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살롱

출근 시간 지하철, 등과 등이 맞댈 만큼 복잡한데 아랑곳, 옆에 선 젊은이가 새로 나온 화면 두 개 달린 스마트 폰을 세로로 펼치고는 뭔가를 쉴 새 없이 두드리고 있다. 위에는 드라마, 아래 화면에는 게임을 틀어 놓고 게임을 하며 연속극을 보고 있다. 두 귀에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이어 플러그를 끼고 있다. 게임을 하다가 잠시 손이 쉴 때는 위의 드라마를 뒤로 돌려서는 놓치고 지나간 중요 장면을 복기한다. 그러다가 다시 손가락으로 아래 화면을 두드린다. ‘달인도 저런 달인이 없다’는 감탄은 아직 이르다. 오른쪽 바지 주머니를 더듬더니 폰을 또 하나 꺼내 든다. ‘저건 또 뭐야?’ 내 궁금증을 덜어 주려는 듯 한손으로 카카오 문자를 찍어 보내곤 또 게임과 드라마에 빠져든다. 여자들은 멀티미디어가 가능하지만 남자는 못한다는데 옛말인가 보다.
잔거질을 하다보면 눈과 손발, 그리고 귀와 팔다리가 한 짝씩만 더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대로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으면 뒤에 차가 오는지 살필 수 있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방향을 바꿀 때 쓸모가 쏠쏠하겠고, 귀가 허리춤에 또 한 짝 붙어있으면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들으며 잔거질을 하면서도 새소리 물소리, 때로는 자동차의 빵빵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으니 안전한 잔거질에 큰 도움이 되겠다. 손발과 팔다리야 말해 무얼 하겠나. 잔거질에 이력이 난 이들도 한 100km 가까이 타게 되면 다리도 아프고, 어깨랑 팔이 아프다고 고함을 지르고 허리도 아프다. 그렉 르몽드(1980년대 이름을 날린 미국 자전거 선수)는 잔거질 오래한다고 몸이 “편안해지진 않는다. 잔거질이 빨라질 뿐”이라며 잔거질의 고통이 어디 가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몸의 팔다리와 손발이 한 짝씩 더 있다면 이런 말도 없어지겠다. 열심히 잔거질 하느라 지친 팔다리를 몸속에 넣어 두고, 몸속에서 쉬고 있던 손발로 배터리 갈 듯이 갈아 끼고 잔거질을 한다면 사흘이 아니라 한 달을 잔거질 한들 팔다리 아파 못하겠단 말은 없겠다. 잔거질에 온 힘을 쏟아 달리다가도 전화가 오면 몸속에 넣어 두었던 예비 손으로 전화를 받아서는 허리춤에 대고 통화하며 달리는 멀티미디어가 되겠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해도 타고난 인간의 속성이 바뀌진 않을 터. 음악이야 원래 듣고픈 취미가 없으니 그렇다 하고, 나는 잔거질 하며 달리는 동안엔 전화도 받지 않는다. 전화 소리가 들리면 반드시 안전한 곳에 잔거를 세우고 내려서 통화를 한다. 다른 곳에 주의를 빼앗겨 자빠링 하는 꾼들을 숱하게 보고 들으며 몸에 새긴 멀티미디어 방지법이다. 학교서 영어공부 할 때로 잠깐만 돌아가 보자. 테니스나 야구, 축구를 할 때 “위 플레이 테니스, 베이스볼, 사커(We play tennis, baseball, soccer.)”라고 한다. 같은 식으로, 잔거질 하다는 “We play cycling”일까? 잔거질은 ‘play’가 아니다. ‘play’가 아니니 만큼 멀티미디어가 되어선 안된다. 다른 한 짝의 눈, 귀가 없으니 잔거질 동안만이라도 온갖 주의를 잔거질에만 쏟고 내 잔거와 내가 가고 있는 길하고만 호흡을 하는 거다. 잔거질과 멀티미디어질, 어울릴 수 없는 물과 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