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2020 서울국악축제」가 잘 끝났다. 8월28일과 29일 이틀간에 걸쳐서, 세종문화회관 엠시어터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박승원 예술감독을 비롯해서, 축제를 위해 애 쓴 모든 분께 큰 박수를 보낸다.
축제가 끝난 다음 날, 서울은 ‘천만시민 멈춤 주간’이 시행되었다. 방역당국은 사람들 간의 접촉을 줄여달라고 호소했다. 축제와 공연을 포기할 순 없지만, 공연의 형태는 바꿔질 수밖에 없다. 참여자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이 시기에 맞는 콘텐츠를 공급해야 한다. 혼밥과 혼술이 존재하는 것처럼, 코로나시대에 적합한 공연은 ‘혼예’ 즉 ‘일인예술’. 개인의 예술가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내는 것이, 코로나시대의 예술이다. 코로나시대는, 집단보다는 ‘개인’이, 극장공간보다는 ‘일상공간’에서, 결과보다도 ‘과정’을 중시하면서 예술창작을 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시대야 말로, ‘일상이 예술’이어야만 한다.
「서울국악축제」의 여러 프로그램을 되돌아본다. 모두가 좋았고, 의미가 있다. 하지만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화두가 있다. “코로나시대에 가장 바람직한 공연형태는 무엇이고, 그것을 또한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 유독 눈길이 머무는 형태가 있었다. 허창렬의 『덧배기춤』과 이주원의 『이매마당』이다. 마당극(탈춤)에 기반을 둔 ‘홀춤’이다. 혼자서 추었으나, 꽉 채워진 느낌을 받았고, 그 속의 메시지를 전달된다.
이주원과 허창렬은 ‘천하제일탈공작소’(이하 ‘천탈’)란 이름으로 활동한다. 두 사람과 한 명의 프로듀서의 3인 체제다. ‘천탈’의 공연 중 가장 인상적인 건, 『오셀로와 이아고』(2018). 세익스피어의 비극을 탈춤으로 형상화했다. 표정연기가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탈의 표정과 탈춤의 동작만으로, 캐릭터와 스토리가 얼마만큼 잘 전달되는가를 확실하게 보여준 수작이다.
허창렬과 이주원은 각각 ‘고성오광대’와 ‘하회별신굿탈놀이’를 통해서 탈춤의 세계에 입문했다. 허창렬의 춤에선 스타일이 보이고, 이주원의 춤에선 캐릭터가 보인다. 허창렬은 탈을 벗고 『덧배기춤』을 추었다. 경상도의 투박함이, 허창렬의 다감함과 만나서, 편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허창렬의 춤이 ‘정격’이라면, 이주원의 춤을 ‘탈격’이랄까? 장단과 연애하듯 ‘살갑게 안기는’ 사위가 허의 춤이라면, 장단을 가지고 노는 듯 ‘무심하게 끌리는’ 사위가 이의 춤이다.
“코로 나오는지 입으로 나오는지 뭐가 나와가 사람들이 병에 걸린단다.” 특히 ‘이매마당’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준 탈놀이의 한 과정에선, 이주원은 이렇게 코로나와 연관짓고 있다. 아주 작은 부분인지 모르나, ‘천탈’이 추구하는 탈춤의 ‘동시대성’이 전달된다.
탈춤은 전통사회의 공동체를 배경으로 성장했지만, 코로나시대에는 탈춤의 과장이 더욱 독립적이고, 춤은 개인화할 수밖에 없다. 이게 역설적으로 탈춤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코로나시대를 기회로, 연희종목의 반주음악에 대해서도 재고(再考)해야 한다. 삼현육각편성. 풍물패가 연희를 반주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가야금 하나로 덧배기춤을, 거문고 하나가 이매춤을 살릴 수 있다. 최소인원의 최대효과! 코로나시대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공연형태의 돌파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