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살롱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에도 연극계는 위축된 중에 생존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극단과 제작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과 안정을 반복하고 이에 따라 공연도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악순환 속에서 아직은 건재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극장도 일부가 폐관하기도 했지만 평소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줄도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중에 뮤지컬 전문잡지 「더 뮤지컬」의 폐간은 의외적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연극계를 강타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더 뮤지컬」은 홈 페이지를 통해 “미디어 환경이 모바일 플랫홈과 소설미디어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종이매체 경쟁력은 전과 달라진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더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폐간의 사정을 밝히고 있다.
「더 뮤지컬」은 처음부터 별다른 구석이 있는 잡지였다. 한국연극협회의 「한국연극」처럼 연극이 있으니까, 한국연극협회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있으니까 발간하는 잡지가 아니었다. 설도윤이라는 뮤지컬 제작자와 클립서비스라는 회사가 뮤지컬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이를 성장시키자는 대의에서 발간한 잡지였다.
이 전문잡지가 발간하기 시작한 무렵만 해도 한국 뮤지컬의 환경은 척박하기 짝이 없었다. 일본의 극단 시키(四季)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아시아 판권을 획득하고 「라이온 킹」의 한국초연을 성사시키면서 한국을 일본 뮤지컬의 식민지로 예속시키려는 음흉한 의도를 실현하고자 했다. 이때 한국 뮤지컬계는 한 목소리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자립의 기치를 높이 들자고 외쳤는데 그 중심에 「더 뮤지컬」의 실질적 발간자인 설도윤이 있었다.
「더 뮤지컬」은 발간 초기부터 지금까지 편집의 기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뮤지컬의 대중성을 의식하여 뮤지컬 배우의 일상과 무대를 친근한 시각으로 소개하는 한편으로 무대 뒤에서 분투하는 스태프의 존재를 부각하는 기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뮤지컬의 국제성을 인식하여 해외 특파원을 통해 미국, 영국, 일본의 뮤지컬을 공연현장에서 취재하여 기사화한 것은 가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답의 상태에 있었던 뮤지컬 비평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 의도도 사줄만 하며 특히 특집은 당면한 문제거리를 심층분석하는 것으로 「더 뮤지컬」이 아니고는 얻을 수 없는 정보가 많았다. 이번 2020년 10월호의 특집은 ‘코로나 시대의 공연 지키기’인데 매우 시의적절하다.
「더 뮤지컬」의 폐간은 한국연극의 어두움에 속한다. 뮤지컬 한 편에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기도 하는 한국 뮤지컬이 전문잡지 하나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고 20년 동안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 발간을 지속해온 「더 뮤지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다만 한국 뮤지컬을 애호하는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과 기록의식의 부족함이 아쉬울 뿐이다. 아무리 코로나가 무섭다 해도 「더 뮤지컬」의 폐간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뮤지컬계가 머리를 맞대고 속간을 위한 대안을 찾고 정부는 「더 뮤지컬」의 공익성을 인식하여 케이 뮤지컬의 세계화에 초석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