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7일 인쇄
2019년 12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12월호 통권 526호 |2020년 5월 27일 수요일|
 

동물원살롱

 

동물명칭에 대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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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연(魚京演)(서울대공원 동물원장)

우리말에서 동물 이름은 그 생김새나 소리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십장생의 한가지요, 기풍이 고고하여 옛 선비들의 시와 화폭에 즐겨 담았던 두루미를 살펴보자. 두루미는 우는 소리가 ‘뚜루루루 뚜루루루~’ 라고 들리는 데서 유래하여 ‘두루미’라고 불리게 되었다. 해부학적으로는 기관의 구조가 긴 코일형태로 말려 있어 마치 트럼펫, 나팔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띠기 때문이다. 두루미의 한자어는 학(鶴)이다. 어떤 사람은 두루미와 학이 각각 다른 동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어로 두루미는 ‘크레인(crane)’이다. 두루미의 라틴어 그루스(grus), 일본어 츠루(tsuru)도 모두 들리는 울음소리에서 기원하는 것이다. 또한 무거운 물건을 줄에 매달아 옮기는 기중기를 영어로 크레인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그 형태가 목이긴 학처럼 생긴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1909년에 창경궁에 조성되었던 창경원이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이다. 사실상 일본에 의해 계획되고 건설된 것이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75년간 그 곳에 있다가 1984년에 현재의 서울대공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동물전시장 마다 새로운 푯말에 동물이름을 붙여야 되는데 창경원에서 이미 전시되던 호랑이, 표범, 반달곰, 늑대, 두루미, 황새는 그대로 쓰고 영어 및 학명을 함께 표기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동물은 아니지만 코끼리, 기린, 코뿔소, 고릴라, 침팬지, 사자, 하마, 악어, 타조와 같이 이미 잘 알려진 동물도 고민할 것 없이 영어, 학명을 병기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되는 동물들이 많았으니 이 동물종에 대한 한글명칭을 짓는 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서울대공원 초대동물원장인 故오창영 동물부장이 집필한 「한국동물원80년사」에 따르면 창경원 당시의 동물보유현황은 130종 891수였다. 하지만 새로 생긴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창경원 보다 그 규모가 커 수많은 종을 세계 각지에서 수입하여 1984년 개원 당시에 391종 4,108수였으니 160종이나 늘어난 것이다. 대부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동물이니 만큼 한글 이름이 없어 애를 먹었다. 일런드, 시타퉁가, 스프링벅, 니얄라, 새이블앤틸롭, 그레이터쿠두처럼 우리말 이름을 짓기 어려운 종은 영어 명칭 그대로 외래어로 받아들인 것도 있고, 큰개미핥개, 흰코뿔소, 검정코뿔소, 북극곰(Polar Bear)처럼 영어이름을 우리말로 직역하여 정해진 이름도 있다. 당시 외국에서 들여온 수없이 많은 야생동물들의 한글이름을 정하기 위하여 생물학자, 국어학자, 동물원전문가 여러 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되었다. 동물원 정문을 통과해서 광장을 지나면 처음 관람객을 맞이하는 동물이 빨간 깃털을 가진 예쁜 홍학이다. 요새는 이 홍학을 멀리서 발견하면 동물푯말을 볼 것도 없이 “우와 플라밍고(Flamingo)다” 하면서 걸음을 재촉하는 아이들이 많다.
참고: 두루미_정수리 부분은 깃털이 아니라 빨간 살갗이 덮여 있어 단정학(丹頂鶴)이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