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情報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안토니 튜더 안무 『불기둥』

1987년 안토니 튜더(Antony Tudor)는 타계한 뒤에도 춤계에서 특별한 존경을 받고 있다. 인간의 정신을 발레언어로 표현하는 뛰어난 능력 때문에 그는 20세기의 위대한 안무가가 되었다.
안토니튜더발레트러스트의 샐리 블리스(Sally Bliss)는 튜더의 작품이 미국, 캐나다, 유럽, 아시아 및 호주의 35개 이상의 무용단에서 계속적으로 공연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튜더의 발레를 뉴욕에서 보는 것은 요즈음 임대료 인상제한이 있는 아파트를 찾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일본에는 두 발레단이 안토니 튜더의 작품을 레퍼토리로 가지고 있어 도쿄인들이 맨하튼 사람들보다 튜더의 발레를 볼 기회가 더 많다.
안토니 튜더는 1980년에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명예 안무가로 임명되었는데. 이 때문에 이 발레단은 튜더의 작품의 귀중한 보고가 되었다. 과거에는 매년 발레시어터가 안토니 튜더의 발레작품 서너 편을 공연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과거에는 시즌 기간에 단막작품의 트리플 프로그램(triple bill)이 50%를 차지했지만 현재 발레단의 메트로폴리탄 시즌의 80%는 전막발레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튜더는 전막발레를 만든 적이 없고, 또 그의 작품들은 모두 매우 빼어나지만, 다작을 한 것이 아니어서, 56작품 중에서 17편만이 현재 공연되고 있울 뿐이다. 그리고 저작권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지만, 공연 준비를 위해 필요한 지도와 리허설에 들어가는 시간 때문에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이유이다.
세계 춤 중심도시에서 위대한 발레 대작들이 사장되고 있다는 것은 불행스런 일이다. 젊은 여성이 성을 알아가는 과정을 세련되게 묘사하는 작품인 『어둠의 비가(Dark Elegies)』나 『불기둥(Pillar of Fire)』은 십여년 이상 발레시어터에 의해 공연되었으나, 『라일락 정원(Lilac Garden)』, 『낙엽(The Leaves Are Fading)』, 『그림자놀이(Shadowplay)』, 『역류(Undertow)』,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은 거의 모두 소실되었다.
안토니 튜더의 발레는 제대로 공연되기만 하면 현실에의 반향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트럼펫의 반향(The Echoing of Trumpets)』이 1994년에 마지막으로 공연되었을 때 잔인한 병사가 한 남자를 거꾸로 매달아 놓는 장면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관객들은 당시 보스니아 난민들이 비슷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25년 이상 공연되지 않았는데 비평가들의 절찬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에 목록에서 사라졌다. 『음울한 비가』는 말러(Mahler)의 「어린이의 죽음에 대한 송가」를 사용했는데 9·11 이후 뉴욕인들의 심금을 울린 작품이기도 하다.
발레단이 점점 더 영업이익을 따지는 회사를 닮아 가고 있어서 마케팅 담당자들은 튜더의 발레를 공연하는 것에 반대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노리는 작품을 선호한다. 이것은 오히려 관객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다. 그 예로 발레시어터가 튜더의 『빛바랜 영광(Dim Luster)』을 지난 가을 재공연했을 때 호기심에 찬 관객으로 객석이 꽉 찼었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안토니 튜더 안무 『라일락 정원』

발레시어터의 각 세대에는 튜더의 천재성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길러진 경력이 있는 발레리나가 최소 한 명씩 있어왔다. 노라 카예(Nora Kaye), 샐리 윌슨(Sallie Wilson), 마틴 반 하멜(Martine van Hamel), 젤시 커크랜드(Gelsey Kirkland)가 그 예이다. 발레시어터는 그러한 무용수들을 현재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험담자들은 오늘날의 무용수들은 그의 작품이 복잡하기 때문에 출 수 없다고 이야기하나 그러한 주장은 다른 단체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윌슨은 오히려 발레시어터 무용수들이 성찰적 성격묘사가 요구되는 튜더의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작품에 파고드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튜더의 발레에는 깊이가 있었다. 그런 그의 발레 작품들은 다 어디로 가 버렸는가? 현재상태라면 그의 작품은 영원히 잊혀질 것이다.
보티첼리(Botticelli) 화풍의 빛나는 우아함과 함께 아다지오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들려준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도 지난 30년간 공연되지 않았다. 발레시어터의 예술감독인 케빈 맥켄지(Kevin McKenzie)는 튜더의 다른 작품들을 포함해,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힘든 작업을 할 계획이다.
<댄스매거진> 2002. 6·<뉴욕타임즈> 2002.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