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스윙댄스

천융희(千融熙)

오늘의 먹구름은 대체로 압도적이다

재즈풍을 동반한 돌개바람이
선족(跣足)의 무희처럼 휘몰아칠 때

바람의 표류를 예보하던 공중은
잠시 어깨 각을 풀어놓고
골반을 흔들며 둠칫 두둠칫

폭우에 나뒹굴다 헤쳐모인 낙엽들
바람의 굴절에 제 몸을 맡긴 체
덩달아 원투 킥 터치 킥 크로스

저기 저 허공에 거처를 둔 탓일까
순식간에 절반이 파손된 거미집 한 채
가로등 불빛 아래서 밤새도록 스윙 훅 훅

아침이 밝아오자
겨우 새끼를 보듬은 거미가 이슬을 떨어내며
스윙 스윙 킥 스윙

고층 외벽을 박차고 허공을 걷는
천천히 밥줄을 타고 유리창을 닦는 사내의 등 뒤로

햇살 두어 줌 스윙 킥 스윙 스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