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7일 인쇄
2019년 12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9년 12월호 통권 526호 |2020년 4월 3일 금요일|
 

춤 스크랩북

 

흑백寫眞속에만 나의 靑春이
- 영상대




조동화()

칼라사진이 나오면서 사진에 의지하는 나의 추억 같은 것들이 많이 가셔져 버렸다. 역시 나는 구세대적(舊世代的) 사고(思考) 속에서 사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사실 나의 젊음은 흑백사진 속에서만 찾을 수 있으니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오늘의 눈으로 보면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우스꽝스런 나의 옛 모습. 말하자면 북한식(北韓式) 머리에 넓은 바지. 미군 구제품 파카옷 차림의 그런… 고생스런 시대의 표정의 흑백사진들― 설혹 그렇더래도 그 속엔 나의 영원한 젊음이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칼라사진부터의 나는 이미 늙었고 오히려 화려한 색채 그것 때문에 나의 늙은 몰골이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내가 어찌 칼라 시대를 찬양할 수 있겠는가.
옛 사진 속에서 대하는 ‘나’와 오늘의 나는 언제나 반갑고 의미를 갖는다. 사람은 역시 자기를 사랑하는가 보다. 혹 사진 뒷장에 연대(年代)같은 것이 써 있으면 그것이 또 그렇게 나를 즐겁게 할 수가 없다. 언제나 젊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 테지.

중학교 2학년 때 그러니까 45년 전 어머니와 우리 네 형제가 주을(朱乙)온천 계속의 줄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사진도 서울서 살던 누나의 유품(遺品)이기 때문에 내 손에 들어온 것. 모든 사진들은 남하(南下)할 때 고향에 그대로 두고 왔다. 거기엔 나의 모든 것이 있는데….
어떻든 그 사진 속의 누나는 20년 전에 죽었고, 누이동생은 이북에 그대로 남아 있고, 그때의 젊은 어머니는 90의 ‘메기’가 되었다. 허나 이것을 보면 울고 싶도록 정다운 우리 식구의 옛날이 머물어 있다.
그러나 사진은 그것과 상관있는 사람에게만 뜨거운 것. 나 역시 내가 빠져 있는 사진엔 흥미를 느끼지 않으니까. (단 애인의 사진은 제외) 결국 내가 사랑하는 줄다리 위의 이 사진도 마침내 한 장의 무의미한 종이로 버림받게 될 테지. 그러면 나의 한 세상은 이 땅 위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

영상 1981년 12월호

필자 : 함북 회령 출생, 서울대 약학과 졸업. 건국대 전임. 유한양행. 동아방송. 現 月刊 춤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