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術살롱

신종식 作 「고도(古都)」 73×56㎝, 1999

지난달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신종식은 근래에 보기 드문 뛰어난 작품들로 개인전을 가졌다. 그 전시는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주목 할 만 했다. 일반적으로 전시라는 것은 작가가 그동안 작업 해왔던 것 중 잘된 작품을 골라 선보이는 것이 작가들의 상식으로 관례에 속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단호한 표정으로 거부했다.
아니 오히려 거부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가 해 왔던, 지금까지 혹은 그 자신이 변화 해 온 과정의 작품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보여 주고자 했다.
그리하여 그의 전시장에 출품된 그림은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보여 주었던 전형적인 신표현주의 화풍(오히려 신구상적인)의 세계에서부터 다소 미니멀적 경향을 드러내는 작품,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시도해서 안정되게 묘사했던 부조적 입체 작품에 이르기까지 회고전 성격을 보여주는 전시가 되어 버렸다.
그의 이러한 전시 형태는 작가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반향이 일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의 종류만큼 그의 변화를 바라다보는 시선들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이제까지 작업해온 것을 버리려고 하느냐? 지금 작품이 더 좋은데 왜 바꾸려 하느냐? 이것이 그림이냐? 등등 그는 그의 작품에 관해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들에 그는 얼마간 시달려야 했다. 전시가 끝난 한참 후에까지도…. 그러한 다양한 비난과 찬사가 회오리 폭풍처럼 지나간 뒤 작업실에서 그는 매우 담담했다. 그리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나는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뿐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한 평가는 나의 몫이 아니다”라고. 그가 매우 위험하다고 보여지는 그런 전시를 어떻게 서슴없이 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용기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다. 그러나 그의 초기작품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가 70년대의 신구상이나 80년대의 자유구상적인 화풍을 오랫동안 유지했던 작가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그가 추구해오던 세계를 버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화법을 찾아 낸 것이다. 그는 예술이란 “기나긴 세월 속에 존재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는 형상들의 의미를 빌려서, 소멸하고 말 운명의 유한한 존재자에게 존재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한 존재의 흔적을 그는 화석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거기에서 이용되는 그 생물학적인 오브제의 이미지. 그 조형적 형상화는 신종식의 정신적 자양분이다.
그래서 그에게 입체적 표현으로의 탈바꿈은 매우 자연스러운 주제의 지속 된 변형일 뿐 다른 세계가 아니다. 그래서 가장 위험했던 전시 그러나 가장 성공적인 언어로 자신의 세계를 새로운 표현형식에 접목시킨 인상적인 변신.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는 가도 작가를 늪에서 살려내는 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