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인쇄
2021년 1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21년 1월호 통권 539호 |2025년 5월 12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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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행사


제목 : 네페스 Nefés:숨

  • 2008년 03월 13일 ~ 2008년 03월 16일
  • LG아트센터
삶의 호흡이 불어 넣어주는 희망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
<네페스(Nefes:숨)>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 시대 현대 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Pina Bausch)가 새로운 '도시 시리즈' 작품 <터키어>를 한국에 선보인다. 터키를 소재로 한 는 이번에 네 번째로 내한하는 피나 바우쉬 무용단이 포르투갈을 소재로 한 , 한국을 소재로 한 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에 소개하는 도시 시리즈 작품이다.


<네페스(Nefes:숨)> 작품소개

'욕탕에 있는 건 바로 나에요!" 하얀 색 목욕 타올을 감싼 남자 무용수가 누워있는 다른 남자 무용수들을 바라보며 외친다. 대기 중으로 비누방울이 터진다. <네페스>는 이렇게 터키식 목욕탕에서 웃통을 드러낸 남자 무용수들이 누워 친절하게 서로를 안마해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사이 무대에 등장한 여자 무용수들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물결을 만들어낸다. 남자 무용수들은 여자 무용수 양쪽에 서서 마치 산들바람이라도 된 듯 그녀들의 드레스를 살랑거린다. 이윽고 무대 위에는 천천히 물이 차오르고 피크닉을 나온 듯 물가에 모인 무용수들은 물 위에 쟁반을 띄워 주고 받으면서 티 파티(tea party)를 벌인다. 슬픔을 호소하던 외로운 남자 무용수는 하나 둘씩 차례로 등장해 그를 향해 미소 짓는 여덟 명의 여자 무용수들에게 둘러싸인다. 빵을 꿀에 적셔 먹는 여자 무용수들의 뺨과 손가락을 타고 꿀이 흘러 내리고 이들은 달콤함을 흠뻑 만끽한다. 마치 아이가 태어나기라도 하듯이 여자 무용수의 드레스 가랑이 사이로 무용수들이 기어 나오고 무용수는 한 명 한 명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 열." 그리고 말한다.
"우리 할머니는 열명의 아이를 낳으셨어요."

계속 이어지는 피나 바우쉬의 '도시 시리즈'
<터키어로>는 이스탄불 국제연극제(The International Istanbul Theatre Festival)와 이스탄불 문화예술재단(The Istanbul Foundation of Culture and Arts)으로부터 위촉을 받아 피나 바우쉬가 2002년 여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30여명의 무용수들과 함께 3주간 체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기존의 터키에 대한 이미지를 지배했던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인 긴장감 보다는 터키의 문화와 터키 사람들로부터 받은 친근하고 편안한 인상들을 담아낸 이 작품은 이듬해인 2003년 3월 독일의 부퍼탈에서 초연된 이후 까다로운 무용 관객이 모여있는 프랑스 파리(2004년)와 세계 공연예술의 메카인 미국의 뉴욕(2006년)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선보여지면서 그 때까지 발표했던 피나 바우쉬의 작품들 중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걸작이다. 는 1986년 로 시작된 피나 바우쉬의 '도시 시리즈'로는 열 한번째이며 국내 관객들에게는 , 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여지는 시리즈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형제의 나라로 여겨지는 터키의 신비롭고 이국적인 풍광 그리고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도시 이스탄불이 어떠한 움직임과 이미지로 그려질 지 기대된다.

피나 바우쉬를 매혹시킨 '물의 도시' 이스탄불
장난스럽게 안무로 풀어낸 장면들이 언뜻 드러나며 밝고 유머러스함을 선사하는 는 대체적으로 1990년대 후반 이후 나타난 피나 바우쉬의 안무상 변화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작품이다. 그 이전의 작품들이 강하고 통렬하고 풍자적이며 때때로 동정적인 시선을 담고 있었다면, 에서는 다른 작품에서 무참히 억압당하곤 했던 여성들도, 그 중심에 무겁게 자리잡곤 했던 분노와 고뇌, 절망의 정서도 사라져 있다. 숨막힐 듯 답답했던 심리적인 긴장감과 이 세상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해주는 듯 했던 의미 없는 폭력들도 찾아볼 수 없다. 는 바로 그러한 작품이다. 이 세상에 여전히 두통거리는 남아있지만 그와 함께 유머와 희망, 행복도 존재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2002년 피나 바우쉬가 인구 천이백만의 대도시 이스탄불을 소재로 한 작품을 처음으로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이 작품이 시끄럽고 분주하면서도 다채로운 도시의 색채를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녀는 "작업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전쟁의 독성을 중화해주는 일종의 해독제로서 탄생하게 되었다.

"제 작품들에 있어 시간은 모두 현재형입니다. 시간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나 공포와 같은 것들도요. 그러다 보니 초기의 작품들과는 톤이 달라졌습니다. 는 매우 평온하면서도 움직임에 보다 집중하고 있어요. 평온함이야말로 바로 지금과 같은 시기에 필요한 것이니까요." - 피나 바우쉬

를 통해 다양하게 변주되는 물의 이미지, 유려하고 감각적인 움직임
일찍이 무용과 연극, 음악, 그리고 무대 디자인이 일체가 되면서 씌여지기 시작한 피나 바우쉬의 신화는 그녀를 금세기 현대 무용의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매김하게 해주었다. 그녀의 오랜 예술적 동반자이기도 한 피터 팝스트(Peter Pabst)의 무대는 이번에도 놀라움을 안겨준다. 를 위한 그의 선택은 바로 물과 여백이다.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듯한 검은 색의 단조로운 무대 위에는 마치 호수처럼 천천히 물이 차오르고, 이 물은 이슬비로 내렸다가 갑자기 폭우가 되어 몰아친다. 여기에 광대한 바다와 몰아치는 파도의 장관을 보여주는 영상이 더해짐으로써 물의 이미지는 더욱 더 다양하게 변주된다. 이렇게 간결한 피터 팝스트의 무대 디자인은 무용수들의 춤을 압도하지 않고 빛내주면서 과도한 장식으로 작품에 무게감만 더해넣곤 하는 신진 안무가들에게 귀감이 되어주고 있다. 에는 20명에 달하는 무용수가 출연하는 만큼 앙상블이 선보여지기도 하지만 곳곳에 소장면들이 다양하게 삽입되는 가운데 대부분은 연이어지는 듀엣과 솔로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통해 피나 바우쉬는 과거의 작품들을 통해서 선보이곤 했던 좌절감과 공허감에서 벗어나 순수한 움직임과 안무 미학에 집중함으로써 다채로운 빛을 뿜어내고 있다. 작품 속의 유려하고 감각적인 움직임들은 마치 매혹의 베일처럼 얼굴을 덮고 있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며 여자 무용수들의 얼굴을 밝게 드러내고 그녀들을 더할 수 없이 아름답게 보이게 만든다. 거의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를 지배하는 주된 모티프는 바로 물과 무용수들의 탐스러운 머리카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흐르는 물과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의 움직임을 잘 반영하고 있는 피나 바우쉬의 안무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에 걸쳐있는 '물의 도시' 이스탄불과 얼굴을 가린 채 신비로운 눈빛을 발산하는 터키의 여성들을 연상케 해준다.

"저는 물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물에 젖었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좋아해요. 젖으면 옷이 몸에 달라붙잖아요. 또 물이 내는 소리도 좋고요." - 피나 바우쉬 "우리는 모두 이스탄불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만 받을 수 있었던 특별한 느낌들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아요. 아름다운 여성들이 아주 많이 보았는데 그녀들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모두 가리고 있었어요. 그것이 굉장히 신비로워 보여서 베일 속에 감춰진 얼굴을 상상해보곤 했지요. 정말로 가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요. 그 곳에는 완전히 현대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의 것도 있었으니까요. 정말로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 피나 바우쉬

'도시 시리즈' 작품의 주제는 '도시'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다
피나 바우쉬의 작업을 두고 먼저 독일과 터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나라 사이의 길고 다난했던 역사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터키 이민자들은 어느새 독일 인구 중 가장 큰 소수민족으로 성장해 토박이 독일인들과의 사이에 긴장과 갈등을 빚고 있고, 독일은 아직도 터키의 EU가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가 터키와 이스탄불이라는 도시를 소재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어떤 혼란을 야기하거나 현실상황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를 안고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두 나라 사이에는 갈등이 있었지요.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또 언어적인 문제도 있었고요. 하지만 우리는 터키에서 많은 우정을 맺었어요. 그리고 그 곳에서의 첫 공연은 아주 대단했지요. 한번은 무용수들이 관객들 사이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족 사진을 보여주죠. 그런데 이스탄불에서는 관객들도 역시 그들의 가족사진을 보여주는 거에요.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무용수들에게 이 사람이 내 아들이고, 이 사람은 어머니, 이 사람은 할아버지라고 설명을 해주었죠. 저는 그 순간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무용수들도 많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 피나 바우쉬

국제사면위원회(The Amnesty International)의 발표에 따르면 피나 바우쉬가 아름답다고 예찬했던 터키 여성들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는 '명예 살인(honor killing)'을 비롯한 엄청난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를 통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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