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살롱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줄 모른다. 이전에 갖가지 질병들이 유행했지만 이런 악질은 보다보다 처음 본다. 그 시작점에 대해서도 온갖 추측이 난무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으니 어떻게 끝을 예견할 수 있을까? 나로서는 코로나19가 앞으로 바꿔놓을 세상이 몹시 걱정된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이니 과모임이니 축제니 하는 것들이 온통 사라질 판이다. 대학생 시절의 낭만이라는 게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게 빤한 노릇이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영화의 제목인 「씨 피버」(Sea Fever, 니사 하디만 감독, 극영화/공포물, 스웨덴·벨기에·영국, 2019년, 93분)는 본디 뱃사람들이 겪는 ‘바다앓이’, 곧 바다로 나가고 싶은 열정을 가리킨다. 이는 영국의 계관(桂冠)시인이었던 존 메이스필드가 쓴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씨 피버’가 미지의 질병을 가리킨다.
해양생물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시본(헤르미온느 코필드)은 학위논문 자료수집 차 니브 킨 오이르호에 승선한다. 오이르 호의 여
(女)선장 프레야(코니 닐슨)는 재정적인 위기로 자칫 배를 팔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대 어획을 꿈꾸며 접근금지구역으로 오이르 호를 몰아간다. 선원들 누구도 자신이 위험수역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리고 심해에서 올라온 괴생물체가 배 바닥에 달라붙으며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씨 피버」에서 만들어내는 공포는 사실 그리 특이할 게 없다. 바다에서 위험에 빠지는 영화가 어디 한두 개인가? 그런데 이 영화가 선택한 공포의 성격이 두려움을 부추긴다. 코로나19도 같은 성격의 병이라는 생각에서다. 괴생물체가 퍼트린 작은 포낭들이 숙주인 인간에게 들어가고, 선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감염시킨 후, 몸의 가장 약한 부분인 눈을 터뜨려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러니까 감염여부를 알려면 전등을 들이대고 상대의 눈알을 자세히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도망갈 곳 하나 없는 바다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빨리 육지로 돌아가 도움을 청할까, 아니면 여기서 몰살당해 병의 확산을 막아야 할까? 나라도 살아남기 위해 병에 걸린 사람들을 다 제거해야 할까, 아니면 그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까? 해양생물 전문가인 시본은 최선을 다해보다가, 정 안 되면 스스로 몰살당하자는 입장이다. 그녀의 노력이 어떻게 해서라도 목숨을 부지하려는 프레야와 선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인수 공통감염병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이는 본디 ‘박쥐에서 인간’이라는 식으로 숙주를 쉽게 바꾸는 병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덧붙인 말은 선을 먼저 넘은 존재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지적이었다. 코로나19의 숙주를 바꾸는 계기를 제공한 쪽이 인간이라는 뜻이다. 시본은 괴생물체가 아니라 그것의 구역에 인간이 들어간 게 문제라고 한다. 하기는 그간에 인간이 얼마나 자연을 함부로 다루었는가? 괴생물체는 자신이 괴생물체인 줄 알고, 코로나19는 자신이 코로나19인 줄 알까? 모두 인간이 일으킨 문제다. 영화를 보면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과연 언제쯤 인류가 이런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