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살롱

AI, 우주여행, 빅데이터, 로봇 등의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주목받는 분야가 SF 만화다. 「로보트 태권V」가 그중 하나이고, 1980년부터 6년 동안 「어깨동무」 폐간 직전까지 연재한 만화가 고유성(72)의 「번개 기동대」도 이 장르를 대표한다.
「로보트 킹」, 「우주 패트롤」, 「혼」 등 수많은 SF 명작을 남긴 고유성은 ‘고유성 만화방창’이라는 개인 블로그에서 「번개 기동대」의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후원금’(계좌 입금)을 내는 개인에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8월14일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번개 기동대」의 어깨동무 연재분은 단행본 17권, 이후 e북 플랫폼인 리디북스 연재분이 단행본 12권이었다. 고유성은 단행본 30권 분량부터는 개인 블로그에만 올리고 있다. 그는 기존 플랫폼에 작품을 올리거나 연재하는 방식을 단호히 거부한다. ‘번개 잡담’이라는 후원 공지문이 그 이유를 솔직하고 재치 넘치게 밝힌다.

“어쩌다 보니 인디? 만화가가 되어버린 경향이 짙습니다. 할 일도 없잖아! 그렇다고 유튜브나 트위치 모바일 기타 등등 그 외 다수의 거시기들에 끼어들기도 거지 같아 때려치우려 하니 … 새로 제작한 원고를 보여주는 통로가 없어 과시욕(?)조차 개뿔이 되어버렸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완성된 번개 새 원고들은 제작 ‘후원금’을 보내는 분들에게만 배포하기로 하지요. 앞으로 제작할 원고는 대충 60권, 중간에 적당히 멈추는 일은 없을 겁니다. 깔 데까지 깐다! 어디에도 올라가지 않은 따끈한 - 여름인가? - 시원한, 새로 제작이 되는 원고를 완성되는 대로 지속적으로 보내도록 하지요. 에필로그 이외에 번개 외전까지 몽땅. 눈에 보약(?)이 많을지도…. 물론 데이터 원고입니다. 원래는 인쇄해서 배포하려 했지만, 밑천이 없어서 장사하려는 꼼수도 지겹고 등등… 어쨌든, 후원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영광이 있으라!”

고유성은 70대 접어든 작가이지만 디지털 원고 제작에 매우 익숙하다. 모든 원고는 100% 디지털 제작이다. 그의 집에 있는 모든 종이 원고 제작 펜과 붓은 오랫동안 쓰지 않아 말라비틀어져 있다. SF 전문 만화가답게 디지털 원고를 포맷해 디지털 유통시키는 데도 능숙하다. 굳이 작가에게 여러 제약을 부과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부탁해 원고를 유통시킬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고유성은 「번개 기동대」의 개인 블로그 연재에 대해 “돈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귀찮다. 정 내 작품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때 배포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아서 C. 클라크의 소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서양 SF의 고전으로 추앙받는다. ‘우주기원 75년, 달의 광산도시 그로리아’로 시작하는 「번개 기동대」는 총 단행본 86권 분량(본편 68권+외전 18권)을 목표로 하는 한국적 SF 대작이다. 「번개 기동대」가 현재진행형인데, 우리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부러워할 이유가 무얼까? 주인공 유탄, 고 박사로 구성된 달의 사설 경호팀 ‘번개 기동대’는 고유성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지금 이 순간도 우주로 활약을 넓혀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