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7일 인쇄
2019년 12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12월호 통권 526호 |2020년 4월 3일 금요일|
 

영화살롱

 

앳 퍼스트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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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朴泰植)(영화평론)

오래전 영화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1977)을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 후로 외계생명체와의 접촉을 다룬 영화들이 많이 생산되었다. 생각나는 작품들로는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의 「컨택트」(1997)와 드니 빌뢰브의 「Arrival」(2016) 등이 있다. 물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공상과학 영화라는 의미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아주 그럴 듯한 작품이 나왔다. 「앳 퍼스트 라이트」(At First Light, 제이슨 스톤 감독, 극영화, 2018년, 91분)라는 영화다.
세계 각 나라는 외계에서 오는 신호를 잡기 위한 전파수신기를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매번 규칙적인 신호만 들어오다가 만일 불규칙한 신호가 잡히면 이는 외계의 무엇인가가 지구와 접촉을 원한다는 의미가 된다. 몇 년 전 중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고 미국은 청정지역인 사막에 거대한 수신기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컨택트」과 동일한 설정이다. 그러나 「앳 퍼스트 라이트」에서는 외계의 신호가 알렉스
(스테파니 스콧)의 몸과 접촉하면서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사막으로 유도된 신호가 인간의 몸을 따라잡은 것이다.
갑작스레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은 알렉스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변 사람들도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녀의 변화는 당연히 이상 현상이나 초능력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남자친구 숀(테오도르 펠르랭)의 할머니가 전신마비 상태에서 갑자기 멀쩡해지고, 손을 놓았는데도 칼이 공중에 떠 있고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일 따위다. 이런 신기한 현상에 대해 알렉스 자신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이들이 설명할 수 있겠는가. 아마 외계 문명과의 처음 접촉이 있다면 그런 식으로 이루어질지 모른다. 형태도 언어도 없이 그저 반짝이는 빛으로만 다가올 뿐이다.
영화에는 외계생명체가 내려 보듯 조감도(bird’s eye view) 기법의 촬영 장면들과 사물을 무심하게 응시하는, 판단중지의 장면들이 몇몇 나온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또한 영화 초반에 잠깐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정책 연설과 알렉스를 위험한 존재로 여겨 격리시키려는 정부의 정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감독의 의도를 짐작하게 해 주었다. 특히, 알렉스가 빛으로 분해되어 날아가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감독의 상상력과 연출력이 출중했다. 같은 주제를 다룬 이전의 작품들과 차이가 나는 듯 안 나는 듯, 그러면서도 할 말 다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이야기의 깔끔한 구성은 전체 작품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작가주의 감독’의 냄새가 풍길 정도였다.
살다보면 영문도 모르게 일어나는 일들이 종종 있다. 갑자기 온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가 다음 날이면 씻은 듯이 낫고, 쓰레기통에 휴지를 던질 때 왠지 성공할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쏙 들어가고, 아침부터 무엇인가 불안하더니 멀쩡하던 차가 갑자기 길에서 멈춰 선다. 이런 때 드는 생각은 ‘병원에 안 가기를 잘했지, 역시 나의 조준 실력은 탁월해, 진즉에 정비소에 한 번 가고 싶더라니’ 등이다. 그러니까 인간에게는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설명이 불가능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과학적인 접근방법으로는 알렉스에 대해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