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1년 6월 19일 토요일|
 

연극살롱

 

명문 연극학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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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길(高勝吉)(연극평론)

세상에서는 명문 연극학과로 중앙대, 동국대, 한양대를 꼽는다. 명문 연극학과를 졸업하면 이름나고 돈 잘 버는 배우가 될 것으로 믿고 지옥 같은 입시경쟁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이름난 한류배우를 많이 배출한 명문 연극학과에는 중국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로 넘쳐난다.
중앙대, 동국대, 한양대 연극학과의 역사는 60여년이나 된다. 중앙대 연극학과가 1959년에 먼저 설립되고 그 다음 해에 동국대와 한양대 연극학과가 설립되었다. 어떻게 1년의 간격을 두고 이들 연극학과가 창설되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어떤 대학의 연극학과는 어떤 교수가 선도하여 설립했다고 하는 헛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떤 교수가 아니고 정부가 6.25 전쟁 후 국가건설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에 연극학과의 설립을 요구했다는 말이 정설이다. 아마도 정부가 미국 대학의 학제를 모방하려는 데서 나온 요구가 아니었을까. 연극학과의 석사, 박사과정 개설도 정부에서 요구한 것이다. 정부에서 박사과정의 개설을 요구했을 때 중앙대 연극학과 교수들은 무슨 박사과정의 설립이냐고 불평했다. 예체능계 최초의 박사과정 개설이었기 때문이다.
중앙대, 동국대, 한양대 연극학과는 모두 명문이지만 지난 60여 년간 최고 지존의 자리를 확보하려는 경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몰라도 일반인들은 이름난 배우를 얼마나 많이 배출했느냐 하는 것으로 우위를 정한다. 그래서 득을 본 것은 중앙대 연극학과이다. 설립 당시에도 다른 두 대학에 비해 입학정원이 많았다. 입학정원이 많으니 연극과 방송에도 진출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 때 중앙대 연극학과가 안성으로 캠퍼스를 옮기고 나서 동국대 연극학과가 최고 명문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중앙대 연극학과는 입학정원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원래의 연극학과로는 부족해서인지 공간연출전공, 연희예술전공을 설립하고 최근에는 TV방송연예전공을 신설했다. 그리고 평생교육원에 학점은행제의 연기예술 전공까지 설립해 놓고 있다.
대학 연극학과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어 왔다. 그 중에 가장 논의가 많이 된 것은 대학 연극학과의 역할이 이론연구이냐 실기교육인가 하는 것이었다. 미국을 제외하고 유럽의 수많은 대학 연극학과는 모두 이론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의 명문 와세다대 연극학과는 일본 연극학의 선구자였던 스보우치 소요가 주도하여 설립한 것으로 연극박물관이 중심이 되어 우수한 이론연구자를 배출하고 있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 서울과 지방의 대학에 연극학과가 많이 설립되면서 연극인들은 연극학과의 역할과 교육이 다양성을 띠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기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이론연구는 물론이고 극작, 연출, 무대미술, 연극교육, 연극행정 등 한국연극이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교육분야가 있지만 모든 대학의 연극학과는 학생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명문 연극학과도 결국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