 느끼는 예술적 감흥이 있었다.
이응노미술관에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윤이상 음악도 본격적으로 들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으니 나의 이번 공연 관람은 성공적이었다. 성공적 관무(觀舞)의 기회를 준 대전시립무용단도 관심 갖고 지켜봐야겠다 생각했다.
공연 다음 날 기사 검색을 했다. 언론사 불문, 칭찬 일색이다. 기사 내용도 대동소이. 대전 지역 뉴스라 그런가, 좋은 공연이었으니 당연한 건가 이해하면서도, 나에게 비평적 시각을 제공할 기사들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지역은 일종의 문화적 변방의식이 있다.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는 물론 문화 예술적으로도 그렇다. 이럴 때 이응노미술관 같은 곳은 지역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장소다. 변방의식을 해소할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립무용단의 『군상』이 대전만의 ‘군상’이 아니라, 이응노와 윤이상이 세계적인 것처럼 세계적 『군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여 대전도 변방이 아닌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다. 관계자들의 작품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