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1년 4월 21일 수요일|
 

춤 스크랩북

 

당황하다니…
- 특집 / 당신은 魅力的(매력적)인가




趙東華(舞踊評論家)

나는 언제나 감격을 잘하고 그것을 숨기지 못하고 노출시키기 때문에 늘 엄숙한 표정의 H씨 같은 친구한테서는 주의를 듣게 된다.
그러나 원래 그렇게 성장한 탓으로 아직 고치질 못하고 있다. 사실 고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감격을 밖으로 노출시켰다고 뭐 잘못된 것이 아니잖느냐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깊이 감격하면 그런 탄사(歎辭)나 찬사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한 일이 있다.
73년 가을, 음악평론가 박용구 선생의 권유로 미국서 왔다는 한국인의 전위 무용 구경을 간 일이 있다. 사실은 「전위 무용」이라고 냄새나는 표제
(標題)를 걸었기 때문에 공연 있는 것은 알았으면서 안 갈 참으로 있은 것이다. 그런데 「그래도 봐둬야 되지 않겠느냐」는 박 선생의 강한 권유로 그때 명동 국립극장으로 갔었던 것이다.
나는 의식을 가지고 30년 동안 무용을 지켜봤었다. 그동안 감격스럽기도 하고 훌륭한 것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찬탄도 많이 하였다. 그러나 이날의 춤과 그 인물은 이제까지는,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다시 대하기 힘든 그런 충격적이고 감격스러운 것이었다. 홍신자(洪信子)라는 처음 듣고 보는 젊은 여인.
홍신자는 무용가의 체격으로는 별로 볼품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혼자 나와서 흔타면 흔하고 없다면 없는 그런 현대적 춤을 추었다. 그런데 이 춤을 대하는 순간, 나는 찬탄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한 마디로 절묘(絶妙)였고 놀라움이었다. 「춤 앞에서 내가 당황하다니…」 나는 이런 생각으로 그것을 노려보려 애썼다. 그러나 그녀의 춤 앞에 이내 굴복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진실이라든지 진짜라는 말로밖에 그 춤을 어떻게 따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나는 춤에서 경건이라든지 하는 존경스런 감정을 맛본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매력으로 내게 엄습해왔다.
그녀는 지금 인도에서 탁발승으로 수업하고 있다는 편지를 얼만 전 내게 보내왔다. 그녀는 거기서 또다시 자기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엘레강스 197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