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1년 11월 28일 일요일|
 

동물원살롱

 

소띠해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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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연(魚京演)(서울대공원 동물원장)

소와 관련된 지명이 더러 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우면산, 제주도 우도 모두 소의 모양을 닮은 데서 유래한다. 내 고향에도 우동이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소동’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한자를 배우기 전에는 같은 동네인데 왜 다르게 부르는지 몹시 헷갈렸다. 다만 석양이 질 무렵에 뒷산의 능선과 경사면의 불그레한 색이 조화를 이루어 누런 소가 엎드린 듯한 모양으로 보이는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을 뿐.
올해는 소띠의 해 신축년이다. 앞글자는 십간 중에 신(辛)으로 흰색을 상징하므로 흰소띠의 해로 더 상서롭게 여긴다. 한우는 얼룩무늬가 없이 전신이 누런색인 황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황우 이외에도 몸통에 호랑이 무늬를 띈 호반우가 있는데 일명 칡소라고 한다. 이외에도 전체가 검은색인 흑우 또한 토종한우의 한 종류다. 흑우와는 정반대로 몸 전체가 흰색인 백우가 있다. 사실 백우는 하나의 고정된 품종이 아니라 알비노 현상으로 생겨난 변이종이다. 예로부터 농가에서 흰색 소가 태어나면 이를 좋은 징조로 여겼다. 그러나 백우는 유전적으로 열성이라 유전형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하지만 부모가 모두 백우일 경우에는 자연 번식으로도 백우가 태어날 수 있다.
농촌진흥청 산하의 국립축산과학원은 앞에서 언급한 황우, 흑우, 칡소 중에 우량종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전통한우 중에 뛰어난 소를 발굴하고 번식을 시켜 농가에 재보급하는 곳이다. 백우 연구는 2009년 정읍과 대전에서 암소 두 마리 수소 한 마리를 수집해 인공수정, 수정란 이식 등의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현재 25마리까지 개체 수를 증식했다. 2013년 2월에는 건강한 백우의 체세포를 이용해 새끼를 복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흰소띠의 해를 맞이하며 인문학적인 풀이보다는 과학을 바탕으로 풀이를 해보았다. 생명 탄생의 과정이야 어쨌든 모든 생명은 신비롭고 고귀하다.
“동물원에 가면 소도 볼 수 있나요?” 시민으로부터 가끔 받는 질문 중의 하나다. 어떤 소를 보고 싶으냐고 되물어 보면 한우나 젖소를 말할 때가 많다. 그러나 서울동물원에는 가축으로서의 한우, 젖소는 없다. 대신 아메리카 들소, 아프리카 물소, 큰 뿔 소, 아시아 물소 등을 사육 전시하고 있다.
소는 우직하고 성실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소의 눈은 왕방울처럼 크고 예쁘다. 가까이서 관찰하면 긴 속눈썹을 볼 수가 있다. 소의 눈이 얼마나 멋있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시인 정지용의 「향수」 도입부에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으로 그리운 고향을 묘사하면서 황소를 끌어들였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전해 내려오는 소에 대한 정서는 영화 「워낭소리」에 잘 표현됐다.
서울동물원에도 어린이동물원이 있다. 주로 돼지, 염소, 토끼와 같은 가축과 작고 귀여운 동물을 보여주는 곳이다. 언젠가는 이곳에다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에 딱 맞게 소를 전시하고 싶다. 정지용의 시구처럼 초가집과 흙담을 연출하고 구불구불 논길과 실개천도 만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좋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