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호랑이의 나이를 묻는 것이 아니다. 산속을 뛰어다니는 것만치 그의 나이이다.
호랑이는 먼 산에서만 사는 짐승이 아니다. 제소리만 하면 어디서든지 날쌔게 뛰어온다.

배부른 호랑이 젊은 토끼의 귀를 핥으면서 말했다.
『요, 귀여운 빨쭉한 귀. 작디작은 코와 입―근데 내가 뭐랬니, 왜 찧고 있나 말이다.』
그러니까 토끼가 침을 삼키면서 말했다.
『날, 날보구 뭘 했다는 것은 아, 아녜요. 아, 아저씨는 원체 토끼를 잡수시니까 무서워서 그러는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호랑이 배꼽을 잡으면서 말했다.
『내가 시장끼 들었을 때 만난 거하구, 배불렀을 때 만난 거하구가 어떻게 같으냐 그 말이다. 내 말이.』

어금니가 아파서 며칠째 굶고 있는 호랑이 굴로 토끼와 노루들이 병문안 갔다. 그러니까 화난 소리로 말했다.
『왜 찾아왔는지 알겠다. 그러나 가까지 오지 마라. 앞발의 힘은 그대로니까.』
그러니까 토끼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저씨두 원… 죽을 때에는 마음 바로 가지시지. 우리는 풀밖에 먹을 줄 모르는 짐승들이예요.』

호랑이가 높은 절벽 위에서 갈매기들이 나르는 것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천하의 내가 누군지 모르니 답답하구나.』
그러니까 큰 갈매기가 호랑이 쪽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
『모른긴 왜 몰라요. 당신은 범, 우리는 백구죠. 그저 서로 상관없이 살고 있다는 것뿐 아니예요?』

- 샘터 1979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