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1년 6월 19일 토요일|
 

출판살롱

 

나이 드는 맛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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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석(張東碩)(출판평론·「뉴필로소퍼」 편집장)

아무리 먹고 싶지 않아도 차곡차곡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해마다 한 살씩 먹는 ‘나이’가 그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또 어쩔 수 없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죽음이다. 「뉴욕타임스」 존 릴런드 기자의 「나이 드는 맛」은 해마다 먹는 나이와 죽음에 대한 제법 묵직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노년의 삶에 대한 연재 ‘여든다섯, 그 너머’ 취재를 위해 뉴욕에 거주하는 85세 이상 노인 여섯 명과 1년을 보냈다. 어렵게 인터뷰 대상을 찾고 첫 만남을 가졌지만 더 이상 만나지 못한 노인도 있었다. 그사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여섯 명의 노인들에게는,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공통점이 있었다. 정이 많지만 괴팍하고 까다로웠다. 자주 깜빡깜빡하는 건 예사였다. 어딘가 현명한 듯 보였지만 같은 말을 반복했다. 말을 섞는 게 힘들 정도로 피곤하게 굴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그 노인들 모두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고. 110세까지 살고 싶다고 기도하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프레디는 심장이 약해 병원과 재활원을 오가면서도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는 물음에는 1초도 쉬지 않고 “바로 지금”이라고 대답했다. 낙천적인 성격도 한몫했지만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미래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누구보다 젊게 사는 노인도 있었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였던 요나스는 “서른세 살 청년 셋을 합친 만큼”의 열정을 가진 노인이었다. 그는 입버릇처럼 “스물일곱 살로 죽을 거야”라고 말했다. 평탄한 삶을 살아서가 아니다. 리투아니아 출신인 그는 소련군 탱크들이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걸 목격했고 나치의 만행도 경험했다. 그런데도 마흔여섯 늦은 나이에 자전적 영화를 만들고 여든이 넘어서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얼마가 남았을지 알 수 없지만 세상을 늘 살만한 곳이라는 게 요나스의 생각이다.
대개의 노인이 빈한했지만, 차이나타운에 사는 핑 윙은 극빈층에 속했다. 평생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면 일했고 80이 다 되어서야 퇴직했다. 저축은 언감생심이었는데 그래도 핑은 세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더불어 자기 인생도 점점 더 좋아졌다고 믿는다. 그는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의 혜택으로 간병인이 요리에서 청소까지 해주는 지금이 행복하단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중국인 친구들과 매일 마작을 하는 것도 즐겁다. 89년 인생에서 “난생처음 편안한 마음으로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누리는 것이 윙은 좋다.
노인들은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또렷한 눈과 밝은 귀도 이제 옛말이다. 배우자가 먼저 떠난 이들도 많고 먼저 떠난 친구들도 수두룩하다. 기억이 점차 사라지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자양분 삼아 추억을 떠올렸고, 또 자신만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갔다. 그동안 “인생을 안다고 자부했던” 저자도 노인들과 1년의 시간을 보내며 겸손해졌다. 동시에 자극도 받았다. 여섯 노인들이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본능적으로 꺼려지는 생각을 받아들일 때마다 커다란 깨달음”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나이 드는 맛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