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7일 인쇄
2019년 12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12월호 통권 526호 |2020년 4월 1일 수요일|
 

음악살롱

 

개막공연부터 화제 일으킨 1회 강릉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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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만(李相萬)(음악평론)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전세계 사람들의 눈을 끈 것은 경기 그 자체의 결과보다는 개회식의 공연 특히 드론을 이용한 볼거리는 세계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경기장등 거대한 시설물들에 우리말 이름이 붙어있지 않고 로마자로만 표기된 아쉬움을 보고 나는 “얼이 빠진 평창올림픽” 이라는 짤막한 글을 쓴 일이 있다. 계간으로 나오는 「글의세계」에 쓴 글로써 읽어보신 분이 많지는 않았지만 인천 아시안 경기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전 문화체육부장관 김연수 씨가 저한테 격려의 말을 남긴적이 있다.
큰 행사일수록 모든 면을 꼼꼼히 살펴야하는데 사실상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강릉영화제의 발상이 언제부터 시작된지는 알수없지만 내가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일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불과 석 달밖에 되지 않았다. 어쨌든 이 거대한 국제적인 행사를 짧은 기간동안에 이루어낸 것은 “빨리빨리” 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속성이 잘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짧은 시일안에 이룩해놓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제는 첫해부터 세계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영화제가 된 것은 확실하다.
잘된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김동호 조직위원장 같은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이 나는 대목이다. 나는 이 영화제를 시작하는 날 참관하는 영광을 가졌다. 국제적인 행사를 많이 해본 나로서는 본능적으로 구석구석 살피어보는 것이 내 버릇이다. 우선 안내책자에는 포스트와 로고에 대한 설명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흔히 있는 인사말도 간결했다. 500자 이내로 제한한 것 같다.
그렇지만 김동호 조직위원장의 짤막한 글에도 이 영화제에 대한 성격과 방향이 함축되었다. 이 영화제가 다루는 분야는 문예영화다. 문향이라고 자랑하는 강릉의 문화적 정체성과 정서를 반영했다고 공감한다. 특히 이 영화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홍준 씨가 모든 책자의 제작도 감독했고 꼼꼼히 살폈다는 증거가 마지막 책을 만든사람들의 명단 속에서 살필 수 있었다.
내가 이 영화제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 대목은 개막공연작 「마지막 잎새」를 상영함과 동시에 열린 씨네콘서트이다.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이 콘서트는 1912년 미국에서 알리스비볼라쉐라는 여성이 만든 12분짜리 무성영화를 상영하면서 배경음악으로 지명권이라는 한국작곡가의 작품을 강릉시립교향학단이 연주한 것으로 참으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예술적 작업이었다. 이로써 강릉영화제의 격이 높아졌다. 끝으로 이 영화제는 지역의 문화, 한국의 문화를 격상시키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한다. 한글로 된 로고도 새로 만들어 주기 바란다. “다울” 이라는 제작그룹을 책임진 작곡자 지명권의 명함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하는 글귀가 실려져 있었다.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