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小劇場 「空間」이 매달 마지막 목요일과 금요일을 「현대무용의 밤」으로 계획, 3월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첫 번째는 콘템퍼러리 무용단 멤버인 박명숙(안무) 김기인 양정수 김경옥 윤미자 등이 작품 『종이꽃』 『나물에게』 『日蝕(일식)』 등을 내놓았고, 제2회째는 역시 같은 콘템퍼러리 무용단의 김경옥(안무)과 조규현이 작품 『우연에 관한 연구』 『江』(음악 슈톡하우젠)을 내놓음으로써 현대무용운동은 제법 열기를 띠는 느낌이다.
4월25일 제2회 둘째 날 김경옥 현대무용의 밤에는 약 80명의 관객이 모인 가운데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시작이 되었는데도 음악과 조명이 맞지 않아 출연자가 관객 앞에 나와 앉아서 기계가 고쳐지기를 기다려야만 한 데서 서툰 실험적 분위기(?)를 맛보기도 했다.
콘템퍼러리 무용단은 원래 梨花女大 무용과 출신의 모임이라 남자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결함. 따라서 안무자 김경옥은 남자 조규현을 극단에서 발탁, 공연을 가졌다.
열띤 분위기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아마추어였어도 괜찮았다는 게 중평. 오히려 예쁜 춤만 생각하는 남자 무용수보다 이런 분위기엔 차라리 연극배우가 낫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작품 『우연에 관한 연구』는 높은 받침대 위에 얹혀놓은 의자 위에 앉은 김경옥이 바닥 위에 길게 깐 흰 종이 위에 컵에 담은 붉은 물감, 연두빛 물감을 뿌려 우연히 만들어지는 문양을 만든다. 층계식으로 앉는 공간 소극장 관객에겐 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새로운 행위. 그리고 다음 순간 그것을 否定하듯 그 종이들을 거둬 몸에 감아 새로운 노래를 만드나 별로 재미는 없었다.
그러나 둘째 번 작품 『江』은 이것보다는 醱酵(발효)가 잘 돼 醉(취)할 곳도 있었다. 그것은 안무자가 바라는 「江」이라고 보아도 좋고 구름이나 人生이라고 생각하고 봐도 될, 그런 時間性을 말하기 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江이란 이름 없이 작품 몇 번 했던 것이 관객에 더 도움 됐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江이기 때문에 鑑賞(감상)이 거추장스러웠다.
느리게 또는 빠르게, 때로는 멈추고 여울지는 계곡을 만들고― 그러나 너무 旣存(기존)의 詩語들을 배척한 나머지 자연히 따라올 아름다움마저 거역하여 한편으로 역겨웁기도 하였다. 江이 권태로운 시간의 흐름만일 수는 없다. 또 현대무용을 일부러 재미없게 만들 필요는 없다. 좀 더 춤이 만든, 몸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놀라움과 엄격성이 절대 요망된다. 江이 지루하듯 작품 『江』도 지루했으나 그 지루한 반복을 끝까지 정력적으로 밀고 나간 데 차라리 성공의 요소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든 현대무용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다. 말해두고 싶은 것은 衣裳(의상)의 현대적 시도도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으례 현대무용의 의상은 광목 파자마나 검은 타이츠만일 수는 없다. 우선 이런 유행에서 벗어나는 데서부터 또 다른 현대는 구현될 수도 있다.
오늘의 현대무용도 현대 詩나 현대 繪畫(회화)처럼 私語(사어)적인 충격을 많이 가지고 있다. 때문에 현대무용이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된 그 無造作(무조작)의 옷에 너무 오래 매료되는 나머지 자기만의 이야기에 입힐 옷을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결국 현대무용은 본래의 큰 뜻을 잃고 말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현대무용이 매달 한 번씩 선을 보이는데 이것을 社會化(사회화)시킬 평론가들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이것에 참여해줄 것인가 하는 것도 현대무용운동의 成敗(성패)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사명감을 가지고 참여해야 할 것이다.
또 「현대무용의 밤」에 여타 무용 단체의 참가도 있었으면 한다. <趙東華>

- 신동아 1979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