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1년 6월 19일 토요일|
 

음식살롱

 

여수의 동네 횟집 ‘어(魚) 죽이네 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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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金鍾弼)(음식칼럼니스트)

여수(麗水)는 고려 태조 때 지어진 지명으로 삼면이 아름다운 바다로 둘러싸인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예로부터 여수는 아름답고 인정이 넘치는 고장으로 물이 좋고, 해산물이 풍족했다. 지금은 여천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공업 도시의 면모에, 공항과 고속열차로 교통 여건이 좋아 주목받는 관광지로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주센터가 있는 고흥까지 바다 위로 다리가 연결되어 새로운 여정과 볼거리가 생겼으며, 여수가 우리나라 서남단 맨 끝 지역 관광의 키스테이션 역할도 하게 될 듯하다.
또한, 여수 하면 그 많은 먹거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 급속한 산업화와 많은 외지인의 유입으로 예전의 정감 있는 맛을 기억하는 이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래도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고장으로 첫손에 꼽힐 만한 여수에서 이른바 현지인인 여수 사람이 찾는 집은 여수 먹거리의 옛 명성에 손색이 없다.
요즘은 잘 모르는 타지에 가면 먹을 만한 곳을 블로그나 맛집 검색으로 고르지만, 예전부터 여행 고수들은 시장이나 관공서 근처의 음식점을 찾아가면 준수한 맛에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다고 했다. 여수 시청에서 멀지 않은 신기제일시장 입구에 있는 횟집은 관광객보다 여수 현지인이 많이 찾는 집이다. 이름도 너무 정겨워서 유치찬란해 보일 정도인 ‘어(魚) 죽이네 마차’다. 물고기 ‘어(魚)’를 감탄사 ‘어’로 음차해서 ‘회가 좋다(죽인다)’는 함의이고, 소박하고 저렴하다는 포장마차의 뉘앙스인 ‘마차’를 붙여 작명한 듯하다. 음식점 이름이야 어찌 됐든 상관없고, 먹거리가 좋으면 된 거 아니겠는가.
여수는 도시가 발전한 데 비례해서 물가가 인근의 순천이나 남해 등지보다 비싼 편이다. 그런데 ‘어 죽이네 마차’는 먼저 가성비가 으뜸이다. 예전 여수 상차림처럼 한 상 가득 감칠맛 나는 자연산 생선회를 내어놓는데, 서울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1인당 3만 원 정도면 입안에 행복을 실컷 누릴 수 있다. 일단 기본 상차림에 돌게찜, 갯가재, 호래기, 문어숙회, 낙지, 굴, 멍게, 전복, 소라, 가리비, 서대구이 등 열댓 가지의 신선하고 맛난 먹거리가 쫙 깔린다. 이것만으로도 소주 서너 병은 단숨에 들이킬 만하다. 이것저것 주워 먹다 보면, 손님 앞에서 직접 회를 뜨는 주인장의 정성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회 접시가 나온다. 이른바 선수들은 어느 횟집에 가서도 모듬회는 시키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집은 그냥 모듬회다. 왜냐하면 모듬회에 오르는 생선이 자연산 활어인 줄돔, 감성돔, 쥐치다. 이러하니 이 집에서 단품회도 잘 안 하지만, 누가 다른 걸 시키겠는가. 하도 맛있기에 회에 죽고 못 사는 마니아들은 같은 생선을 뼈꼬시(세꼬시를 이 지역에서는 이렇게 부른다)로 한 접시 더하게 되고 만다. 언제 여수에 또 오냐면서, 기회비용이란 말을 중얼거리면서….
하도 푸짐하게 먹어서 아무 생각이 없기도 한데, 횟집에서 마무리야 탕에 밥 한 숟가락을 배 속에 넣어줘야 할 터이다. 생선이 싱싱한 곳이면 맑은탕을 시키는 게 생선탕의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허니 여수에선 당연히 맑은탕이다. 탕은 물론이고, 반찬으로 나오는 갓김치나 무채, 젓갈도 역시 한 맛 하는 호남 음식이다. 문의 061-685-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