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1년 4월 21일 수요일|
 

이달의 좌담

  2020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보내고 있는 무용계 총평
   


 


「가나다순」
김호연 (金瑚然 / 춤평론)
심정민 (沈廷玟 / 춤평론)
윤대성 (尹大聲 / 춤평론)
정기헌 (鄭基憲 / 춤평론)
조은경 曺恩慶 / 춤평론·본지 주간, 사회)


■ 때 : 12월19일 오전10시30분
■ 곳 : 본지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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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있는 공연예술계
조은경 _ 안녕하세요. 오늘 한국춤평론가회 회원분들을 모시고 참 힘들었던 2020년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특징적이고 인상적이었던 것 서너 가지 정도 짚어보는 것으로 오늘 좌담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부터 해주세요.
심정민 _ 춤평론가이자 비평사학자 심정민입니다. 춤지와 댄스포럼 고정 필자이고, 여러 지면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립현대무용단 이사이며, 몇 달 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위원(민간위원)과 국립극장 70년사 편찬자문위원을 맡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올해 최대 이슈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이죠. 연초부터 1년 내내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내년 중후반까지도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만연합니다. 2019년 12월 초만 하더라도 예술계 주요 화두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술이 나아갈 방향’이었는데, 12월 말부터 중국 우한에서 이상 폐렴 질환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소식 이후로 100일 만에 전 세계적으로 15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면서 팬데믹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6월28일에는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1,000만 명이 넘고 10월18일에는 4,000만 명이 넘는 등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습니다. 그리고 어제(12월18일) 상황을 보면 거의 7,500만 명에 근접했더라고요. 처음에 1,000만 명이 확진되기까지 6개월 정도가 걸렸는데, 최근에는 하루에 74만 명 이상이 확진될 정도로 굉장히 심각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어제(12월18일)자로 확진자 수가 47,515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어제 연합뉴스를 보니 ‘영국, 미국은 접종 시작, 우리는 이제 계약 단계, 접종 시기는 불투명’ 이런 제목으로 기사가 났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좀 더 조심을 해야 할 듯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영향이 있었어요. 온라인 콘텐츠나 게임 혹은 유통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공연예술계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예술 행위와 관람이 이루어지고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서 관람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중요한 전염병 시대에는 공연예술 분야는 굉장히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공연예술계가 일시정지 되었는데, 그 상태가 1년 내내 지속되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에든버러페스티벌’이나 ‘아비뇽페스티벌’이 둘 다 1947년에 출범을 했는데, 올해는 아예 취소될 정도로 코로나 상황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는 올해 80주년이었어요, 작년부터 기념 행사들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가 다 취소하는 바람에, 9월까지만 해도 120만 불 이상 손해를 봤다고 해요. 새들러스 웰즈 극장, ‘제이콥스 필로우 댄스페스티벌’, 마린스키발레단, 파리오페라발레단 등 주요 극장, 축제, 단체들 대부분이 활동을 중단하거나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공연예술의 한 분야인 무용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심도 있게 진단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용에서는 언택트한 대안을 찾기 위해서 자구책을 냈는데, 가장 두드러진 영역이 ‘영상’이에요. 영상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을 하면서 영상 쪽으로 발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상 전문화, 영상 컨텐츠화, 온라인 중계 촉진을 거론해야 할 듯합니다.
한편 코로나 관련 (추경) 지원이 활발한 가운데, 그 득과 실도 다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무용계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무용협회의 뉴딜 사업입니다. 뿐만 아니라 창작자들의 창작 활동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단념하기보다는 앞으로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 짚어봐야 할 사항들도 있습니다. 무용가 몇이 협력하여 옴니버스 형으로 창작을 보다 용이하게 하려는 조짐도 심해지고 있고요. 자기만족적인 창작에 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윤대성 _ 댄스포럼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고, 올해 한국춤평론가회 신입 회원으로 입회한 윤대성입니다. 우리나라 공연예술계가 올해 코로나 때문에 위축됐다고 하는데, 사실 작년에 비하면 맞는 말이지요. 그런데 영미나 유럽에 비해서는 공연이 훨씬 더 많이 이루어졌고, 대처도 빨랐던 것도 사실이에요. 코로나를 적절히 통제하기도 했지만, 그건 어찌 보면 지원금 시스템 때문일 수 있습니다. 외국은 지원금이나 공연 티켓 수입으로 단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2020년에 코로나가 발생한 것과는 상관없이 이미 2019년에 지원 결정이 이루어졌고, 지원금을 교부받은 단체는 연내에 공연이라는 사업을 원활히 수행할 의무를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미션을 완료해야 했어요. 공연이 연기된 경우는 많지만 규모를 축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유연한 대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공연이라는 행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지속되었다는 점을 짚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는, 국·시·도립 단체가 규모 있는 예산을 바탕으로 대형 예술 공연을 견인하던 기존과 달리, 민간의 활동이 오히려 두드러졌습니다. 보통 예술 공연에 있어서는 관 단체가 활발한 활동으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측면이 있었어요. 한국춤평론가회의 연말 ‘춤평론가상’도 그래서 주요 시상에서는 관 단체를 제외하고 있지요. 애초에 ‘민’과 ‘관’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고, 이것은 관 단체의 작품력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거꾸로 인정한 것이에요. 그런데 코로나 상황은 공공의 산하에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보수적으로 대처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정부에서 극장을 폐쇄해버리고 시도 차원에서 단원 재택근무를 진행하면 방법이 없지요. 신작은 고사하고 공연을 전면 취소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특히 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의 공연은 거의 전부 취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민간단체는 좀 더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하면서, 오히려 작은 민간단체들이 공연을 정상 진행하는 기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한국무용협회, 한국현대무용협회 등 각종 협회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정한 공연과 축제들을 무사히 완수했어요. 특히 한국무용협회의 ‘젊은안무자창작공연’은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을 무용계에 각인하듯 영향력 있게 출범시켰고, 영상 송출 방식이 생각보다는 괜찮더라 하는 반응을 이끌어냈지요. 각 협회들의 몇 십 년을 이어온 저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2020년 공연 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봐요. 이후로 라이브 스트리밍 혹은 녹화 편집 방식의 온라인 공연이 늘어나 지금은 이러한 방식을 작은 단체들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실시간 생중계가 두드러졌으나, 민간단체들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어서 공연을 녹화해서 방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빠르게 전환했습니다. 관 단체에서 온라인 공연을 시도한 것은 한 발 늦은 하반기 정도였어요. 국립현대무용단도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 공연을 한 차례 연기하고 10월에야 온라인으로 진행을 했고요. 결국 민간 쪽의 유연한 대처와 활동이 더 두드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연계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심각한 보릿고개
김호연 _ 춤평론가 김호연입니다. 올해는 코로나를 빼고는 거의 이야기할 게 없을 듯합니다. 모든 게 다 코로나로 수렴되는 거죠. 이에 따라 사회의 모든 활동이 멈추어졌는데 특히 문화, 공연예술 쪽은 수익 구조가 제대로 창출되지 못한 대중문화가 오히려 조금 더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 같은 경우도 CGV가 극장 100여 개를 없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전반적으로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제가 봤을 때, 무용 쪽은 경제적 문제 외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공연 기회가 제한되었다는 겁니다. 무용은 워낙 공연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아니지만 그 점을 떠나 무대에서 무용공연을 펼칠 수 없었다는 것 자체가 힘들 수밖에 없었던 거죠. 무대의 소중함을 느낀 한해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무용계도 올 한해를 돌아보면, 첫 번째 이슈는 코로나19 팬데믹이겠죠. 두 번째 이슈는 코로나로 인해 영상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게 되었다는 점일 겁니다. 이게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코로나 이후에도 하나의 대처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숙제를 안겨주었습니다. 평론가들 입장에서도 ‘무용 영상을 보고 평론을 쓰는 게 진정한 평론인가’라는 무용 본질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는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이슈는 앞에서 한 얘기와 이어지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무용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겠죠. 우리가 지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데, 이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대처를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들 하루하루가 바쁘다 힘들다 보니 그렇겠지만, 좀 더 멀리 넓게 바라봐야 하는 과제가 무용인들과 평론가들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 이슈 정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정기헌 _ 춤평론가 정기헌입니다. 올해 8월에 한국춤평론가회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지난 주말인 12월 초 한국춤평론가회에서 올해의 춤평론가상을 선정했는데, 작품상으로 거론된 작품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춤평론가회 여러분들과 숙의하였고, 한국전쟁 때도 문화단체와 예술가들이 그 해를 기념하는 작품에 대해 기록했다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2020년을 기념할 작품으로 이루다 씨의 작품 『W』를 선정했습니다. 코로나로 공연계가 얼어붙었지만 계속해서 창작의 열정은 이어졌다는 것이 의의가 있겠습니다.
지난 1월 말부터 코로나가 번지고 1차 확산 때 까지만 해도 4~5개월 정도 지나면 잠잠해지고 가을에는 일상으로 돌아갈 거란 기대를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새해가 되어도 5~6월쯤은 되어야 안정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연계뿐 아니라 우리사회가 심각한 보릿고개를 맞게 될 것 같습니다.
연말에 무용계를 결산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은 지난 십 여 년 동안 좋은 작품들이 풍성했거나 예산이 넉넉했던 적은 없습니다. 그것은 무용계가 행하는 창작, 정책, 교육 등에서 이 시대에 필요한 이슈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이유가 같습니다. 지원금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예술사회가 되어 있다는 것이 그 결과입니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춤 계의 이 미비한 움직임과 동력은 동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 할 에너지가 너무 미약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코로나와 관련된 많은 세미나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뭔가 유효한 답을 만들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은경 _ 여러분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영상 부분, 예산지원, 뉴딜, 독립무용가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등에 집중해서 현재 상황과 포스트 코로나를 다뤄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네요. 먼저 영상 쪽의 현상과 앞으로의 진행 방향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제한적인 공연, 코로나로 인해 무용 영상화가 빠르게 성장
심정민 _ 무용계에서 영상을 활용하는 경우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무대 위에서 융복합적인 공연을 할 때 영상을 활용하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가 있고, 두 번째 ‘댄스 필름’이라고 해서 공연과는 독립된 무용 영화 분야가 있고, 세 번째 무용을 녹화한 영상이 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독립적인 창작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는 분야인데, 세 번째 공연의 녹화 영상은 사실 대안물로 치부되었습니다. 무대 공연에 대한 기록 보존 차원에서 쓰는 거였죠.
하지만 코로나19 때 가장 주목받고 가장 활성화된 것이 바로 이 녹화영상의 온라인 중계였습니다. 이에 따라 무용 영상화가 빠른 시기에 엄청나게 성장을 했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어둡고 흐리게 찍히거나 잘못된 앵글로 잡히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서 공개하기 어려운 영상들이 꽤 있었는데, 올해 들어 영상으로밖에 못 보는 무관객 공연들도 많아지다 보니 아카이빙 개념까지 도입하여 보다 많은 재원을 투자해서 영상 퀄리티를 상당히 높인 측면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지원도 있었고요. 물론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들은 있습니다. 투입된 영상 전문가들이 영상 자체는 매우 잘 찍을지는 모르겠지만, TV 음악프로그램의 아이돌 찍듯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용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춤을 출 때 어디를 찍어야 할지 몰라서 다리를 잡아야 되는데 얼굴을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 광주시립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녹화영상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광주 MBC에서 서유럽 발레 영상처럼 너무 잘 찍어서 놀랐습니다만, 알아보니 광주시립발레단의 지도위원이 영상감독 옆에 붙어서 여기서는 무엇을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 일일이 알려줬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방법을 고려할 만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영상 전문가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듯합니다. 대단히 시기적절하게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용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갖춘 영상 전문가들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사서 보는 해외 유명 무용 DVD의 영상 퀄리티를 국내에서도 기대할 수 있게 되니까요.
무용공연 상황을 보면, 팬데믹 초기에는 공연을 갑자기 전면 취소하기도 하고 좀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언택트 시대가 장기화되고 이에 대해 적응하게 되면서 온라인 중계가 활성화되었으며 점 차 온라인 중계 형태가 다양해지더군요. 무관객 실시간 온라인중계, 무관객 녹화 후 일정기간 후 온라인 중계, 기존 콘텐츠의 온라인 송출 등 사례를 정리해봤는데 8~9개 정도의 온라인 중계 사례가 나오더라고요. 상황과 선택에 따라서 영상중계 방법을 얼마든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극장이 영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관건
윤대성 _ 영상 공연은 여분의 예산을 영상에 얼마나 투입할 수 있는가에 따라서 질이 달라집니다. 영상 찍는 사람이 리허설을 더 많이 보고 작품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하려면, 그 사람의 시간을, 더 좋은 장비를 그만큼 확보해야 해요. 카메라를 한 대로 찍는 것, 세 대로 찍는 것, 열 대로 찍는 것이 확연히 다른 결과물을 내지요. 제가 듣기로는, 한 공공극장의 영상화사업은 굉장히 좋은 카메라 열 대를 투입해서 편 당 제작비가 1억 원이 들었다고 해요. 예산 투입에 따라서 결과물의 질이 달라진다는 거지요. 그런데 올해 상황은, 예산 계획에 영상이 아예 없었던 거에요.
‘크리틱스 초이스’도 마찬가지고, 다른 부문 예산을 쪼개서 영상으로 끌어와야 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던 거예요. 영상 사용 방식이 빠르게 다양해질 수밖에 없었던 건, 각자의 예산 상황에 따라서 자구책을 찾은 것입니다. ‘유연한 대처’라는 허울 좋은 말로 표현했지만, 민간은 현실을 직면하고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이미 지출한 비용과는 상관없이 지원금을 전액 반납해야 하니까요.
각설하고 영상 시스템 문제로 돌아오면, 결국 극장이 영상 장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현재로서 민간단체는 오프라인 공연을 위해 극장을 대관해야 하고, 온라인 공연을 위해 영상도 찍어야 하니 영상화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는 상황이 돼요. 당연히 좋은 결과물을 내긴 어렵지요. 그렇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각 극장이 영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아르코 극장은 원래 영상 시스템이 있었는데 영상 촬영시 작품 저작권 문제로 몇 년째 사용이 안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지금은 카메라 한 대로 찍긴 하는데, 단순히 찍어서 로비로 송출하는, 대기 관객들을 위한 용도이지 녹화는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용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대인 아르코예술극장이 영상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희망하는 단체들과 저작권 계약을 맺어서 생중계를 하거나, 녹화를 하거나, 기록용으로 보관할 수 있게 해준다면 각 단체들이 영상 예산을 추가로 들여야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도 마찬가지로 극장이 그런 시스템을 갖추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심정민 _ 정보를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며칠 전에 예술의전당에 업무가 있어 갔는데, 그쪽 고위 관계자가 예술의전당 내 영상 시스템 구축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받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영상 시스템을 활용해서 동시 편집도 하고, 동시 송출도 가능하도록 내년에 극장 내에 시설을 구축을 할 거라고 합니다. 무용가들도 참고할 만합니다.
윤대성 _ 무용계는 아르코예술극장을 굉장히 많이 활용하잖아요. 또한 많이 이용한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아르코는 ‘예술가 지원’을 상징하는 극장입니다. 대관료 자체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것이 그런 이유지요. 영세한 단체를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아르코예술극장부터 그런 시스템이 신속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호연 _ 영상 관련된 것들은 조금씩, 꾸준히 여러 측면에서 시도가 되어왔는데, 코로나를 계기로 그게 더 확대된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아까 말씀하셨듯이, 작년에 이미 책정된 예산 안에서 영상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제가 어떤 무용제 평가를 하러 갔을 때, 담당자에게 관객 유치가 힘든지 온라인이 힘든지 물어봤더니 둘 다 각각 힘든 점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관객 유치는 홍보 등 발로 뛴다는 점에서 힘들지만, 온라인은 주어진 예산 안에서 영상 작업을 추가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홍보 등 앞서 책정된 제한된 예산 안에서 영상 예산을 해결해야하기에 어려움이 있는거죠. 게다가 무용의 영상화에 대해서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얼마나 투자해야 될지도 알 수 없고, 공연예술의 본질은 영상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기획자, 무용가들이 다들 필요에 의해서 하고는 있지만, 더 진보적인 시도를 하지 않고 영상 송출이라는 형태 자체만 활용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여러 자구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스파프’는 일정 요금을 받고 온라인 공연 영상을 볼 수 있게 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5천원을 내고 봤는데, 영상이 평면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어요. 편집을 해서 무대를 보여주더라고요. 이런 여러 다양한 영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수익구조에 이르는 형태로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제가 수업시간에 무대 공연예술의 영상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더니 지방에 계시는 음악 전공자는 본인이 지방에서 사니까 영상이 있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공연이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온라인을 통해 더 개방되니까 지역의 대중들한테는 더 좋다는 거죠. 그러면서 본인은 성악가 공연 영상이 있다면 돈을 내고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코로나 이후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중심을 이룰 것인가, 혹은 이런 경험자들이 극장을 찾을 것인가는 조금은 회의적으로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지금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용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 같습니다.
조은경 _ 저는 보수적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영상으로 송출할 정도로 좋은 작품이 그렇게 많은지는 모르겠어요.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모든 작품을 전부 기록할 여건이 되느냐 하는 의문이 있고요. 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남겨놓은 춤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런 문제도 있습니다.
정기헌 _ 그렇죠. 영상과 무대를 등가로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안무자의 의도를 담는 것과 현장의 느낌이 중계되려면 시간과 비용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겠죠.
조은경 _ 영상으로 춤을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춤의 자리를 뺏기는 건 아닐까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영상에 익숙해지면 공연장에 직접 찾아가서 느낄 수 있는 것을 모르게 될 것 같은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아이돌그룹들 역시 팬콘서트를 온라인으로 유료공연하더군요. 피할 수 없는 선택인 것이 지난번 LG아트센터를 비롯한 세계 9개 극장에서 동시 송출한 램버트무용단의 『내면으로부터』 세계초연은 온라인만으로 진행되었고요.

온라인 세계 초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
심정민 _ 온라인 컨텐츠화 사례 중에 가장 좋았던 건, 해외 명작들의 풀 버전을 무료로 보여준 거였어요. 상반기만 하더라도 코로나19가 한시적일 줄 알고 그렇게 다 풀었습니다. 50~60년 전의 옛날 공연 영상들은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니는데, 10년 안쪽의 최근 명작들의 풀 버전은 온라인에 공개가 안 되어 있었거든요. 그런 작품들까지도 다 풀 버전으로 제공됐습니다. 홍보 차원의 사회 환원으로 일시적으로 풀었던 것 같아요.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다 보니 무용계의 거의 모든 극장, 축제, 단체들이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유료화가 정착되어 갔습니다. 처음에 최근 명작들까지 무료로 마구 공개했던 탓에 시청자들이 무용 온라인 콘텐츠에 만원도 투자하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생각을 바꿔야 해요. 영화관에 가서는 꽤 비싼 돈을 주고 신작을 보지 않습니까? 그 영화가 온라인에 풀리면 처음에는 만원, 만 오천 원 정도 줘야 시청을 할 수 있습니다. 영화도 신작일 경우 처음에는 비싸게 지불하는데 무용은 왜 돈을 안 내고 보려고 하는 걸까요?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요즘에 무용에서도 세계 초연 같은 컨텐츠들은 다 유료화되고 있습니다.
그중에 성공적인 사례가 LG아트센터인데요. LG아트센터가 세계 9개 극장과 조인해서 램버트무용단과 빔 반데키부스의 『내면으로부터』 세계 초연을 유료로 온라인 중계를 했는데,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온라인 세계 초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서 영상으로 최상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 공연을 실현한 것이죠. 앞으로 온라인 세계 초연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 것 같습니다. 온라인 세계 초연의 경우, 세계 어디서 누구나 소정의 금액만 낸다면 온라인에 접속하여 퀄리티 있는 공연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활성화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중계로 공개된 무용영상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평론가들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관객 공연의 온라인 중계일 경우, 영상을 보고 평론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보는 관점이 달라지겠죠. 작품에 대한 예술적, 미학적 평가보다는 온라인 중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할 수밖에 없겠죠. 영상으로 볼 때의 평가와 실제로 봤을 때의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무용은 결국은 공연예술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본 것 위주로 예술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인식한 영리한 극장, 축제, 단체들은 최근에 무관객 공연이지만 소수의 평론가나 관계자는 초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기헌 _ 예전에는 영상을 보고 글을 써야 할 때는 뒤에 무대를 상상하면서 글을 썼는데, 앞으로 어느 시점에는 이제 영상 속에 보이는 것만 보고 평가해야 될 것 같습니다. LED 패널의 발달로 공연예술 무대가 효과적으로 표현력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LED와 홀로그램까지 추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새로운 것이 만들어 진다면 영상 속에 보여지는 것만을 가지고 춤을 이해해야겠지요. 춤영상에 대해서 저는 예전부터 모든 무용가들은 영상에 뛰어들어 자신의 움직임, 메시지를 담아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을 발표하는 동기가 품고 있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면 무대 뿐 아니라 뭐든 못하겠어요. 그게 창작예술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 분야는 춤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인데, 코로나로 인해 그 시기가 앞 당겨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창작지원금의 명암
조은경 _ 다음 주제로 넘어가볼게요. 코로나 시대에 어쨌든 창작이 많이 위축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창작, 지원문제, 득과 실, 독립무용가 문제를 짚어보고,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고 또 앞으로 무엇을 할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심정민 평론가께서 창작이 위축도 됐지만 쉽게 가는 풍토도 생겼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심정민 _ 현재 창작이 위축되어 있지만, 이 상황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고 그러면 빠르게 정상화되리라 봅니다. 그렇게 됐을 때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는 창작자 스타일과 그렇지 못한 창작자 스타일이 올해 선명히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 몇 년 간 느껴지긴 했으나 그 경향이 올해 들어서 선명해졌어요. 우려가 됩니다. 사실 창작은 정말 하기 힘듭니다. 굉장히 두꺼운 콘크리트를 맨몸으로 뚫는 듯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쉽게 돌아가는 꼼수를 부리기 시작하면 창작자로서 자멸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고 봅니다. 대여섯 명이 모여서 각자의 춤들을 묶어 한 작품으로 만든다든가, 각자 즉흥식으로 하는 것을 한 자리에 펼쳐놓는다든가 이런 식이죠. 그게 실험적인 의미가 있고 창의적인 가치가 있으면 괜찮은데, 그런 작품보다는 쉽게 가려는 꼼수로 느껴지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다 보이거든요. 이런 건 창작자에 대한 신뢰, 예술가로서의 존재감을 굉장히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놀라운 현상이 있는데요. 관객과의 소통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관객 눈에 자기 작품이 어떻게 보일지는 신경도 안 쓰는 것이죠. 어차피 소수만 보러 오는데다가 그마저도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어떻게 하든 칭찬은 해줄 테고 스스로 만족하면서 공연을 마치는 것입니다. 중간 모니터링이나 시연회 평가 등을 가서 ‘작품 연습하는 중간 중간에 이 작품을 처음 만나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까, 관객의 시선으로 보면 어떤 점이 보기 좋고 싫을까 이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 의외로 적지 않은 수가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거예요. 관객 눈에 이 작품 어떻게 보일지 한 번도 안 생각한 창작자가 적지 않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심지어 지원금을 받으면서요.
조은경 _ 앞에 관객이 있으면 괜찮은데 온라인으로 공연해서 그런 건가요?
심정민 _ 아뇨. 예전부터 활동해온 사람들이에요. 지원금의 명암에 대해 언급해 보겠습니다. 올해 국내 공연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았던 것도 지원금을 써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물론 성실하게 하는 무용가들도 많습니다만, 그렇지못한 경우도 많아요. 지원금 제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올해 코로나19 시국에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공연이 많이 열린 건 맞습니다. 반면에 지원금 의존도가 심해서 지원금이 없으면 공연 계획을 아예 접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점은 문제라고 봅니다. 티켓수익, 후원 등을 아예 기대하지도 않는 것이죠. 물론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는 예술가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가는데 지원금이 매우 중요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도 지원금 의존도는 너무 높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상황이 좀 더 안정화된 후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윤대성 _ 창작자 활동 위축이라는 게, 신작이 안 나온 부분도 있지만 리바이벌이 유독 많았어요. ‘리바이벌’을 먼저 정의하면, 원래 리바이벌의 개념은 신작이 아닌 공연을 올해 다시 공연하는 거였어요. 하지만 올해는 예전에 찍어놓은 ‘녹화 영상’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측면의 리바이벌이 많아졌지요. 그래서 창작자들의 활동은 위축됐지만, 온라인 공연 활동을 포괄한다면 공연 횟수로는 꽤 많은 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공공부문에서 예전에 찍어놓은 영상을 공개하고 새롭게 영상화를 추진했고요. 영상화 결과물을 오프라인 상에서 상영하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 공개가 상당히 활성화되었습니다. 극장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문화예술향유라는 목적을 생각하면 온라인 송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개인 안무가들도 온라인 공연을 꽤 많이 했고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권장할 만한 리바이벌’과 ‘부적절한 리바이벌’이 양분됐다는 점이에요. ‘권장할 만한 리바이벌’은 첫째, 명작을 온라인화 하여 접근 용이성을 높임으로써 관객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관객의 지평을 넓히려 했던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국경을 넘은 무용공연 유통의 측면이에요. 해외 공연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과 국내공연을 해외로 유통하는 것이 실물로는 불가능해지면서 올해는 영상을 사용하게 되었지요. 먼저 국립발레단 강효형 단원의 작품이 러시아 ‘브누아 드 라 당스’ 유튜브 페스티벌에서 영상으로 상영이 되었어요. 윤수미무용단의 작품도 LA댄스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영상으로 상영되었고요. 또한 박순호 브레시트댄스컴퍼니의 작품은 미국 제이콥스필로우 댄스페스티벌의 ‘버추얼 페스티벌’ 일환으로 상영되었어요. 이렇게 해외 진출이 영상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로 해외 공연이 들어온 경우도 있잖아요. 대표적으로 LG아트센터는 디지털 스테이지 ‘컴온(CoM On)’을 통해 기존에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됐던 명작 15편을 영상으로 공개했습니다. 램버트무용단의 『내면으로부터』는 초연되었고요, 크리스탈 파이트의 『검찰관』은 재연작으로 온라인 유료 공연이 이루어졌어요. 이런 것들이 권장할 만한 리바이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적절한 리바이벌은 사업 수행을 위해 녹화 영상을 재탕하는 것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에 공연을 수행해야 되는데, 어차피 무관객 송출이니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다시 그걸 찍어 내보내는 수고를 하기 싫은 거지요. 그래서 예전에 했던 공연 영상을 모아서 그 영상으로 온라인 공연을 하고 올해 실적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봐요. 이건 지원 기관와 관객을 기만하는 행동이고, 편법을 쓰는 거예요. 이런 현상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호연 _ 창작에 대한 문제는 코로나 이전부터 계속 무용계에 있었죠. 오히려 코로나를 계기로 좀 더 표면화된 것 같아요. 위드코로나 시대 관객들은 예술에서 무언가 치유를 받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데, 그럴 만한 상황도 아니고 그런 대상도 많지가 않아요. 게다가 코로나에 대처하는 담론들이 없지 않았나 싶어요. 이는 앞서의 창작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변화 없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일텐데 이는 코로나 이전에도 무용 창작을 할 때 사회적 담론을 수용하지 못하는 측면 그대로 모습입니다. 요즘 현대무용 공연들을 보면 대부분 실존에 관한 내용들이에요. ‘나에 대한 이야기, 자아 성찰, 나는 힘들다’라는 이야기들이죠. 그런데 그런 것들이 굉장히 추상적이다 보니 관객들은 공감을 못 해요. 사회적 담론, 사회적 이슈를 담는 것이 필요합니다.
올해 같은 경우는 저도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을 보면서 마스크를 쓰고 보니까 굉장히 답답해요. 그런데 마스크도 답답한데 공연에서도 답답한 이야기들을 하니까 힘든거죠. 그렇다고 밝은 이야기만 담으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있어야 된다는거죠. 오히려 올해 창작 담론은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요. 올해 작품 자체가 적어서 좋은 작품이 별로 안 나오기도 했지만,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보니까 전반적으로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적절한 리바이벌등 옥석을 구분해내야
정기헌 _ 창작이 위축된 것을 넘어서 무용계 자체가 위축되어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이 시대를 대표할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창작무대의 현실입니다. 어떤 작품은 춤과 구성이 훌륭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자기 감성, 내면의 표현이 지금 현실과 시대의 공감에 전혀 울림을 주고 있지 못합니다. 그리고 지원금의 그늘 있다고 하신 것에 동의하고, 무용 사회 내에서 가지고 있는 자신의 포지션만큼 지원금을 받았으니 올해는 좀 편하게 가자는 관성적 공연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런 무대를 평론가가 일일이 쫓아다니며 이것은 무엇이 문제라고 지적할 에너지도 부족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이야기 하는 것인데 안무자 본인의 선명한 메시지가 없는 작품이 무대에 계속 오르는 것이 빈약한 창작춤 무대의 첫 번째 이유입니다.
조은경 _ 창작의 위축 중에서도 주제를 선정할 때 동시대와 공감하려고 하는 경향이 위축되었다는 지적에 동감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형식의 변화를 통해 상황을 돌파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이를 테면 장소 특정적 공연이라든가, 한국무용 쪽에서는 군무가 아닌 홀춤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해보려는 시도등 변화도 일어난 한 해였습니다.
그러면 이제 올해의 작품들을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주 한국춤평론가회에서 수상작을 선정했는데요. 이를 포함해서 올해 어떤 무용가, 어떤 작품들이 평론가의 눈길을 끌었는지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심정민 _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창작활동의 위축이 두드러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안애순의 『타임스퀘어』, 김나이의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 이루다의 『W』, 김성훈의 『단』, 김보람의 『바디콘서트_풀버전』, 최명현의 ‘댄스컴퍼니 명 10주년 기념 공연’과 『운동과 시간의 연속성에 관한 연구』, 유희웅의 『변화가 변화를 변화한다』, 정철인의 『위버멘쉬』 등이 있습니다. 이에 관련해서는 다음 달 춤지에 2020년 결산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려고 합니다.
윤대성 _ 저는 사회적 담론과 연관 지어서 ‘현대무용단 탐’의 『젊은 무용수, 젊은 안무가』를 꼽고 싶어요. 모든 무용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서서 사회적 인식을 공유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걸 위해 얼굴에서 나오는 표현의 요소를 포기한 겁니다. 그러면서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 거지요. 올해 이루어진 그 어떤 무용공연도, 심지어 코로나 상황을 다루었을지언정 공연 사진을 보고 그것을 유추할 수 있는 경우는 없어요. 반대로 이 공연은 사진 한 장만으로도 언제 한 공연인지, 이 당시 사회가 어떠했는지를 볼 수 있어요.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호연 _ 올해는 그동안 창작 활동을 꾸준하게 펼치면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여 기대가 된 안무가들이 서너 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루다의 『W』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면서도 굳이 진보적인 페미니즘이라기보다는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진솔하게 잘 담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습니다. 최명현은 요즘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창작을 하더라고요. 『업사이클링 댄스』에서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었고, 올해 ‘크리틱스초이스’에서 공연한 『운동과 시간의 연속성에 연속성에 관한 연구』는 춤의 본질적 표현 방식에 대한 풀어놓기도 하면서 변별성을 가진 다양한 작품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주목한 작품 중 하나는 지난 10월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차진엽의 『원형하는 몸 : ROUND 1』이라는 작품인데요. 융복합을 제대로 보여준 공연이었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융복합 작품은 여러 장르적 요소들이 잘 섞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공연은 움직임과 테크놀로지가 잘 융합되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잘 보여준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무용제에서 서연수 안무의 『집 속의 집』은 동시대 전형성을 보이면서도 한국적 요소가 이면적으로 잘 표현된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활동도 주목할 수 있겠죠. 이들은 꾸준하게 대중과 소통하는 여러 작업을 하면서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었죠. 특히 올해 이날치 밴드와 협업으로 한 그들의 활동은 대중적 관심도를 높였는데 무용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런 작품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조금 더 거듭나는 모습을 보였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있을 듯합니다.
정기헌 _ 저는 올해 공연을 많이 못 봤는데, 그 중에서는 ‘크리틱스초이스’가 기억에 남습니다. ‘크리틱스초이스’는 ‘전국무용제’나 ‘서울무용제’와는 다른 분위기의 페스티벌이면서 젊은 도전의 느낌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안무자 최명현, 정철인이 기억에 남습니다.

오래도록 유지되어온 축제들의 저력을 느낀 한 해
조은경 _ 올해 페스티벌이나 국시립 무용단 쪽도 짚어볼까요? ‘서울시무용단’에서는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꾸준히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웨딩보감』, 『더 토핑』 같은 신작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전 단원이 참여하는 공연이 쉽지 않았거든요.
심정민 _ 국립 무용단체들은 올해 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너무 몸을 사린다는 인상이 짙었습니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사설 무용단들은 어떻게 해서든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날까지도 애를 쓰고 하던데 국립 무용단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조금만 상향된다 하면 공연 취소나 변경을 선언해버리더군요. 물론 국립이다보니 더 조심스러운 점이 있었겠지만 시립만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공연을 하려고 하는데 너무 빠르게 포기해 버리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발레축제’가 여러 차례 변경되어 결국 개최를 하게 되었는데 유일하게 국립발레단만 며칠 전에 공연 취소를 했습니다. 오프닝이었던 국립발레단만 위기단계 격상기간에 해당되어 취소되고 나머지는 모두 진행되었습니다. 국내의 모든 공연이 그 시기에 일괄적으로 취소되는 것도 아니어서 한 동안 이에 대한 말들이 있었습니다.
한편 서울시무용단은 세 가지 메인 공연을 모두 성사시켰습니다. 『놋-N.O.T』도 작년 공연의 녹화영상을 송출한 게 아니라 올해 업그레이드된 작품을 실시간 온라인 중계하였습니다. 『웨딩보감』과 『더 토핑』은 관객을 받아 공연을 진행하고 온라인 중계도 하더군요. 어떻게 해서든 공연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강해서인지 변경을 거치면서도 기어이 공연 일정을 잡아내더군요. 어려운 시기에 그러한 의지가 돋보여서 올해 한국춤평론가회 춤평론가상 특별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은경 _ ‘서울무용제’의 경우 시기가 잘 맞아서 공연을 할 수 있었지요. 그 중에 한 팀이 코로나 때문에 출전을 포기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어쨌든 나머지 경연은 잘 진행이 됐어요. 서연수 안무가, 정석순 안무가의 작품을 객석에서 직접 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고요, 무용가들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게 이렇게 큰 행복이구나 하는 걸 새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는 한해였습니다.
심정민 _ ‘전국무용제’를 살펴보면 메타댄스프로젝트 곽영은 안무의 『오프 스테이션 II(Off stationⅡ)』가 호평을 받았습니다. 한편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축제를 개최하는 게 정말 힘들거든요. 집약적으로 공연이 이루어지는데다가 많은 단체가 출연하기 때문에 방역을 조금만 소홀히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올해 축제 사무국 분들이 엄청나게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예정대로 열린 축제가 없고 일정이든 프로그램이든 변경을 거쳐 모두 극적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온라인 축제로 공개되기도 했고요.
오래도록 유지되어온 축제들의 저력을 느낀 한 해였습니다. 축제는 올해 전면 취소되지 않을까 했는데, 무용계의 주요 축제인 모다페, 대한민국발레축제, 한국무용제전, K-발레월드가 모두 개최되었거든요. 올해는 개최를 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과라고 봅니다.
팬데믹 초기에는 무용계가 초토화도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만, 후반기로 가면서 무용계는 원래 어려웠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게 무용계의 최대 단점이자 장점인 것 같아요. 항상 너무 어렵지만, 그렇기에 어려운 상황에 대한 적응력과 돌파력도 엄청나다는 겁니다.
조은경 _ 한국무용협회도 굉장히 발 빠르고 지혜롭게 움직였던 것 같아요. 뉴딜등 지원에 있어서 다양하게 받아내고, 놓치기 쉬운 것들도 대응한 점 칭찬할 만하다고 봅니다. ‘한영숙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서 한영숙살풀이춤보존회장 이은주 인천대 교수를 중심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연도 하고, 기록집을 출간했습니다. 국수호 선생이 지난 12월호 좌담에서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코로나 이후 각자의 상황이 달라져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하셨어요. 국수호 선생 자신도 ‘홀춤’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춤으로 만들어나가려는 의지를 보이셨고요. 현대무용가 육완순 선생도 팬데믹시기 칩거하며 글을 써 책을 내셨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가는지에 따라서 새로운 도약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잡지도 평론도 달라질 거라 봅니다.
심정민 _ 무용전문지 얘기는 안 해도 되나요? 무용전문지들이 올해 너무 힘들다고 사색이 되어 있습니다만, 창간 이래로 최고로 힘들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한 무용전문지가 몇 년 전 지원 서류를 잘 못 작성해서 2~3천만 원 정도 되는 지원금을 아예 받지를 못했습니다. 그 잡지 편집장이 그때보다 지금이 상황이 훨씬 더 힘들다고 하더군요.
조은경 _ 그런데 잡지야말로 원래 늘 진짜 어려웠기 때문에…(웃음)
윤대성 _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렵지요. 코로나라는 특수상황도 있지만, 경제적인 것을 기대하고 하는 업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과 관계 없이 김경애 대표님의 사명감으로 버텨왔어요. 작년까지 너무 어려웠고 올해는 너무너무 어려워진 상황이랄까요(웃음). 버티는 힘, 그것을 저력으로 믿고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코로나 사태에 기초예술의 저력을 확인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돈 때문에 하는 공연은 이런 상황에서 진행하기가 어려워요. 특히 내년에는 그 여파가 더 크리라고 봅니다. 공연은 준비 기간이 긴데, 올해는 준비해온 게 있어서 어떻게든 상업 공연이 이루어졌다지만 올해 준비로 개막해야 하는 내년 상반기는 더욱 위축될 거예요. 하지만 돈을 보지 않는 순수예술공연은 오히려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예술의 가치를 보는 것이 중요한데, 나라에서는 기초예술을 홀대하는 것 같아요. 대중예술을 최고로 치지요. 왜 기초예술을 해야 하고, 왜 돈 보고 하지 않는 예술이 중요한지가 올해 더 명백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춤영상 시대가 도래할 것
조은경 _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지’가 거의 6개월 이상 계속 코로나 시대를 특집으로 하면서 각계의 얘기도 들어보고, 무용계 내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의견을 수렴해가는 과정을 이어왔어요. 이것 역시 전문지의 역할이라는 생각입니다. 올해 다들 어려웠죠. 2021년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무용계는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어떤 준비들이 그 모습을 가능하게 할 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정기헌 _ 서두에 이야기 한 것처럼 새해의 상반기는 코로나 문제에 자유롭지 않을 것입니다. 이 위기에 상황에 이미 1년 정도 익숙해 졌으니 늘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았던 무용계는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겠지요. 일단 춤영상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핸드폰 몇 대를 가지고 자신의 의지를 담은 춤과 몸으로 표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겠지요. 그것이 통해 문화대중이 춤의 무대를 찾아 다가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존의 무대와 기존의 교육에서 보여진 춤과 작품에서 벗어난 것들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고 새로운 춤판이 열리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지원금을 받으면 공연을 하는 것이고 못 받으면 안하는 예술사회는 이미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상기했으면 합니다.
김호연 _ 우선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되는 걸 기원할 수 밖에 없겠죠. 그래야 무대공연예술도 무대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살아있음을 공유하며 본질적 삶의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이 2021년에도 완벽하게 제자리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 대처라는 문제가 놓이는데, 영상과 관련된 부분은 이젠 무용인 스스로 영상에 관해 실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 문제겠지만 무용인들이 영상을 다룰 줄 알아야 제대로 된 무용 영상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이는 댄스필름이나 기록의 개념으로나 마찬가지 문제일 겁니다.
앞서 논의했지만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인식 전환 속에서 새로운 담론을 담은 작품을 기대해봅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정신없이 우리의 삶을 고립시켰다면 2021년은 위드코로나라 말하듯 조금은 적응된 현실 혹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뉴노멀 속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작품에 담겨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하게 됩니다.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인식 전환 속에서 새로운 담론을 담은 작품 기대
윤대성 _ 코로나라는 불확실성이 ‘예측’을 기만하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백신이 나오고 치료제가 나오면 상황이 확실히 나아지겠지만, 근시일을 전망해서는 다시 기만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그럼에도 추세는 짚어볼 수 있겠지요. 감염병이 통제 가능한 상황이 되면 극장 공연으로 다시 돌아가겠지만 영상화에 대한 거부감은 현저히 낮아질 거예요. 하지만 영상화는 필연적으로 저작권 문제와 결부될 수밖에 없지요. 전에는 무용가들이 내가 좋은 음원을 그냥 작품에 사용했지만 이게 온라인 송출된다면 음원의 무단 사용을 방송으로 자백하는 꼴이 되거든요. 그럼 둘 중에 하나지요. 저작권 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되어 창작 관행이 바뀌든지, 혹은 온라인 영상 공연이 생각보다 코로나 이후엔 활성화되지 못 하든지요. 생각보다 현실의 벽은 높으니까요. 내가 저작권을 침해당할 수도 있지만, 거꾸로 다른 예술가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무용공연은 더 높아요. 음악과 크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각심을 가진 창작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심정민 _ 코로나19가 내년에도 꽤 오래도록 영향을 미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여전히 무용계의 위축은 이어지겠지만 언택트 시대에 무용계가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도 있습니다. 영상 전문화, 영상 콘텐츠화, 온라인 중계 촉진 등이 될 수 있겠죠. 사실 우리나라가 무용 공연에 관해서는 세계 무용 경향이나 퀄리티에 근접해 있습니다만, 영상 전문화나 영상 콘텐츠화에 있어서는 상당히 뒤처진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타의든 자의든 온라인 중계가 촉진되었고 이에 따라 영상 전문화나 영상 콘텐츠화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이러한 영역에서 두드러진 발전을 도모하면 좋겠습니다. 정말 심각하게 어려운 시기라는 것은 동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겨내야 합니다. 2020 한국춤평론가회 춤평론가상 심의 때 김경애 선생이 하신 ‘6·25전쟁 중에도 춤 공연은 있었다’는 말씀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조은경 _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새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