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한동안 ‘공유경제’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떠돌았다. 자동차를 공유하는 우버, 숙박 시설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 등이 선봉장이었다. 국내에도 여러 공유경제 프로젝트들이 선보였다. 재화를 여럿이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은 크게 보였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정의할 수 있는 20세기 자본주의 경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도 여겨졌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서비스의 질적인 문제와 함께, 공유경제라는 이름 아래 쓰고 버려지는 노동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의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는 공유경제가, 심하게 말하면, 공유경제 노동자의 고혈을 빨아먹고 성장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혹은 경영 측면에서만 보는 공유경제는 장밋빛이다. 하지만 사회 구조 측면에서 공유경제를 보면, 특히 그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앱 기반의 혁신경제를 자처하는 공유경제는 이른 나이부터 첨단기술을 받아들인 밀레니얼 세대, 즉 2030 세대에게 가장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유경제는 말은 그럴싸하지만 ‘임시노동’, 필요한 시점에만 노동자를 호출하는 방식인 ‘적시 일정 관리’, ‘대량 정리해고’가 모두 가능하다. 이런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에게 차별은 일상다반사이고, 언어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노조를 결성할 권리가 없으며,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조차 요구할 수 없다. 저자가 공유경제를 “노동자를 착취하는 수법을 기술적으로 혁신한 결과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이유다. 실제로 공유경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기업의 처지에서는 아무런 책임이나 의무도 지지 않고 “1만 명을 10~15분간 고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일이 끝나면 1만 명의 노동자는 “증발”하고 만다.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공유경제가 지난 수 세대 동안 쌓아 올린 노동자 보호장치를 파괴하고 있으며, 노동자 착취가 만연했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고 있는 셈이다.
운전을 맡기고,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소정의 이용료만 내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공유경제 노동자들은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공유경제의 세계에서 노동자들은 위치추적 서비스로 감시를 당하고, 아무리 어려운 일도 거절하기 힘들고, 화장실에 갈 자유도 보장받지 못할 때가 많다.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인종에 따라 일을 얻을 기회가 달라진다. 일자리를 잃을 위험을 늘 안고 사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전 지구적으로,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는 이제까지 공유경제를 칭송하던 책들과는 달리, 새로운 기술이 미칠 파장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공유경제가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어 일독의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