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1년 9월 18일 토요일|
 

국악살롱

 

국악의 뉴노멀은 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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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尹重剛)(국악평론)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세상과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국악은 무엇일까? 혼자서 연주하는 산조는, 코로나시대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산조는 태생부터 자존(自存)과 자족(自足)의 음악이다.
산조는 ‘비대면 음악’으로서 가치가 있다. 산조음악은 꼭 연주자를 보면서 듣는 음악이 아니다. 펄 벅이 한국을 방문(1960년)했을 때, 거문고산조를 듣고 남긴 소감을 기억하는가? ‘옆방에서 사람이 흐느끼는 소리를 듣는 것 같다’고 했다. 누군가는 한국적인 한(恨) 운운할지 모르겠다. 직접 보지 않아도 느끼게 되는 ‘비대면적’ 정서적 교감으로, 펄 벅의 진의를 해석할 수 있다.
산조는 거리두기를 전제로 해서 ‘원격 감동’을 가능케 해준다. 일반기업에서 ‘사무실 중심주의’가 이제 끝났듯이, 공연계에서도 ‘극장 중심주의’가 끝났음을 인지해야 한다. 산조야 말로, 재택근무에 딱 맞는 음악형태 아닌가?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는 것도, 산조의 장점이다.
코로나 시대엔 메타인지능력(metacognitive ability)이 더욱 요구된다. 자신에 대해서 객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왜 그토록 많은 산조가 존재하는 것일까? 산조는 개개인의 ‘메타인지’를 통해서 발달되었다. 산조는 메타인지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 산조는 궁극적으로 ‘자아’에게 매우 집중한다. 산조라는 음악의 앙면은 한쪽은 ‘성찰’이요, 또 한쪽은 ‘자유’다. 코로나시대엔 신체적이고 실제적인 이동은 자제할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산조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에너지와, 세상을 향해 심리적인 자유를 동시에 만끽케 한다.
2021년 국악계는 포지티브섬 전략을 요구한다. ‘포지티브 섬 전략’이란 조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통한 상생을 말한다. 2021년 상반기에 펼쳐지는 ‘산조대전’이야말로, 매우 훌륭한 포지티브섬이다.
지난해부터 돈화문국악당에선 짧은 동영상을 제작해서 유튜브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산조대전’이 성공하기 위한, 국악사와 인문학의 기초단계의 콘텐츠로서 손색이 없다. 이렇게 산조에 관한 상식을 알려주고 지식을 제공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국악’ 또는 ‘산조’라는 시장을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산조의 시장이 형성되어, 산조연주가에게 그 수혜가 고스란히 돌아갈 걸 기대한다.
산조대전은 여러 악기의 여러 유파의 산조의 총집합이라는 면에서 ‘산조배틀’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베틀과 다르다. 승자를 공개하지 않는 배틀이기에 그렇다. 따라서 승자독식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산조는 일찍이 상대적 가치를 인정했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님을 일찍이 알려준 장르가 산조다. 그러했기에 그렇게 수많은 산조가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산조가 대학에 수용되고, 산조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특정 산조에 대한 쏠림현상이 강했다. 산조가 점차 상대를 죽이고 내가 이겨 가치의 총합을 줄이는 제로섬(zero sum)이 돼버렸다.
그간 오해되고 오용되기도 했던 산조를 바람직한 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 2021년엔 주목받지 못한 산조와 주목받지 못했던 연주가가 크게 부각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