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도라지’ 라는 말을 큰사전에 찾아보면 ‘도랒’ 의 준말이라고 돼있습니다. 고장에 따라 ‘도래’ 니 ‘돌가지’ 니 ‘길경’(吉更) 이라고 말합니다. 원래 한자 (漢子)로는 桔梗이라 씁니다.
도라지꽃에는 보랏빛(紫色)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흰빛의 것도 있고 이것을 동양각나라에서 많이 심어서 약으로 썼음으로 영어(英語)로 Japanese Bellflower or Chinese Bellflower 라고 말합니다, 學名의 plalycodon은 희랍어(希臘語)의 tlatys(넓은)와 kodon(종)이고 grandiflower 는 ‘큰꽃의’ 라는 말로 즉 꽃모양이 종(鐘)처럼 큰것에 이름 딴것입니다,
옛날부터 도라지뿌리는 대려 먹으면 담(痰)을 없애는 약이 되었는데 이때 도라지 뿌리의 성분(成分)은 Kikyosaponin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라면 도라지꽃은 7월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9,10월에 가서 가장 많이 핌으로해서 가을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모두들 무더운 여름에 꽃피고 지는데 도라지 꽃은 가을까지 펴 있음으로 가을꽃쪽으로 말하는 것이 나뿌지는 않습니다.
그 푸른 꽃빛깔이 가을 하늘처럼 푸르러서 좋고, 다른 꽃보다 유달리 그림자를 싫어하여 앞산 양지밭에만 펴나는 것이 좋고, 바위틈에 즐겨나는 성질이 수도사(修道士)처럼 고고(孤高)하여 좋고 풍선처럼 바람담은 꽃봉오리가 애교로워서 좋고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에 스리살살 넘치는 살찐뿌리는 말려서 일년내내 진지상에 얹치는것도 좋습니다.

옛날 도라지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10년을 기약하고 바다건너 중국땅으로 공부하려 떠난 약혼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약한 10년이, 5년이 지나고 10년 지나도 도라오지 않고 어찌된 영문인지 소식조차도 없었습니다. 다만 들리는 말에 그 중국땅에서 결혼을 했느니 공부를 끝마치고 돌아오다가 배가 가라앉았느니들 하였으므로 도라지는 모든 것을 단념하고 일생 혼자 살 것을 산신(山神)에게 굳게 맹서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사라졌습니다.
세월은 자꾸만 흘러 이제는 그 아름답던 도라지의 얼굴에도 주름이 겹힌 백발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도라지가 전혀 옛날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날 불현 듯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것은 옛날 사랑하는 약혼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려 매일 바닷가에 가서서 있든 그 마음에서 였습니다. 늙은 도라지는 바다가 보이는 높은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바다는 아직도 푸르고 저멀리 지평선 쪽에서는 이제라도 곧 사랑하든 그 사람을 실은 배가 나타날 것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치 그리운 그 사람에게나 대하는 마음으로 “아! 당신께서 지금이라도 돌아오신다면 얼마나 좋겠오. 그런데 도라지는 이렇게 늙었으니…”
하고 나지막하게 혼자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그랬더니 이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도라지 머리뒤에서 노기(怒氣)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것봐 도라지야 나하고 한말은 어떻게됐지? 어제껏 네가 이 산속에서 나하고 살겠다구 하지 않았냐 말이야. 왜 여기서 앉아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부르는 거지.”
도라지는 무의식적으로 소리나는 뒤로 머리를 돌렸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아모것도 보이지 않았고 자기는 갑자기 큰 바위틈에서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도라지는 바로 그 자리에서 도라지꽃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산신이 자기를 배반한 것에 내린 벌이였습니다. 도라지의 꽃말이 ‘소망’ 이고 ‘영원한 사랑’ 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라지 종류에는 더덕(沙蔘)초롱꽃 염아지 따위 우리나라에 45종 가랑 있습니다.

- 學生時代 1958年 10月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