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1년 9월 18일 토요일|
 

춤 스크랩북

 

도망친 勇氣
- 千字春秋




趙東華()

우리 동리에 徐基萬(서기만)이라는 힘세고 狡猾(교활)한 아이가 있었다. 1학년생인 나는 당연히 그 部下(부하)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졸개는 나 말고도 서넛은 더 있었고 거기서도 힘센 順位(순위)로는 내가 제일 밑, 그래서 비참하였다.
특히 나를 괴롭힌 것은 그가 知能的(지능적)으로 사용하는 「卑怯(비겁)」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 비겁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 더구나 그는 우리 졸개를 일부러 싸우게 하고는 그것을 보며 즐기는 악취미도 갖고 있어서 그때마다 나는 코피를 흘리며, 울며 그것을 遂行(수행)해 나갔다. 그는 칼싸움 놀음을 좋아하였다. 자기는 英雄(영웅)처럼 혼자, 우리는 한黨(당)이 되어서 그와 對戰(대전)하는 그런 것인데 이쪽은 칼에 맞지 않아도 그의 命令(명령)에 따라 아무 데서나 죽어야 하고 저쪽은 찔려도 죽지 않는 不死身(불사신)! 대개 이런 룰이었다. 그날은 눈이 내려 땅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戰爭(전쟁)은 시작되어 우리 편은 慣例(관례)에 따라 차례로 죽어갔다. 나한테도 죽음의 「싸인」은 왔었다. 그렇지만 땅이 질어서 죽을 수가 없었던 나는 그대로 대항하였다.
이것이 화가 난 대장은 장난이 아니고 정말로 때리면서 죽음을 강요하였다. 물론 나는 그 명령을 따를 수 없었다. 그것은 信念(신념)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 놀음에 대하여 나는 흥미를 잃어버렸다. 때문에 그대로 도망쳐 집으로 와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나 며칠은 그놈이 무서워 골목으로 나가지 못하였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기껏 도망친 용기긴 하나 나의 人生歷程(인생역정)에서 이 정도라도 所信(소신)있게 행동한 일이 몇 번이나 있었나 하는 것을 생각하여본다.― 별 기억이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
世上(세상)은 그 徐基萬이보다는 훨씬더 나에게 苛酷(가혹)하였던 것인지 모른다. 그렇지 않고야 마침내는 그렇게 무서워한 卑怯에서 조금도 헤어나지 못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徐는 지금 어디서 살고 있을까?
(舞踊評論家·隨筆家)

한국일보 1976년 1월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