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情報

떠오르는스타댄스아카데미(Rising Stars Dance Academy)의 금요일, 요나 볼리네츠(Jhanna Volynets)는 여느 때처럼 연습실 벽 쪽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14살 난 딸 니콜과 12살 난 아들 테디가 연습실을 가득 메운 다른 학생들과 함께 볼룸댄스 연습에 몰두해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하이힐을 신은 여학생들은 연미복을 차려입은 남학생 파트너의 팔을 잡고 매끄럽고 빠른 회전을 해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학생들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한편으로는 잘 맞아떨어진 옷맵시와 곱게 뒤로 땋아 늘어뜨린 머리를 거울에 비추어 보면서 스스로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는 듯 했다.
볼리네츠가 살고 있는 롱아일랜드 브룩빌 지역에서 맨하튼 서쪽으로 15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이곳 댄스아카데미까지 오려면 1시간 30분 이상 쉬지 않고 달려야만 한다. 그러나 볼리네츠는 1주일에 3차례 내지 5차례 이곳을 찾는다. 가끔은 이 근처 호텔에 머무르면서 아이들 뒷바라지를 한다.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볼리네츠는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니콜과 테디는 이곳 떠오르는스타댄스아카데미에서 볼리네츠가 ‘볼룸댄스계의 누레예프’라고 부르는 막스 침머코프스키(Max Chmerkovskiy)에게 볼룸댄스 교습을 받고 있다.
볼리네츠는 ‘우리는 지금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타를 양성하고 있다’고 말하는 침머코프스키의 교육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볼리네츠는 지금 그 수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주로 러시아나 동부유럽계 후손인 미국인 학부모 중 한 사람이다. 이들은 모두 자식을 볼룸댄스계의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열정은 아이가 걸음마를 떼자마자 샤샤댄스를 가르치는 다른 세상에서 온 부모들에게는 그리 유별난 일은 아닐 것이다. 러시아나 동부유럽에서 볼룸댄스를 배우는 것은 미국 학생들이 농구나 발레 수업을 듣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여학생이나 남학생 할 것 없이 모두 볼룸댄스 클래스에 등록을 그것을 연습하고, 무대의상을 준비하고, 대회에 참여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떠오르는스타댄스아카데미는 러시아와 동부유럽에서 수많은 이민자가 밀어닥치기 시작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 뉴욕에서 문을 연 수많은 볼룸댄스 스튜디오들 중 하나이다. 볼리네츠와 같은 학부모들은 자녀를 훈육하고 그들이 엇나가는 것을 방지하는데 좋은 교육수단이었던 모국의 춤 문화가 이곳까지 따라와 준 것에 대해 무척 감사해 하고 있다.
“니콜이 10대를 무척 바쁘게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위안이 된다”고 볼리네츠는 말한다. “니콜은 다른 아이들처럼 나이트클럽에 가게 해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왜냐면 그곳에는 자신을 상대할 정도로 춤을 잘 추는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1994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침머코프스키(22세)는 우크라이나에서 6살 때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9년 파트너와 함께 미국 주니어챔피언쉽에 참여해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이민 직후 침머코프스키는 아버지 알렉스와 함께 미들랜드에 있는 아버지 소유의 빌딩 2층에 볼룸댄스 스튜디오를 열었다. 생계유지와 동시에 우크라이나 출신의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떠오르는스타댄스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1주일에 최소한 두 번 레슨을 받아야하며 상급반으로 올라가면 개인지도를 받도록 되어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반드시 챔피언이 되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스튜디오를 찾는다고 침머코프스키는 말한다.
볼룸댄스 대회는 본래 순수한 사교활동의 하나였으나 근래에 들어 그 본질이 약간 변했다고 볼 수 있다. 볼룸댄스는 왈츠나 폭스트롯 등 19세기 초반 유럽의 사교장에서 추었던 춤에서부터 19 20년대 뉴욕 보더빌 클럽에서 유행했던 춤까지 다양한 형태의 춤을 포괄하고 있는 만큼 그 기원도 제각기 다르다. 이후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와 진저 로저스(Ginger Rogers)에 의해서 파트너-댄싱 장르가 급속하게 대중화되면서, 볼룸댄스도 파트너와 함께 하는 춤으로 정착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는 것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볼룸댄스를 배운다. 그러나 이제는 볼룸댄스를 스포츠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볼룸댄스에 ‘댄스스포츠’라는 공식 명칭을 붙이고 2008년 올림픽 정식 경기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볼리네츠와 같은 학부모들의 책임은 매주 학생들을 교습소까지 데리고 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호텔 연회장에서 개최되는 주니어 볼룸댄스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먼 곳을 여행하기도 한다. 대회 분위기는 어린이들을 혹하게 만들 정도로 화려하고 성대하다. 무용수들은 헤어 스프레이를 흠뻑 뿌려 머리를 말끔히 빗어 넘기고 브로드웨이 무대에라도 서는 것처럼 진한 화장을 하고 자신들의 번호가 불려지기를 기다리면서 야단법석을 떤다. 화려한 의상과 머리 모양으로 한껏 멋을 낸 아이들은 마치 대형 무도회에라도 참석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부모들이 러시아어나 폴란드어로 외치는 소리가 홀 안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나비넥타이를 조여주고, 어머니는 딸의 화장을 고쳐주고 있었다. 어린 무용수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동작과 의상을 과시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볼룸댄스 대회는 두 가지 부문으로 나뉘어 경쟁을 한다. 파트너와 가까이 붙어서 춤을 추는 스탠다드 부문과 빠른 템포에 맞추어 파트너와 약간 떨어져서 춤을 추는 라틴 부문이 그것이다. 스탠다드 부문은 탱고, 왈츠, 빠른 버전의 왈츠, 비엔나 왈츠, 폭스트록, 퀵스텝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라틴 부문에는 샤샤와 삼바, 룸바, 파소도블레, 스윙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각 커플은 스댄다드와 라틴 부문의 춤을 각각 1분 30초 동안 연기해 보인다. 그리고 이들의 연기는 리듬감, 파트너와의 호흡, 그리고 각 춤의 특성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 하는 표현력으로 나누어 평가를 받는다.
지난 10월 맥스 침머코프스키의 동생이자 댄스아카데미의 교습생이기도 한 발렌타인(Valentin, 16세)과 그의 파트너 다이아나 올로네츠카이아(Diana Olonetskaia, 15세)가 세계 주니어 챔피언쉽에서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등상을 거머쥐었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최된 대회에서 라틴 부문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 것이다.
다이아나는 “이 춤은 무척 빠르고 정열적이다.”고 말했고, 발란타인은 이에 “누구나 느낌으로 충분히 출 수 있는 춤이다”라고 덧붙였다.
다이아나와 발렌타인은 이제 유명인 되었고, 다른 교습생들의 영웅이 되었다. 이들 커플은 그들의 승리가 미국인의 볼룸댄스 무용수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사람들은 우리를 보면서 ‘농구 연습장 가는 길이 이쪽인가 보지?’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그곳에 춤 연습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5년 내지 10년 후면 미국에서도 다른 스포츠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볼룸댄스 경기가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이아나와 발렌타인을 지도한 교사로서 맥스 침머코프스키는 이들에게 특별히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모두 최고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친다. 댄스아카데미에 찾아온 학생들은 한동안 내 얼굴에서 미소를 보지 못한다. 그만큼 어려운 훈련이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작은 발이 발끝으로 서 있는 자세에 익숙해지도록 재촉하고, 필요하다면 몇 시간이고 그 힘든 스윙댄스를 계속 추도록 시키기도 한다.”
침머코프스키는 8년 전 그의 가족이 이곳으로 이민 왔을 때만 해도 뉴욕에 볼룸댄스 스튜디오는 브루클린에 있는 빅터 카네프스키(Victor Kanevsky)의 댄스아카데미(Dance Academy) 단 한 곳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침머코프스키와 그의 댄스 파트너 역시 그곳에서 불과 몇 명 안 되는 숙련된 볼룸댄스 커플 중 하나였다. 2~3년 후 침머코프스키와 그의 아버지는 스튜디오 개업을 앞두고 볼룸댄스 레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러시아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무료 공연을 펼쳤다. 그리고 다음 날 이들은 스튜디오 문을 열었고, 이렇게 해서 떠오르는스타 댄스아카데미가 탄생했다.

이제 침머코스프키의 스튜디오는 1백80여 명에 이르는 교습생을 두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고 같은 우크라이나 출신인 카네프스키가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댄스아카데미 역시 러시아계 학생을 중심으로 3백여 명이 넘는 교습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다른 스튜디오들도 특히 브루클린과 뉴저지 지역을 중심으로 뉴욕 곳곳에서 크게 번성하고 있다.
침머코프스키는 자신의 교습생 중 미국에서 태어난 부모를 두고 있는 학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미국인들은 아이들을 조금 엄하게 키울 필요가 있다. 아마 미국 어린이들이 이곳 볼룸댄스 스튜디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의 엄한 교육방식 때문일 것이다.”
다른 이유가 있다면 한 가지는 미국 학생들이 볼룸댄스를 세련되지 못한 구시대 춤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호보켐에 있는 사립학교 허드슨스쿨 10학년에 재학중인 발렌타인은 종종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고 전한다. “내 친구들은 모두 진짜 사내처럼 보이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 나 같은 애들은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자아이들까지도