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산책

산책을 통해 얻어지는 효과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다. 산책이 주는 이로운 점 중 하나는 걸으며 다양한 시야를 보고 느낀다는 점이다. 바뀌는 시야, 그리고 사람들을 통해 생활 속 소소하지만 새로운 것을 보고 느낄 뿐만 아니라 잊혔던 감성을 소환시키는 역할도 하면서 거창하지만 신구의 생각이 합쳐진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한다. 그래서 많은 사상가, 예술가, 작가들은 산책을 즐겼다고도 한다.
나 역시 ‘춤산책’을 쓰면서 차차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산책을 시작하면서 왜 조동화 선생님이 이 코너 이름을 춤산책이라고 명명하셨는지, 그러면서도 춤산책에서만큼은 춤 이야기는 자제하기를 원하셨는지 이해가 갔다.

산책은 바깥 공기를 마시며 넓은 시야에서 걷는 것이 제일이겠지만, 누구나 산책할 여유가 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출퇴근길에, TV를 보면서, 공연장 안팎 등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심지어 집 안을 거닐면서도 가능할 일이다. 깊은 사찰 입구의 일주문부터 대웅전에 다다르기 직전까지 거치는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통해 번뇌를 씻어주듯 내가 경험한 인간군상들, 거리의 모습들, 듣고 본 이야기들 등을 통해 여태껏 춤산책을 써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어떤 생각들은 장문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것들은 단면에 지나지 않아 큰 주제 안에 한 문장 정도로 깜짝 출연하기도 하고 대부분은 단상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산책을 하다보면 진지한 생각보다 재미있는 생각들이 더 많이 드는데도 춤산책을 쓰다보면 의도와는 달리 재미있는 글보다는 진지함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 나의 괴로움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발견한 사실이지만 만화처럼 유머감각이 있는 글을 쓰려면 멀리 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사물을 더 자세히 관찰하며 성공보다는 실패 그리고 진지함에 비웃음을 보낼 수 있는 여유와 배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태껏 버려졌거나 방치되었던 문득 살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단상과 기록들을 소환, 열거하면서 진지함을 좀 덜어내고 싶다.

두서없는 생각의 멀리뛰기
이거 좋은 소재인데? 하고 집에 돌아와 바로 자판기를 두드려 보지만 첫 글자부터 막힌다 / 종이칼로 몇 번을 그어도 안 떨어진 부분이 꼭 있다 / 공연장에서 등받이에 기대지 않고 꼿꼿이 앉아 관람하는 얌체가 있다 / 카멜레온 같은 철자법 - 옛날사람들을 도매로 무식쟁이로 만드는 마법 / 처음에 의도했던 글과 전혀 다른 이야기로 맺을 때가 있다 / 목소리와 얼굴은 비례도, 반비례도 아니다. 의외다 / 남편은 아내가 필요하고 와이프는 아내가 필요하다 / 무용과 출신 관객 - 손가락으로 따라 추며 내가 더 잘 춘다고 생각한다 / 음악과 출신 관객 - 앞자리에 앉아 귓속말을 해댄다 / 연극과 출신 관객 - 들었던 대사를 실생활에 활용한다 / 감이 떨어지는 전화통화도 감정노동이다 / 비 그치길 기다리지 못해 집까지 달려갔다. 도착하니 비가 그친다 / 영어 울렁증엔 알렉사가 최고 / 들은 단어와 떠올린 이미지가 다를 때가 점점 많아진다 / 로또 조작설을 믿고 싶다! / 아이러니 -중국 그리고 틱톡 / 샘플을 받기위해 정품을 살 때가 있다 / KBS는 개그 프로그램을 없애고 EBS는 코미디 장르를 적극 도입해서 칭찬 받는군 / 배우들을 보면 암기력과 학교 성적은 상관없음을 일깨워준다 / 정치꾼들의 최대 공통점 - 국사 시간 때 졸았다 / 한 짓에 비해 너무 곱게 죽은 역사의 악인들이 너무 많다 / 젊을 땐 실수해도 용납이 된다는 말은 경쟁자에게나 하는 말이다 / 드라마에서 불필요한 PPL은 터무니없이 길게 할애하면서 브랜드 이름은 말 못한다 /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Since 2002 - 계속되는 세상에 신기한 이야기들 / 지원금을 쓴 예술인들을 죄인처럼 만드는 정산절차 대신 기관이 선정을 엄격히 하라 / 같이 일하기 가장 힘든 사람은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 / 명품이란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 팬데믹의 교훈 - 쉬지 않으면 죄가 된다 / 애니메이션 - 영향력은 가장 강력하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에서 예외인 분야 / 언어를 완벽히 습득하는 것만으로도 어린이들은 기적이다 / 광고가 사라져도 여전히 유튜버들은 늘어날까? / 기침과 재채기도 스트레스가 되는 요즘 / 못생겼는데 마음까지 못생긴 것만큼 낭패는 없다 / 조직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비극은 초심과 원칙을 고인물이라 착각하는 순간 / 조직에서 발생하는 더욱 큰 비극은 초심도 원칙도 없을 때 / 시차를 통해 아침 형 인간이 되리라는 기대는 포기해도 된다 / 사람 잡는 세컨드 슬립! / GOD 그리고 DOG의 공통점- 잘해줘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 / 진정한 페미니스트란 여성성에 무지한 사람들을 잘 일깨워주는 계몽가다 / 물건에도 팔자라는 것이 분명히 있다 / 그날의 관객 매너도 공연 평에 넣어야 - 측근들이 더 무례할 때가 많다 / 뷔페식으로 담는 빵집에 가면 위험하다 / 현재 활동하는 한국과 일본 연예인들 중에는 닮은꼴들이 놀랍게 많다 / 대부분 영문 스펠링엔 엄격해도 한글 철자에는 관대하다. 자주 바뀌어서? / 빔보, 옵션, 텐션… 역사 뿐만 아니라 단어도 왜곡 시키는 일본, 여과 없는 한국 방송사들 / 배부르면 시장에서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문구점은 예외다 / 비가 퍼붓는 거리의 상점 창문 너머엔 이미 할로윈 상품들이… / 콜라보는 불어로 나치 협력자라는 뜻이다 / 춤산책? 춤 산책?(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