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 춤 스크랩북

엄격히 말하자면 나는 정원(庭園)에 대하여 이야기할 자격(資格)의 사람은 못된다.
아직도 한평(坪)의 나 소유의 땅을 가저 본 일이 없으니 정원이란 것을 손수 만들어 본일이 없기에 말이다. 그러면서 이 글을 씀은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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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진다는 것이 진정코 생활의 여유고 감정의 사치(奢侈)에서 일까? 포로(捕虜)수용소나 형무소(刑務所)뜰에도 꽃들이 가꾸어지는 것(물론 죄수들 스스로가 만든것이라고는 볼 수 없겠으나)감정의 여유라는 것에서 보다 더러는 그들 속에 꽃이 절실히 소용되는 위안의 대상이 안된다고 단정키도 어려운 일이다. 이제 이런 비유의 이야기가 여기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난 정,부(正·副)대통령 총선거때 일이다. 이제 막 그 선거전이 절정에 달했을 때 대통령입후보(立候補)인 이승만박사와 조봉암씨는 운명의 날을 앞두고 그날을 대기하는 자세라고 하여 신문에 사진들이 실렸었다. 헌데 두 사람 모두 꽃을 가꾸는 모양의 것들로 되 있는 것이 약간 흥미있었다. 물론 그 사진은 당사자(當事者)자신들의 요청에서 된 것은 아니었겠지만 말하자면 보다 큰 여유있는 자세의 모습을 선거인들에게 보이는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꽃과 사람」을 대결시켰던 것은 암만해도 머리를 짜낸 일이지 보통 예사(例事)의 스켓취같지는 않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에서다. 사실 인간은 화초(花草)를 대했을 때처럼 조용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때가 없다. 그러기 때문에 옛날사람들은 뜻을 이루지 못했을 때 스스로 전원(田園)으로 돌아 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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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대학연구실에 있었을 때 나의 교실(敎室) 소속(所屬)의 적은 온실(溫室)이 하나 붙어 있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온실에 근무하던 원정(園丁) E씨의 일이다. 그는 영원히 이 곳에서 근무할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는 그때 많은 식구를 거느린 아직도 젊은 사람이었다. 그가 화초에 대하는 마음은 직업이나 보수(報酬)같은 것은 완전히 떠난 신성한 그것에 끝였다.
「부지런 하다」는 이런 식의 표현이 아니라 어머니가 자식에 대하는 이런 따스함의 속성의 이야기면 더 정확할 것 같다. 『E씨 여기에만 붙어 있어 어떻게 구차한 생활을 면할 수 있겠소?』 나는 항상 근심스러이 물으면 『글세 오랫동안 배운 기술이 이것밖에 없구 또 막상 떠나자니 내 손질한 것이 왼통 망가지구 말 것 같애서 …… 일생 이곳에 살랍니다』
그는 지금 간곳 없고 그 애끼던 정원도 이제는 보잘 것 없게 됬으니 그가 말한 뒷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참아 줄 수 없는 마음으로 이것이 진실로 꽃을 가꾸는 이의 마음인 것 같했다는 말이다. 때문에 나는 나의 식물교실(植物敎室)의 관할이면서 E씨 앞에선 꽃을 달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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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선 개인 소유의 온실들이 많다. 나는 자주 그런속으로 차저 가는데 이런 분은 대개가 취미정도에서가 아니고 완전히 도락으로서의 꽃들이어서 도저히 상상키 어려운 비깐 대가(代價)의 고급 식물들을 사드린 것이 보통이다. 또 애써 외국에서 이런것만 주문해 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꽃에 대한 지식(知識)이란 것도 보통이 아니다. 그것은 완전히 때묻은 경험에서 울어 나온 것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학술적으로 안다고 하여도 이런분들의 재배상의 풍부한 경험에는 감히 촉도 댈 바가 아니다. 말하자면 이들의 상식이란 교양으로 알구 있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하면 꽃들을 가꿀 수 없기 때문에 진실로 사랑하는 것 들을 위한 필요성에서 요구된 지식인 것이기에 값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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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경무대(景武臺) 이 대통령께서 직접 경영하는 온실을 구경했던 때가 있다. 그 온실에는 대통령 취임식(就任式)때나 해외 여행에서 돌아오실 때 가져온 고급식물들이 특별한 것일까. 그밖의 것은 비교적 평범한 식물들이다. 헌데 대통령은 하루도 몇 번씩 이곳에서 꽃을 가꾸신다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이렇게 가꿔진다는 것들이 오랜 생활적인 습관이 아니면 안된다는 사실과 결부시켜 볼 때 어덴지 이분의 감정적 여유같은 것도 따로 찾아 볼 수 있을 것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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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말은 여러 군데로 삐뚜러진 것 같다. 요구하는 가정에서의 정원(庭園)은 어떻게 가꿀것인가? 나는 이것까지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값비싼 수목(樹木)과 암석(岩石)으로 그리고 호수(湖水)를 타고 … 이렇게 하든, 봉선화나 나팔꽃이나 분꽃 정도의것이던 간에 그것은 생활적인 조건에서 이루어질 것이니 이찌 됬던 간에 이것이 진실된 화초에 대한 애정에서의 것이 아니면 허영같은 피로의 대상밖에 안된다는 것 만을 말하고 싶다.

- 主婦生活 1958年 10月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