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1년 11월 28일 일요일|
 

관무기

 

어쩌면 춤공연예술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시간
- 장유경·윤미라·추현주·심현주·「세계안무축제」·김성용




채명(蔡明)()

* 장유경의 춤 『별신』&『푸너리 1.5』(11월5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12월10~11일 대구오페라하우스)
2020년은 코로나19로 대구의 공연 현장은 아예 얼어붙었다가, 연말이 되어서 이 상황에서 가능한 다양한 공연 모드로 춤 공연이 이루어졌다. 지원금 수혜자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된 것이다. 몰아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지만, 비어 있는 객석의 한기는 추운 겨울을 더욱 서늘하게 만들었다. 축제의 장이 더 이상 축제가 될 수 없는 아픔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그리고 예술가들의 열망은 얼마나 위축될 것인가?
그렇지만 이렇게 관객이 없이도, 공연은 이어져가야 한다. 이 위기에도 예술가들의 예술혼은 사라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관객도 없는 공연의 가성비를 생각하면 다소 소비적인 느낌이 없지 않지만, 예술가들이라고 그 생각을 왜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무용공연의 다양한 모습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어쩌면 무용공연예술의 새로운 돌파구 모색을 도모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용이 대중에게서 그 애정을 잃지 않으려면, 그들에게 감동을 선물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국무용 부문에서 ‘동해안별신굿’에서 찾은 장유경 춤 『별신』, 『푸너리 1.5』는 대구에서 2020년의 정점을 찍으며, 어려운 시기의 관객들에게 춤의 위안을 선사했다.

『별신』(11월5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은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 파트의 매년 행사인 ‘한국무용의 밤’에 계명대학교 장유경 교수가 객원안무로 참여하게 되었다. 안무자는 연출 및 안무의 변에 ‘동해안 별신굿’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오고, 팬데믹 시대를 이겨내는 시민들을 향한 감사와 격려의 ‘달구벌 별신굿’을 무대에 올린다고 적시했다. 형식은 동해안 별신굿의 무악과 무가를 이용하여, 굿을 무대형상화한 것이다.

먼저 대구시립국악단의 라이브음악이 관객의 감성을 건드린다. 1장 ‘안부’에서 김용철과 곽나연의 듀엣이 아름답다. 뒷모습으로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무대에 오르는 곽나연의 뒷태가 암울한 현실의 서글픔으로 보여진다. 흘러내리는 의상의 흐름과 조용한 그녀의 발걸음을 김용철이 합세하며, 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안부를 묻는다는 그들의 춤은 지극히 조심스러우면서도, 활기를 잃지 않으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름다운 무대로 벌써 위안을 받은 듯 맘이 즐거웠다. 2장 ‘문굿’에서부터 관객의 시선은 무대장치에 더 눈길이 쏠렸다. 1장에서 배경으로만 치부했던 수많은 막대의 장치는 장소의 개념으로 건축물을 쌓아가듯 탈태를 했다. 깊은 산골의 신당처럼 신기가 가득한 곳, 구중궁궐의 외딴 장소, 홍살문처럼 드리워져 외로이 인고를 이겨내는 곳과 같은 많은 의미로 관객에게 다가섰다. 김순주가 한 여인이 되어 그곳에서 춤을 이어갔다. 굿으로 보이기보다는 한 여인의 인고 시간으로 보여진다. 3장 ‘별신’에서는 남자 무용수들이 군무를 이끌어가며 그들의 제를 그리고, 4장 ‘꽃노래’는 대구시립국악단원 12명 여자 무용수들 중 11명의 선살풀이로, 5장 ‘그리고 내일’에서는 대동단결하여 희망을 그려내는 군무가 마치 강강술래처럼 무대를 빙빙 돈다. 장유경의 피날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군무의 흥겨움이다.
특별출연한 9명 계명대 남자 무용수들과 11명의 시립국악단원들의 희망찬 무대는 극의 짜임새와 더불어 악과 춤과 공연의 여러 요소들이 잘 어우러진 한 판의 축제였다.

『푸너리 1.5』(12월10~11일 대구오페라하우스)도 동해안별신굿 ‘푸너리’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시간적 작품의 흐름을 보면, 앞의 작품 『별신』보다는 7여 년 전에 발표되었다. 유사한 모티브를 한 달 간격으로 무대에 올렸으니, 작품 간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안무자는 이 어두운 시대에 고단함을 풀기 위해, 그 이름을 다시 불러내어 무대에 올린다고 했다. 동해안별신굿에서 왔으니, 민중적인 소박함이나 축제의 흥겨움 등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장유경의 미적 독창성으로 시종일관 점철된다. 깊은 무대와 고요함 속의 정제된 움직임으로 끝없이 풀어낸다. 그것은 움직이는 장면에서도 그 무드는 변하지 않는다. 절제의 고요 속으로 관객을 데려가고, 절제의 흥겨움 속에서 더불어 흥겹기는 쉽지 않았다. 이러한 느낌은 ‘오페라하우스’라는 큰 무대에서 오는 괴리감인가? 무대와 같이 호흡하기가 쉽지 않은 큰 규모의 극장에서 느끼는 일체감의 부족이라 보여진다.
무대의 장면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만들 듯, 장면마다 면밀히 계산된 그림 같은 무대를 만들어내는 데 안무자는 주력을 다했다. 그래서 춤의 내용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관객은 아름다운 장면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둘 일이다. 무엇으로 우리를 위로하려는 건가? 지극한 아름다움이 최고의 위로라고 안무가는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관객은 좀 더 설명적인 친절함이 함께 할 때 감동을 받는다.
내용을 장도 구별되지 않게 서술적으로 적었고, 전체적 줄거리는 당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삶의 여러 어려움을 풀어보겠다고 되어 있다. 붉은 막대를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 아슬아슬한 장면은 관객에게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듯 스릴감이 느껴진다. 그 아슬함 너머 반전적인 폭발을 관객은 기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재미와 의미가 공존하는 무대, 미감과 흥감이 함께하는 무대일 때, 관객은 더없이 즐겁다. 붉은 막대가 자주 다른 무대에서도 보여지니 신선감이 줄어들었다. 그 표현력이 아무리 극대화되어도 이미 관객은 첫 인상에서 받았던 강렬한 느낌에서 쉽게 빠져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슷한 느낌의 두 공연에서 관객과의 소통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던 ‘별신‘이 호응을 받는 것은 관객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로 보인다.

* 『고 최희선, 대구의 푸른춤을 지키다』(11월20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전통무용부문에서 『고 최희선, 대구의 푸른춤을 지키다』(11월20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가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으로 열렸다. 고 최희선 선생 제자인 대구 출신 경희대 윤미라 교수가 주축이 된 ‘달구벌입춤보존회’가 함께 무대를 만들었다.
최희선 선생의 『달구벌 입춤』을 윤미라가, 『한』은 ‘한길회’를 만들어 활동했던 최희선 선생의 제자이며 ‘최희선춤한길무용단’ 대표를 맡고 있는 최미나가, 『입춤』은 홀춤인 달구벌 입춤을 윤미라가 재구성하여 군무로 만들어 피날레를 장식했다. 초대 작품으로는 대구에서 활동했던 임관규의 『한량무』, 장유경 계명대 교수의 『선살풀이춤』이 함께 했고, 『달굿』 중의 장구춤과 『무악지선』이라는 작품도 윤미라의 제자들이 올렸다.
대구 출신으로 초기에는 고향을 중심으로 무용 활동을 하다 서울로 옮겼지만, 대구 사랑이 적지 않았던 최 선생은 그 역작을 대구를 상징하는 『달구벌 입춤』으로 남겨 놓았다. 이 춤을 추던 윤미라의 춤 무대를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이제 나이 든 제자는 스승의 춤을 제대로 전수받아 무대에 펼쳐 놓았고, 입춤에서는 이은영이라는 윤미라의 제자가 그 기량을 전승하여 최 선생의 춤 솜씨를 맘껏 뽐내 주었다. 한 판의 흥겨운 전통춤 무대는 고인이 된 스승과 그를 잇는 제자들이 춤으로 연결된 끈끈함으로 감동이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이제 비대면 온라인 공연이 하나의 장르가 되어가는 시점이다. 온라인의 여러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도 공연을 하고자 하는 무용인들의 작품은 속속 온라인으로 전해지는 현실이 되었다.

* 추현주의 전통춤 『달구벌 춤향기』(12월19일 대구퍼팩토리 소극장)
『달구벌 춤향기』(12월19일 대구퍼팩토리 소극장)가 추현주 전통춤 첫 번째 무대로 열렸다. ‘권명화 춤의 맥’이라는 부제를 달고 대구의 무형문화재인 권명화 선생의 제자로서 첫 무대를 올리는 공연이었다. 그간 전통춤의 여러 공연에 안무를 담당하기도 하고, 많은 무대에서 춤을 추기도 하였지만, 자신만의 무대를 만드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제자들과 함께 올린 공연이었지만, 추현주의 춤판은 권명화 선생의 춤을 얼마나 담을 것인가가 이 공연의 정점이 된다. 권명화류의 살풀이춤과 승무를 홀춤으로 춘 추현주는 오랜 숙련 기간을 거친 춤꾼답게 춤의 맛을 살려내어 무대를 채워나갔다.
전통춤의 향기는 선생의 춤을 이어받아 본인의 색깔을 덧입힐 때, 그 춤의 매력이 살아난다고 본다. 키 작은 권명화 선생은 작은 키에도 그 춤은 거인같이 기개가 넘치고 활기 있는 춤들을 선보였다. 추현주는 큰 키에 더 잘 갖춰진 신체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본인의 고유한 춤에 매진할 때 청출어람의 춤 세계를 가지게 될 것이다.

* 심현주의 춤 『수묵화로 그려내는 춤풍경』(12월20일 대구퍼팩토리 소극장)
『수묵화로 그려내는 춤풍경』(12월20일 대구퍼팩토리 소극장)이 연이어 라인을 통하여 전해졌다. 무심히 넘길 뻔했던 심현주의 춤 공연은 그녀가 가진 춤의 기품으로 관심을 끌었다. ‘심현주 댄스위드어스’팀과 함께 영남춤을 중심으로, 그녀가 가진 전통춤의 여러 분야를 선보였다. 역시 심현주가 추는 황무봉류의 산조와 권명화류의 살풀이가 눈길을 끈다. 흥을 담아낸 마지막 피날레의 영남소고와 호남설장구의 투박미와 흥취는 작품의 맺음으로 잔치판을 그렸지만, 공연제목으로 삼은 수묵화로 그려내는 춤 풍경은 심현주의 춤에서 그 미적 수려함과 전통의 멋을 한껏 뿜어내었다.
창작춤에서도 심현주는 그녀만의 특별한 춤판을 보이던 안무와 춤 실력으로 시선을 끌었는데, 이제 전통춤에서도 나이와 더불어 익어가는 그녀의 춤사위는 관객의 맘을 충분히 사로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몸 놀림의 자유로움과 마디마디마다 그녀의 감성으로 채워지는 춤의 흥취가 남다르게 아름답다. 춤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심현주의 춤이다.

* 제6회 「세계안무축제」(11월25일 퍼팩토리소극장, 26~27일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현대무용 파트에서는 제6회 「세계안무축제」(11월25일 퍼팩토리소극장, 26~27일 수성아트피아 용지홀)가 개최되었다. 세계안무축제 조직위원회(대표 박현옥) 주관으로 3일간 열리는 이 축제는 코로나 위기로 연기되다 뒤늦게 열리게 되었다. 모임이 어려운 시대가 되고, 공연 관람의 시간은 마치 위험군에 노출된 것과 같은 분위기 속에 개최되는 공연장 풍경은 관람하기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첫날, 소극장에서 열린 청년들의 즉흥공연은 즉흥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분위기가 다운되어 청년들의 열기를 살려내는데 쉽잖은 시간이 되었다. ‘청년열차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 하에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포스트코로나, 팬데믹, 유토피아 3개의 제목으로 몇 명이 조를 이루어 풀어나갔다. 재미난 시도로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로 그들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무대가 되었으면 한다.
둘째 날, ‘한국작가전’으로 정진우무용단 『심연』(안무 정진우), 댄스프로젝트FTHT 『적정거리 유지』(안무 정다래), 아우름무용단 『마음의 소리』(안무 안경미), 섶무용단 『일심-부모은중경』(안무 김용철), 대구시티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1막 중(안무 우혜영)의 공연이 열렸다.
셋째 날, ‘청년작가전’으로 엔엔디(NN:D0 『개인의 해석』(안무 남승진, 남희경), 아트프로젝트큼 『소우주: so would you』(안무 박소희), 2PUELLA 『샴』(안무 전하연, 백찬양), 옹기종기 『일로동행』(안무 이혜리), PYDANCE 『명왕성』(안무 도지원), 장프로젝트 『공존』(안무 장요한)의 공연이 있었다.
젊은 안무가들의 도발적 무대를 기대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는 걸까? 댄스프로젝트FTHT의 『적정거리 유지』처럼 어색하지만 남다른 시선과 음악과 별다른 움직임의 반전을 기대해 본다. 배운 데서 탈피하고, 나만의 색깔을 가지려고 애쓰는 젊은 작가들의 발굴 기회가 되고, 젊은 그들을 이끌어가는 작가들이 이 무대를 통해 자신의 기량을 펼치고, 배움의 길에 있는 춤꾼들이 관람을 위해 모이는, 발전의 행보에 점점 더 박차를 가하는 축제를 꿈꾼다. 관객들은 더불어 축제의 즐거움을 나누게 될 것이다.

* 대구시립무용단 김성용 안무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12월5일 오후10시 온라인)
대구시립무용단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12월5일 오후10시 온라인) 공연 리플렛이 도착했다. 밤 10시 공연이고 공연장소가 없다.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대구시립무용단(예술감독 김성용)의 남다른 시도가 먼저 반갑다. 밤 10시에 전파를 타고 날아오는 공연에 대해서는 사실 기대감이 없다. 현장감 없는 공연에 대해 아직도 마음이 열리지 않은 탓으로, 이것은 기록에 불과하다는 안타까움을 내려놓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팬데믹의 암울한 현실에 대응하려고 여러 시도를 하는 무용가들을 격려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이번 공연을 이렇게 시도해 보았다는 안무가의 변이 서두를 장식하며, 공연의 시작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연습 같고 마치 장난치는 듯이 춤이라기보다는 재미난 몸짓이 화면에 등장한다.
단조로운 리듬이 배경으로 흘러나오고, 무용수들은 대구문화예술회관 무대가 아니라, 회관의 곳곳에 자신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그들만의 몸짓에 몰두한다. 각 그룹은 무대의 좁은 구조물에 몸을 구겨 오르내리고, 창가에 붙어서 단조로운 몸짓을 하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회관 서비스 코너의 가름막을 넘나들고, 로비 바닥을 쓸어내리고, 장식창의 막대를 봉 삼아 거미처럼 들러붙기도 하고, 그들은 어디든 춤 출 수 있다고 그들만의 춤을 춘다.
화면은 영화의 액션장면 같기도 하고, 코믹한 무성영화, 멋진 쇼걸, 위험한 그들만의 놀이 등으로 쉴 새 없이 바뀌기도 하고, 지루하게 반복되기도 한다. 분명 여러 대의 카메라가 동시 촬영을 하고, 촬영감독의 사인에 따라 화면이 바뀌리라. 현장의 실시간 송출을 상상하니, 잠깐씩 긴장감을 가지다가, 현실을 잊고 화면을 대하면, 무료함이 다가오는 특별한 공연 감상이 되었다.
“무엇이 우리를 춤추게 하는가”의 ‘무엇’은 잘 감지되지 않는다. 단지 “우리는 어디든 춤출 수 있다”고 고함지르는 그들을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무대가 아닌 장소의 불편함과 위험을 무릅쓰고 움직이는 프로페셔널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다치는 위험을 감수하는 몸짓은 보는 이도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