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韓國의 國花(국화)인 무궁화가 國花植物(국화식물)로서 정말 適格(적합)한가 하는 問題는 解放 直後(해방직후)부터 자주 話題(화제)로 되어왔었다. 더는 몰라도 生物學에 關係된 분들 사이에는… 그리고 그때의 共通된 견해가 國花로는 不適(부적)하다는 것으로 되어왔었다. 또 當時 軍政 文敎部(군정 문교부)側에서도 國花 무궁화에 異議(이의)가 있었든지? 이꽃에 代置(대치)될 만한 다른 植物(식물)을 生物學會(생물학회)에 依賴(의뢰)해온 적이 있어서 학회에서는 「진달래」(杜鵑花두견화)를 候補花(후보화)로써 提示(제시)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허나 이런 問題가 어떤 具體的(구체적)인 것으로 되어지지 못했던 것은 當時의 「混亂(혼란)」이 잘못하면 어떤 政治的인 誤解(오해)를 誘發(유발)시킬 우려가 있었고 또 이런 일보다 實際時急(실제시급)한 일들이 많았던 生物學會에서 도대체 혼자 도맡아 處理(처리)할 勇氣(용기) 같은 것이 없어서 오늘까지 온 것으로 생각된다.
勿論(물론) 國旗(국기)니 國歌(국가)니 首都(수도)의 名稱이니 하는 것은 「精神的(정신적)인」 것이므로 多少의 不滿(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南北이 統一되기前까지는 그대로 말 않는 것이 一般國民의 常識(상식)처럼 되어있었던 것도 原因(원인)의 하나였기는 하다.
그런데 이번 李大統領(이대통령)께서의 「서울」 地名改稱(지명개칭)에 대한 談話(담화)는 이런 不合理한 것을 公論(공론)에 붙이게 한 좋은 契機(계기)라 할 것이다. 그래서 무궁화에 對해서도 다시 한 번 檢討(검토)할 必要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국화(國花)라는 특정한 식물이 절대 있어야 한다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있는 편이 없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一 말하자면 장관 차의 표식(標識)으로라도一좋으니까 정해지는 일종의 민족정서(民族情緖)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그 민족의 취미나 기호를 알려면 이런 국화(國花)라는 식물이 어느 정도는 자료로서 돼질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국화(國花)라는 것의 대외적인 위치도 전혀 없지는 않다.
허나 국장(國章)으로 정할 것이라면 모르되 국화(國花)라면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민족의 기호가 그 바탕으로 되어 있는 것이므로 굳이 법률이나 헌법으로 정해지고 또 그런 권리가 강요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갑오경장(甲午更張) 이후 구미(歐美)의 신문화(新文化)가 이 땅에 밀려오면서 시민들의 국화(國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은 오얏꽃(李花)의 이조왕조(李朝王朝)에 대한 반감적인 구호 비스름히 일부 지사(志士)들에 의하여 ‘무궁화’로 대치되었고 더는 한일합방(韓日合邦) 이후 일본(日本)의 ‘벚꽃’(櫻花)에 대항키 위해서 이것이 민족의 상징화(象徵花)로서 선택되었던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식물 무궁화가 따로 우수해서가 아니라 무궁화란 이름이 민족수난기(民族受難期)에 있어서 민족의 불멸을 시사해주고 그러한 희망과 자축자위(自祝自慰)의 의미로서였던 것은 당시의 절박한 감정으로 미루어 짐작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무궁화’ 가 한자(漢字)로써 ‘無窮花 (무궁화)’라고 강조되어질 필요성도 있었던 것이다.
이것에 대하여 1927년 刊 월간지 「동광(東光)」(13호)에 기재된 우호상
(禹浩翔)씨의 「무궁화고(無窮花考)」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조사되어 있다. 아마 문헌에 나타난 것 중에서 무궁화 관계는 禹씨의 것이 가장 많고 상세할는지 모른다.

“무궁화(無窮花)는 예로부터 오늘까지 여러 가지의 이름으로 불리어왔다. …이제 문헌에 나타난 바에 따라서 고찰하면 …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탕액편(湯液編) 卷之三 〈목근조(木槿條)〉에 ‘목근(木槿) 무궁화’라 하였다. … ‘무궁화’라고 문헌상에 뚜렷이 기재된 것은 그것이 처음이다. … 315년 전부터 우리는 이 꽃을 확실히 무궁화라고 불러왔다. … 그러면 이 ‘무궁화’가 어느 때부터 한자로 대입(代入)하게 되었으며 어떤 한자로 대입(代入)하였는가. - 정재륜(鄭載崙) 著 「한거만록(閒居漫錄)」에는 ‘목근 속명 무궁화(木槿 俗名 無窮花)’라 하였고 「산림경제(山林經濟)」 〈양화편근조(養花篇槿條)〉에는 즉 ‘무궁화(無宮花)’라 하였다…”

거금(距今) 약 280년간에 있어서는 ‘무궁화’를 ‘無宮花’ 혹은 ‘無窮花’라 한자로 대용하던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 있어서 금일에 우리가 보편적으로 無窮花라 쓰는 것 같이 사용의 통일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면 우리가 어느 때부터 보편적으로 無窮花라는 한자(漢字)를 쓰게 되었는가?
東亞日報(1925년 12월 1일)에 기재된 「조선국화무궁화(朝鮮國花無窮花)의 내력」이란 제하에

“아마 지금부터 25년 즉 조선에도 개화풍(開化風)이 불게 되어 양인(洋人)의 출입이 빈번하게 되자 그때에 선진(先進)이라고 하던 윤치호(尹致昊)씨 등의 발의로 … 양악대(洋樂隊)도 세우고 국가(國歌)도 창작(?) 할 때 … 부속 되어 생겼다고 하는(?) 애국가의 후렴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無窮花 三千里 華麗江山)’이라는 귀절이 끼일 때 비로소 근화(槿花) 즉 무궁화를 ‘無窮花’라고 쓰기 시작한 듯하다 합니다. … 그리고 이와 전후하여 도산 안창호(島山 安昌鎬)선생 등이 맹렬히 민족운동 즉 국수운동(國粹運動)을 일으킬 때 조선을 無窮花에 비기어 청산(靑山)같은 웅변을 현하(懸河)같이 토할 때마다 ‘우리 무궁화 동산은…’ 하고는 주먹이 깨어질 듯이 책상을 두드리고 연단이 부서질 듯 발을 굴렀습니다. 아마 이러한 자극과 동기로 근화(槿花)가 無窮花로 변하여 그때에 국수(國粹)이라고 하던 사람의 귀에 이어지고 입에 오른 듯합니다. …”

라 하였다. 그런데 이 꽃이 한국민족의 꽃처럼 된 또 하나의 원인은 역설
(逆說)같은 이야기지만 편협한 일본인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일본인들은 합병 후 한국인의 무궁화 재배를 공공연히 방해하였던 것인데 이런 소치(所致)가 결국 이 식물로 하여금 한충 더 우리 민족과 가깝게 만든 것은 역시 반항심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누구로부터 시작된 일인지는 모르나 역사상 당(唐)나라의 위세에도 한민족(韓民族)만은 굴하지 않았다는 비유를 무궁화에 결부시켜 어느새 불복(不服)을 상징하는 꽃으로 만들기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옛날 당(唐)나라의 어느 여왕이 삼동(三冬)에 꽃이 피라고 기도 드렸더니 모든 꽃은 그 분부대로 피었지만 무궁화만은 그것에 따르지 않았다는 식의 전설이다.
아무튼 이 무궁화는 민족과 더불어 암기(暗期)를 같이 겪어온 동지로서의 공훈(功勳)이나 친근성(親近性)으로 자동적 국화(國花)라는 명예로운 위치에 이르렀고, 그래서 숭상에 가까운 국화관(國花觀)까지 만들어지게도 되었지만…. 그러나 식물학적(植物學的)으로나 한국의 지리적인 것으로 보아 무궁화가 국화(國花)로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거짓말 같은 말이다.
우선 무궁화는 비전토적(非全土的)인 식물이다. 정태현(鄭台鉉)박사의 「삼림도감(森林圖鑑)」에 의하면 무궁화는 全南 全北 忠南 京畿 慶北 黃海의 6道에만 자생(自生)하는 식물로 되어 있다. 말하자면 38선과 근사한 관계에 있는 분포상황을 보여주는 것인데 경계선 이남 쪽에만 있고 이북 쪽은 거의 없다시피 되어 있는 셈이다.
물론 일시적인 정치선(政治線)으로 운위할 바는 못되지만 아무튼 이러한 지역의 한정성(限定性)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국화식물(國花植物)이 구비해야 할 ‘전토적(全土的)’이란 첫 조건에서 벌써 실격(失格)인 것이다.
여기에 무궁화의 원산지(原産地)가 인도(印度)지방으로 되어 있는 사실이다. 소위 국화식물(國花植物)이라는 것이 외래종(外來種) 재배식물이고 반면적(半面積)의 숙명성을 가졌다면 아직껏 이에 대하여 이의(異議) 없었던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더욱이 무궁화는 건강하거나 청결한 식물이 아니다. 정원목(庭園木)에서 진디벌레가 가장 많이 붙고 단명(短命)의 꽃이 무궁화가 아니냐? 그래서 일본(日本)이나 중국(中國)에서는 무궁화를 ‘목근화일일영(木槿花一日榮)’이라고 하여 단명허세(短命虛勢)의 표본으로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우선 국화(國花)로서의 대외적인 위신도 말이 아니다.
또 휴면기(休眠期)가 유달리 길어서 모든 꽃들이 움터나는 봄에도 대추나무 못지않게 그대로 죽은 듯이 잠자는 태만한 식물인데다 꽃나무의 품(品)도 목질(木本)치고는 도대체 빈궁하기 짝이 없다. 혹 화기(花期)가 여름부터 가을까지라면 오래 피는 꽃 같지만 가을꽃 중에서 꽃은 물론 잎새까지도 제일 먼저 시들어버리는 실속 없는 식물이다. 허기야 아열대식물이니 그럴 수밖에…. 또 개화단명(開花短命)이라면 그것대로 낙화상(落花相)이라도 좋았으면 하는데 산화(散花)도 아닌, 병적으로 시들어지는 꽃잎의 추(醜)는‘화랑(花郞)’답지 못하다.

“「지봉류설(芝峯類說)」에 인용된 고금주(古今註)에는 ‘군자지국지방천리목화(君者之國地方千里木花)’라 하여 조선(朝鮮)을 근역(槿域)이라 일컬음은 여기에 유래한 것이니…”

운운의 호암 문일평(湖岩 文一平)씨의 이야기지만 이 말을 오히려 천리협소(千里狹小)한 지역에 대한 아이러닉한 풍자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처럼 생각하는 편이 불순한 것일까?
요는 한국에 있는 현화식물(顯花植物)이 2천종도 넘는데 하필이면 무궁화를 국토의 대표화(代表花)로서 선발했다는 그러한 심미안(審美眼)들이 열등이라는 것뿐이다. 마치 아이를 버리고 태(胎)를 둬둬 쓴다는 격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과학적 진실에서 이제는 이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직껏 악정(惡政)밑에 있는 북역(北域)의 동포들은 무궁화란 식물이 실제의 것인 줄 모르고 한갖 우화적(寓話的)인 것으로만 알고 있는 실정이다. 이래서까지도 무궁화를 국화(國花)로서 고수할 필요가 어디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요즈음 무궁화는 국화(國花)라는 친밀감보다 관화(官花)로서의 위엄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견장이니 공무원 휘장 등등…, 관(官)에서 관장(官章)으로 전용하기 때문이겠지! 물론 국화식물(國花植物)을 관(官)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국화(國花)를 관화(官花)로 만들어버린다면…, 이것은 국가적인 입장에서 반대할 문제도 된다. 무궁화를 놓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 한국일보 1956년 2월 3·4일 / 韓國論爭史(1976년刊) 재수록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