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空超(공초)의 捿息地(서식지)가 明洞이라고들 하지만 明洞에서 空超를 만나 본다는 것은 若干(약간)어려운 일이다. 그는 연이어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한번 앉아버린 茶房倚子(다방의자)에서 하루종일 손님 치르기에 눈코뜰 새가 없다. 그래서 일부러 그 茶房을 찾아 가지 않는 限 같은 明洞에서도 만나보기가 힘든 것이다.
空超는 詩人이다. 왜 새삼 이런 것을 다짐하려는 것이냐. 空超가 詩人인 것은 너무나 뚜렷한 事實(사실)이 아니냐. 헌데 정말 아직도 이 空超가 詩人으로 살아 있다는 事實이 기특(?)할 정도로 신기하다는 말이다.
空超 - 現在 藝術院終身會員(예술원종신회원)인 그는 일찍이 「廢墟(폐
허)」에서 出發한 佛敎的 哲理(불교적 철리)의 詩人이었다. 요새는 主로 詩集出判記念祝辭(시집출판기념축사)가 本職(본직)처럼 되어 있고 또 文學少女들의 「詩的마스콧트」로서 있다면 좀 精通(정통)한 近況(근황)이다.
좀 脫線(탈선)되지만 옛날 希臘(희랍)의 神 「쥬노」는 항상 한 마리의 公爵(공작)새를 「악세사리」로 데리고 다녔다. 그는 公爵새 목에 긴 끈을 매어 앞장 세웠던 것이다. 왜 또 이런말을 하는가? 그렇게 讀者(독자)들은 생각하시겠지. 앞에 말한 文學少女들과 空超의 關係를 생각하면 더러는 이런 우수운 일도 생각하는 것이 따분한 世上에 지루함을 잊을 수 있기 때문에서다.
다시 말하면 空超의 公爵새로서 少女들이 있는게 아니라 空超가 소녀들의 公爵새로서 있다는 말이다. 그 少女들의 欲心(욕심)같으면 詩人 空超목아지에 「쥬노」처럼 끈을 매어 서울 市內로 이끌고(?)다니고 싶을 것이라는 말이다. 여하튼 空超는 흔들리지 않는 山처럼 大洋처럼 그들의 모든 事情
(사정)을 들어주고 그 對話(대화)에 應(응)하여 주니 少女들이 우굴우굴 모여들 수 밖에. 그렇게 空超는 人間들의 空地에 서 있다. 空地的存在(공지적존재)- 말하자면 여기에 空超의 魅力(매력)이 있고 人間味가 있고 年輪的
(연륜적)인 親密感(친밀감)이 있는 것이 아닐까? 우선 이쯤 空超의 位置(위치)는 確固不動(확고부동)한 것이다.
空超는 저녁이면 어디론지 사라진다. 一切의 財産(재산) - 財産이라고 하여도 적은 보재기에 싼 原稿(원고)뭉치 같은 것이 한 개 一을 옆에 끼고 그는 어디론가 깃들곳으로 찾아 가는 것이다.
勿論 定해 논 下宿(하숙)이 있다는 것을 아직 들어 본 적이 없다. 바람을 잡아 먹고 맹물을 마시는 詩人이 정녕 空超인 가 보다. 그러면서 그의 매무새는 항상 端正(단정)하다. 매일 바꿔지는 「와이샤쓰」며 깨끗이 洗濯(세탁)된 季節(계절)에 맞는 洋服(양복)等.
술을 마시는가? 醉(취)한 얼굴을 한번도 본일이 없다. 담배는 아침 눈뜨자 피워 물면 잠자리에 누울때까지 그 불에 리레 式으로 피워 물지 다시 성냥 같은 것을 켜지는 않는다.
종종 飮食店(음식점)에서 보는 일이 있다. 그는 혼자오지는 않는 것 같았다. 오면 곁눈질을 않고 곰탕을 시킨다. 그의 食性은 그게 맞는 모양이다. 언젠가 저녁때 멀리서 보니 空超는 곰탕을 드시면서 몹시 땀을 흘리고 계셨다. 필경 종일 굶으셨던 것 같았다.
최근까지 그를 모시고 있던 靑年詩人 某氏(청년시인 모씨)의 이야기 — 하루는 단돈 백환이 없어서 해장국 한그릇 못얻어 먹고 해가 기울기까지 知面人士(지면인사)가 나타나기를 꼬박 茶房에 앉아 기다렸다는 것 — 藝術院 終身會員이 끼니를 굶어야 한다니 寒心(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 아닌가? 親한 익쌀꾼인 친구가 있었더면 或時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얘 넌 언제 사람구실하겠니, 장가두 안가구 원 참!」
<글·그림 趙東華>

- 中央政治 1957年 11月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